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인 특혜 논란'에도 불구하고, 종교인들의 퇴직금에 대한 소득세(퇴직소득세)를 사실상 완화하는 내용의 입법안이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를 통과했다.

이 입법안은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표결을 거쳐 최종 확정될 예정인데, 소관 상임위를 통과한 경우 대부분 본회의 표결에서 '도로아미타불'이 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9일 오전 전체회의를 열고 지난 28일 조세소위를 거쳐 안건으로 상정된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이 대표발의 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이 개정안은 목사, 승려 등 종교인의 퇴직소득 과세기산일을 조정하는 내용이다. 종교인 과세제도 시행(2018년) 이전 쌓인 퇴직금에 대해서는 퇴직소득세를 부과하지 않고 2018년 1월1일 이후 근무기간만을 따져 퇴직소득세를 부과하는 것이 골자다.

지난 수십년 동안 종교인 소득에 대한 과세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지난해부터 과세제도가 작동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과세제 시행 이전 쌓인 퇴직소득에 대해 퇴직소득세를 소급과세하는 것은 세법이 원칙(소급과세 금지)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하지만 종교인들의 소득 또한 당연히 과세됐어야 할 대상인데도 법적 근거 미비가 원인이되어 비과세 됐다는 점, 일반 근로자들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지나친 '특혜'라는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예를 들어 2018년 말까지 30년 근속한 직장인 A, 종교인 B의 퇴직소득 적립액이 동일하게 3억원이라고 치자.

매년 1000만원씩 적립된 동일한 퇴직금을 받았더라도 두 사람의 세부담은 확연하게 다르다.

직장인 A 경우 3억원에 해당하는 퇴직금액 전체(근속연수에 따른 연분연승 등 감안)를 토대로 계산된 소득세액을 납부해야 하지만 종교인 B의 경우 종교인 과세제도 시행 이후인 2018년 단 1년 동안 적립된 퇴직금에 대해서만 소득세를 내면 된다. 

이 법안과 관련한 검토보고서를 작성한 기재위 전문위원실도 "지난 2018년부터 종교인 과세제도가 시행됐는데 퇴직소득의 경우 과세 시행일인 2018년 이후에 발생했다는 이유로 2017년 이전 귀속분에 대해 전액 과세하는 것은 세제상 불리한 측면이 있다"고 밝혔었다.

정부도 종교계 등의 의견이 설득력이 있다고 판단,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이견을 제시하지 않았다.

하지만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한 일각에서는 정치권과 정부가 '총선 등을 앞두고 종교인 표심을 감안, 국민들의 일반적인 정서와는 부합하지 않는 입법을 성사시켰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수십년 세월 동안 소득세 비과세라는 비정상적 특혜를 누려왔던 종교계에 이번 입법안 통과로 퇴직소득세 감면이라는 특혜를 부여한 것은 잘못된 처사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