'국선세무대리인(일명 국선세무사)' 제도를 활용할 수 있는 범위에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납세자까지 포함되면서 애초 제도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부동산을 팔아 막대한 소득을 올렸거나 억(億) 소리 나는 수익을 올리는 사업자들까지 국선세무사를 신청할 수 있게 되면서, 이들을 '영세납세자'로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특히 국선세무사를 지원받더라도 '세금분쟁'에서 지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실효성 논란도 나온다.

현재 억울한 세금을 부과 받았다고 느낀 납세자(법인 제외)가 국세청에 이의신청·심사청구(심판청구 포함)를 제기하는 세액이 3000만원을 넘지 않으면 국선세무사를 지원받을 수 있다. 대리인을 선임하기 어려운 영세한 납세자를 돕고자, 국세청이 지난 2014년 3월부터 시행한 제도다.

그렇다고 모두가 지원대상이 되진 않는다.

소득은 종합소득금액으로 5000만원, 재산은 5억원 이하라는 두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런데 소득요건의 경우 종합소득금액으로 한정하다보니 제도의 허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세무대리업계 관계자는 "소유재산을 처분해 양도소득이 발생하는 경우, 영세납세자가 아님에도 국선대리인 신청 대상에 포함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소유재산도 청구 대상자가 부모나 배우자 등에게 증여해서 자격요건에 들어가는 '꼼수' 사례도 있다고 한다.

현재 기획재정부에 국선세무사를 신청할 수 있는 소득요건에 양도소득을 포함시키고, 소유재산의 가액을 배우자나 직계존비속이 청구 대상자로부터 증여받은 재산까지 합산시키는 내용의 국세기본법 시행령 개정안이 건의된 상태다.

청구세액 3000만원이 적정한 것인지도 논란거리다.

지난해 정부는 1000만원인 청구세액 기준을 3000만원으로 끌어올렸다.

보다 많은 영세납세자가 국선세무사 혜택을 받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세무대리업계에선 종합소득세 기준으로 불복을 제기한 세금이 3000만원이 되려면, 매출기준이 1억원을 육박할 것으로 추정한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세무사는 "억대의 소득을 올리는 납세자가 영세하다고 볼 수 있는지 모르겠다"며 "제도의 활용도를 높인다는 취지로 기준금액을 올린 부분으로 인해 제도적으로 모순이 생겼다"고 지적했다.

국선세무사는 있으나 마나

사실 국선세무사 제도의 근본적인 문제는 '지원 사격'이 신통치 않다는데 있다.

국선세무사가 참여한 세금분쟁에서의 인용률(납세자 승소율)이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한 심판 대리로 인해 이 제도가 유명무실화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올 수밖에 없다.

국세통계연보에 따르면 2017년 기준 국선세무사가 투입된 사건은 209건(처리건수)으로, 인용 결정을 받은 비율은 16.3%(34건)에 불과했다. 제도가 시행(2014년)된 이후 처음 10%대로 추락한 것이다. 1년 전(2016년, 31.3%) 인용률과 비교해서도 큰 격차를 보인다.

국세청에 국선세무사를 신청(이월된 사건 포함)한 건수는 2014년 276건에서 2015년 375건으로 오른 이후에 2016년 307건, 2017년 220건으로 매년 줄어들고 있는 추세다.

국세청이 국선세무사 제도를 활용하는 자체에 의문이 든다는 시각도 공존한다. 국세청이 내린 과세 결정에 대해, 이 결정이 잘못됐다고 반발하는 비용까지 국세청이 부담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