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한국조세정책학회 주최로 '바람직한 가업승계지원을 위한 정책 세미나'가 열렸다. 사진은 토론시작 전 조세정책학회 관계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는 모습.

기업들이 가업을 승계할 때 불편부당한 조세제도 등으로 인해 고충을 겪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과도하게 엄격하게 규정된 고용요건 등 가업상속공제 사후관리 요건을 합리적으로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한국조세정책학회(학회장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26일 오전 10시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8회의실에서 '상증세법, 어떻게 개정되어야 하나'를 주제로 올해 첫 세미나를 개최했다.

토론회 발제는 김완일 세무사(한국세무사회 부회장)가 나서 '기업의 바람직한 가업승계지원을 위한 상증세법 개선방향'에 대해 발표했다.

토론회의 좌장은 최용선 서울시립대 명예교수(삼일회계법인 고문)가 맡았으며, 패널로는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회계사, 김갑순 동국대 교수, 박종성 숙명여대 교수,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홍기용 인천대 교수가 나서 다양한 논의를 펼쳤다. 

가업상속공제, 개선 과제는?

발제를 맡은 김완일 세무사는 정부에서 가업승계에 대해 지원을 확대하고 있는 추세이긴 하나, 매우 까다로운 요건으로 인해 해당 제도를 적용하기 힘든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김 세무사는 보고서를 통해 가업상속 후 고용의 유지에 대한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함은 물론 장기사업자 위주의 가업승계지원제도에 대한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현행 기업이 가업승계 지원을 받았을 때 10년 이상 사업을 유지하는 등 엄격한 사후관리 요건을 두고 있는데, 이 기간이 너무 과도하다는 것이 김 세무사의 주장이다.

이에 그는 가업상속재산에 대해 사후관리기간을 증여세과세특례제도의 7년과 일치시키는 한편, 경영기간 적용요건도 현행 10년에서 7년으로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가업승계에 대한 증여세과세특례제도에 불합리함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수증자가 가업승계를 받고 사후관리 의무를 충실하게 이행한 경우라면 적어도 일반 상속세로 신고할 때보다 불리한 과세가 되지 않도록 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 김 세무사의 지적이다.

이에 김 세무사는 상속개시시점에 가산하는 증여재산가액은 증여 당시의 평가액과 상속개시 당시의 평가액 중에서 선택 적용하도록 하는 개선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 밖에 상속주식을 평가할 때 할증평가를 면제하는 특례규정의 신설, 가업상속공제와 영농상속공제를 구분 지원하는 방안의 재검토 등을 가업상속공제에 개편 방향으로 꼽았다.

◆…'바람직한 가업승계지원을 위한 상증세법 개정방향'을 주제로 열린 정책 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가업승계 취지에 맞게 상·증세법 개정 필요"

주제발표 후 토론자들의 토론이 이어졌다. 대부분의 조세 전문가들은 제도의 변화를 통해 가업승계 지원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박종성 숙명여대 경영학부 교수는 사전·사후관리요건이 지나치게 엄격해 기업들이 가업상속공제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라는 데 공감했다.

박 교수가 제시한 한국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11~2015년 사이 가업상속공제 이용 현황은 62건에 불과하며, 공제금액도 약 859억원 밖에 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박 교수는 "사후관리 요건 중 상속인이 18세 이상이어야 하며, 상속기간까지 임원, 2년 이내에는 대표이사로 취임해야 한다는 요건은 가업 상속의 경우에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면서 "반드시 개정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도 가업상속을 단순한 부의 무상이전으로 확대해석해 상속세를 중과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가업승계의 세제특례에 대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제했다.  규제를 두는 것보다 기업의 대주주가 사망 전까지 최대한 능력발휘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국가경제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홍 교수의 주장이다.

현행 상속대상을 매출액기준(3000억원) 이외에 종업원 수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홍 교수는 "가업승계상속세특례의 건수 및 공제금액이 적은 것은 까다로운 조건에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면서 "매출액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일정수준 이상의 종업원을 고용하는 경우에는 특례를 인정하는 방향으로 법을 개정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가업상속공제→기업상속공제 변경 필요해"

구상수 법무법인 지평 회계사(법학박사)는 주된 업종의 변경을 유연하게 허용하기 위해서는 가업상속공제가 아니라 기업상속공제로의 개념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 회계사는 "경제 환경의 변화속도를 고려할 때 기업이 10년 동안 업종을 그대로 유지한다는 것은 말처럼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 한다"면서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업종변경을 하지 않아 기업이 부실화되거나 퇴출되는 것보다는 업종변경을 해서라도 유지 존속하는 것이 가업상속공제 정책의 취지에 좀 더 부합하는 정책"이라고 말했다.

그는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요건 중 기업가들이 가장 난처해하는 요건이 바로 고용문제다. 회사가 어려워져 직원들이 자연 퇴사를 하는 상황이 발생하더라도 가업상속공제 요건 충족을 위해 충원이 필요하지 않음에도 반드시 직원을 고용해야 하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갑순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경영권 승계의 자격요건을 가업경영자의 상속인 외의 손자 등 친족, 기업의 임직원 및 전문경영인 등으로 확대해야한다고 주장했다.

또 상속인들을 위한 체계적인 교육육성 프로그램을 도입하는 한편, 관련 지원세제 신설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가업이 계속적으로 유지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가업을 경영할 적합한 후계자를 선정해 교육시키고 육성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정부가 지원하는 후계자 교육육성 프로그램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가업후계자의 교육육성 프로그램을 마련해야한다"면서 "기업이 지출한 관련 제반비용에 대해선 세액공제제도를 해주는 등 정부 지원책을 펴야한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이중교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가업승계를 원활히 유도해 국가경제에 기여하도록 하면서도 가업승계지원세제가 조세회피의 수단으로 남용되거나 공평성을 심히 훼손하지 않도록 제도를 합리적으로 설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으로 모든 공제요건을 일거에 완화하는 것을 기대하기는 어려우므로 기업 입장에서 가업상속공제를 적용받기 위해 가장 충족하기 어려우나 남용가능성은 적은 요건부터 먼저 완화해 나가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