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현행 상속세 과세체계를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개편하고, 세율도 소득세율 수준 이하로 낮출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상속세, 증여세는 부(富)의 무상이전이라는 동일한 관점에서 세금이 부과되는데도 불구, 이 세목 간 과세체계가 다르게 적용되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있기 때문이다. 상속세는 피상속인의 부의 청산에 초점을 둔 '유산세' 방식이기에 증여세(취득과세)와 달리 실현되지 않은 소득에 대한 과세 등 문제점이 내포되어 있다.

피상속인이 생전에 벌어들이고 남은 세후소득에 세금이 부과되는 '이중과세' 성격이 짙고, 소득세의 보완세제라는 측면에서 현재의 상속세 부담 수준이 높다는 비판도 많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은 2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유승희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조세정책학회 등 주최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기업경쟁력강화 정책토론회'에 참석, 주제발표를 통해 이같이 말했다.

"상속·증여세 과세체계 동일하게... 세율은 소득세 이하로"

현재 상속세는 피상속인(상속재산 재산, 유산세)을, 증여세는 수증인(취득재산가액, 유산취득세)을 근거로 세금이 부과된다. 동일 목적의 과세체계(세율 동일)를 갖고 있음에도, 과세방식이 다르면서 세부담은 차이를 보인다. 유산세 방식은 피상속인의 전체 재산에 대해 일괄 과세되기에 부의 분산효과에도 약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오 학회장은 "상속세 과세 체계를 유산취득세 구조로 일원화 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유산취득세는 상속 재산 총액이 아니라 유산 분배 후 상속인별 분할재산에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을 적용해 상속세를 매기는 방식이다.

상속세율에 대해선 "소득세율 수준 이하로 낮출 것"을 주문했다. 발제문에 따르면, 명목세율(법정세율) 기준으로 보면 우리나라(50%)는 일본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높은 세율 구조를 갖고 있다. 헝가리(18%)를 포함해서 3개 국가만이 소득세율보다 상속세율이 높다.

영국, 네덜란드, 독일, 덴마크, 노르웨이, 이탈리아 등 대부분 국가들이 소득세율을 상속세율보다 높게 가져가고 있다.

캐나다(상속세 폐지 1972년), 뉴질랜드(1992년), 포르투갈(2004년), 스웨덴(2005년), 러시아(2006년), 싱가포르(2008년) 등 14개국에선 상속세를 없앴고, 중국은 상속세 자체가 없다.

상속·증여세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명의신탁 증여의제는 폐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이를 대신해 명의신탁자(실제 소유자)에게 과태료를 부과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주식 거래를 제3자의 명의를 빌려서 할 때 조세회피 목적이 없는 경우를 제외하곤 명의를 빌려 준 사람이 증여 받았다고 보고 과세하는 제도다.

"까다로운 가업승계 지원제, 과감하게 손질해야"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 과세특례, 가업상속공제 요건을 대폭 완화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다. 중소·중견기업 창업주의 가업(家業)을 자식이 원활하게 물려받을 수 있도록 세제로서 뒷받침해주는 제도인데, 요건이 매우 까다롭다보니 혜택을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중소·중견기업의 주식 등을 증여하는 경우에 증여재산가액에서 5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이후 공제한 금액에 10%(과세표준 30억원 초과 시, 초과분은 20%)의 특례세율이 적용되면서 가업을 사전에 상속하는데 있어 증여세 부담을 줄일 수 있다. 단 7년 간 가업에 종사하지 않거나 폐업, 주식 등 증여받은 재산이 줄었을 땐 공제액에 가산세까지 추징된다.

가업상속공제도 요건이 까다롭기는 마찬가지다.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 중 사전·사후 관리 요건 등을 충족하면 최대 500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공제를 받기 위해선 10년 간 동일업종을 경영하며 매년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 수를 상속 전 고용 인원의 80% 이상으로 유지해야 한다, 또 사후관리 기간 전체를 기준으로는 평균 정규직 근로자 수가 상속 전 고용원인의 100%에 미달하면 안 된다.

'상속 후 10년 고용 및 업종 유지'라는 일률적인 잣대가 적용되다 보니 경제 상황에 따른 기업들의 능동적인 경영판단을 어렵게 만든다는 지적으로 이어진다.

오 교수는 "승계 받은 가업의 최소 경영기간이 증여세는 7년, 상속세는 10년"이라며 "상속세도 7년으로 줄여줄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업종변경 등 구체적 요건의 완화가 필요하다"며 "지나친 고용유지 규정도 적절한 구조조정을 어렵게 할 수 있기에 완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증여세를 추징하지 않는 부득이한 사유에 대해 법 규정이 명확하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고의성이 없는 도산은 원칙적으로 추징을 배제하고, 고의적 도산은 과세관청이 입증하는 경우에만 상속·증여세 추징 규정을 적용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교수는 장기적인 관점에서의 가업상속공제를 "가업상속 대상 자산 상속세를 일부 공제가 아닌 '한도 없이 실현시점까지의 이연'의 방법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상속 시점의 가업상속대상 자산의 상속세를 처분, 실현 시점에 자본이득세와 함께 과세하자는 것이다.

이 대안은 세액의 납부시기를 해당자산을 처분할 때까지 연기해주는 것이기에, 현 가업상속제의 요건처럼 까다롭게 가져갈 이유가 없다는 게 오 교수의 주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