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조세심판원 홈페이지 화면 캡쳐)

세무사 등 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 납세자가 과세당국 간 '세금전쟁'에서 이기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과세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할 세법지식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납세자(심판청구인)들이 체계적인 대응논리를 펼칠 수 있도록 최근 조세심판원에서 지원사격에 나섰다. 본인의 억울함을 입증할 증거서류 제출 등 심판청구서 작성법을 소개한 것이다.

조세심판원은 26일 홈페이지(www.tt.go.kr)에 '조세심판청구 이유서 작성요령 및 사례'를 올렸다. 심판원 관계자는 "심판청구서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 영세납세자, 중소기업 청구인을 돕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심판원 관계자에 따르면, 소액·영세납세자의 경우엔 세법해석 다툼보다는 감정에 호소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한다. 경제적 여유도 없기에 대리인을 선임하기도 힘들다. 최근 3년(2016~2018년) 간 대리인이 없는 소액사건비율은 평균 47.4%로, 전체사건(27.2%)에 비해 많았다.

대리인의 유무에 따른 인용률(납세자 승소율, 2017년 기준)도 34.2%(유), 9.5%(무)로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영세납세자의 심판청구를 돕는 '국선심판청구대리인제도(이른바 국선세무사)'가 시행되고 있긴 하나, 청구세액이 3000만원을 넘지 않아야 하고 중소기업은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등의 제한이 걸려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청구서 작성요령 안내는 납세자들이 억울함을 더 세밀하게 주장하는 기회로 여겨진다.

심판원에서 소개한 작성요령은 이렇다. 국세청으로부터 위법·부당한 세금부과 처분을 받은 A씨가 심판청구를 제기했다고 치자. 이 때 A씨는 법정서식(국세기본법 시행규칙 별지 제35호 서식)에 따른 조세심판청구서 1장을 작성하고 조세심판청구 이유서도 함께 제출해야 한다.

먼저 A씨가 해야 할 일은 처분청의 과세담당자에게 연락, 과세처분의 근거에 관련된 자료(경정결의서, 조사내용 등) 확인을 거친다. 이후 조세심판청구 이유서를 작성하는 것이 좋다.

"이유서가 논리적이고 설득력 있게 잘 작성되어야 청구인 입장에선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심판원의 조언.

A씨는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 할만 증빙자료를 첨부해 청구취지, 청구이유를 구분해 작성해야 한다. 청구취지의 경우엔 부과처분 세액을 전부 또는 일부만 취소하는 것인지 특정해야 한다. '처분한 세무서장→처분 받은 송달일→처분된 대상자→처분된 과세기간→처분된 세목→처분된 내용의 요약→불복의 범위' 이 순서로 적으면 된다.

심판청구서를 쓰는 과정에서 관련법령, 선결정례, 판례 등을 잘못 적용해서 제출했다면 어떨까. 경험이 없는 납세자라면 '심리과정에서 불리하게 작용되는 거 아닌지' 여길법하다. 심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납세자들이 말도 안 되게 쓰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설령 법령해석을 잘못 적용한 사례가 있더라도 사건조사서를 작성할 때 그런 부분은 조정이 된다"고 말했다.

심판원은 소액·영세납세자가 주로 심판청구를 제기하는 세목에 대한 전형적인 사례를 선정해서 홈페이지에 게시했다. 향후엔 작성사례의 수를 추가하고 다른 세목으로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심판원은 심판청구서 접수부터 결정서 수령까지의 심판절차와 각 단계별로 청구인의 권리행사방법 등이 담긴 '알기 쉬운 조세심판원 사용법(가칭)'을 조만간 발간하기로 했다.

심판원 관계자는 "국민들이 부당한 과세로 인해 억울함을 겪는 일이 없도록 납세자 권리구제에 더욱 노력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