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4일 오후 서울 서초동 조세일보 사옥 회의실에서 '상속세, 이대로 좋은가?'를 주제로 열린 전문가 좌담회에 패널로 참석한 최영록 前세제실장, 백운찬 前세제실장, 김용민 前세제실장, 신상철 박사(사진 왼쪽부터).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은 50%로, 표면상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 중 일본(55%) 다음으로 높다. 명목세율만 놓고 보면, OECD 평균 최고세율(26.6%)의 두 배 수준. 가업 승계시 경우에 따라 '최대 주주 할증과세'가 더해져 실질 최고세율은 65%로 높아진다.

가히 세계 최고 수준인 상속세율의 적정성 여부는 오랜 시간 동안 논쟁거리로 다루어져 왔지만, 박근혜 정부 당시 사실상 실효성이 없는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도입한 것 외 특별한 개선없이 방치되어 왔다.  

국회에서 심재철 의원과 상속세정상화방안 토론회를 갖는 등 상속세개선 필요성을 꾸준히 주장해 온 조세일보(www.joseilbo.com)는 최근 상속세 개편에 대해 [노무현 정부] [이명박 정부] [박근혜 정부]에서 각각 세제사령탑을 역임한 전직 세제실장 3명을 패널로 초청, 고견을 들어 봤다.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의 사회로 김용민 前세제실장(노무현 정부 세제실장), 백운찬 前세제실장(이명박 정부 세제실장), 최영록 前세제실장(박근혜 정부 세제실장)과 중소기업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인 신상철 박사가 패널로 참석했다.

사회자 = 우리나라 상속세 최고세율이 높다. 할증과세까지 감안하면 65%니까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합리적 수준으로 인하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 많다.  

김용민 = 맞다. 우리나라 상속세율은 OECD 국가 중에서 최고 높은 수준이다. 형식적으로는 일본(55%)에 이어 2위지만 할증과세 등을 더하면 65%가 되기 때문이다. 이런 상속세 제도를 유지해서는 기업이 영속하며 국내 경제에 기여하기 어렵다. 

캐나다, 호주는 상속세를 폐지했다. 캐나다는 자본이득세로 과세한다. 가령 아버지가 100원에 자산을 사서 150원으로 (자식에게)넘기면 차액인 50원에 대해서만 과세가 된다. 세율도 높지 않다. 호주는 한 술 더 떠 상속시점에서 이익이 실현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세를 하지 않고, 부동산(상속 자산)을 처분할 때 취득가액 등을 제외하고 차액에만 과세한다.  

상속세는 기본적으로 이중과세 성격이 강하다.

피상속인이 생전 소득세 등을 모두 부담했는데 남은 재산에 또 한 번 과세를 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OECD 35개 국가 중에서 상속세가 소득세보다 높은 국가는 한국, 일본, 헝가리 3개국이다. 일단 소득세 최고세율이 42%이니, 상속세 최고세율은 40% 수준으로 끌어내릴 필요가 있다.

이후 연동되어 있는 다른 세제들을 보완해 가면서 궁극적으로 상속세율은 소득세율의 절반 수준으로 낮추는 것이 맞다. 

할증과세는 없애야 한다.

백운찬 = 현직에 있을 때도 그랬고 지금도 상속세 최고세율이 소득세 최고세율보다 높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것이 조세원칙에 맞다고 본다. 당장은 어렵더라도 점진적으로 소득세 최고세율 이하로 끌어내리는 것이 맞다. 

최근 상속세가 거론되는 이유는 기업들이 가업상속 관련해 문제가 많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고 있다. 현재 경제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사업주들이 고령화가 되면서 가업상속 내지는 자신이 현장에서 떠나야 할 나이에 대부분 접근하고 있다.

이때 상속세 문제로 기업경영이 이어지지 않는다면 국가적으로도 큰 마이너스다. 기업경영 유지를 위해서 상속세제를 보완해야 한다.

세계 각국의 추세가 상속세를 낮추거나 폐지하는 것으로 가고 있다. 우리나라와 근접한 중국의 경우에는 상속세 제도 자체가 없다. 우리도 이 추세에 맞게 기업측면에서 많이 보완해야 한다. 합리적인 개선을 위해선 우선 세율부터 낮춰야 한다.

특히 가업상속제도의 경우 기업들이 경영 유지를 위해서 제도가 혁신적으로 보완되어야 한다.

최영록 = 지난 2000년 이후 상속세제는 가업승계외에 큰 골격 변화는 없다. 소득세나 상속세는 과거에 세율이 굉장히 높았으나, 국제적인 세율인하 추세에 맞춰 세율을 낮춰 왔다. 다만 소득세율 인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졌고 상속세율의 경우 소득세율과 유사한 수준으로 인하되다가 다시 현행수준으로 인상되었다. 

상속세의 기능 자체가 부의 재분배 기능, 기회 균등 및 형평제고 차원으로 볼 수 있다.

소득세의 보완세제로서 2차 재분배 기능을 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측면에서 과세대상자나 세율을 평가해보면, 공제를 10억원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실제 과세대상이 적지만 적정수준으로 볼수 있다. 세율 부문은 전반적인 글로벌 추세를 보면 우리가 높은 것은 사실이다. 상당수 국가에서 상속세를 폐지하고 자본이득으로 과세하고 있고, 세율이 40%를 넘는 국가는 소수에 불과하다.

상속세제가 소득세의 보완세제라는 측면에서 본다면 소득세가 금융소득, 임대소득 등 과세 범위가 넓어지고 있고 세율도 42%로 올라온 점 등을 감안할 때 상속세율이 높은 수준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당장 세율을 낮춰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낮춘다면 우선 소득세율 수준을 고려해 볼수 있다.

할증평가를 도입한 취지 자체는 경영권 승계가 포함된 주식의 실제 시장 거래가격이 평가액보다 높다는 점 등을 감안했던 것인데, 그동안 과세강화 측면에서 할증율을 높여온 것이다. 현행 할증율이 적정한지 여부 등은 검증이 필요한 부분이다.

사회자 = 상속세율이 높다보니 편법을 쓰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겠나. 세율이 65%가 되면 재산을 국가에 내놓으라는 소리나 다름없다. 생전에 납부한 세금 액수만큼 공제해 주는 등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많다. 

신상철 = 과거 정부에서도 상속세 체계의 자본이득세 전환을 검토한 걸로 알고 있다. (검토 결과)세수가 더 많이 걷힌다는 결과가 나왔는데 이후 논쟁을 하다 접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미국의 상속세 폐지 논거를 보면, 상속세가 증세하는 입장에서 보면 비효율적이라는 것이다.

우리나라 상속세가 '세율이 과하다'라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 명목세율을 보면 그렇다. 하지만 실제 상속세를 누가, 얼마나 내고 있는지를 보면 2008년부터 10년 간 과세대상자가 가장 많았던 연도는 2016년이었고, 8000명이 되지 않았다. 상속세를 한 푼이라도 낸 사람이 8000명이 안 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들은 국회에 가서 논의를 하면 (정치 쟁점화로)나타날 것이다.

사회자 = 예전에는 '상속세는 바보세'라는 말도 있었다. 아무런 준비 없이 부모가 갑자기 사망해서 건물, 예금 등 포착될 수밖에 없는 자산을 가진 사람만 과세가 된 것이다. 이보다 더 많은 사람들은 편법 등을 통해 다 빠져나갔고 그래서 납세인원이 적다는 것이 정설이었다.  

신상철 = 상속세는 무제한 납세의무라고 되어 있다. 지금은 조세인프라가 발전해서 (상속)금액이 커지면 커질수록 금융실명제, 토지실명제 등 제도적 장치 때문에 소위 도망 칠 곳이 없다. 

이 상황에서 기업들이 편법의 유혹에 빠지지 않고 기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방향에서 생각을 해야 한다. 조세인프라가 잘 구축되고 상속세 납세인원이 1만명도 안 되는 상황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민입장에서 보면 굉장히 극소수다.

사회적 공감대를 고민하고 세제개선을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백운찬 = 한층 더 깊이 생각해보면 지금까지 돌아가신 분들이 현행 상속세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 세대였다는 부분도 있고, 적지 않게 회피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장 상속세 문제에 봉착해 있는 세대들은 상당수가 상속세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상속세 체계가 현재대로 유지된다면 앞으로 납세인원과 세수가 많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김용민 = 신 박사 말씀처럼 과세인프라가 많이 발전해 지금은 상속세를 회피할 방법은 많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조세부과 판단 기준에 대한 학계의 정설은 형평성, 효율성, 단순성이다. 형평성을 이유로 과한 세율을 부과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상속세 부과를 해서 소득재분배나 형평에 얼마나 도움이 되느냐 문제를 따져봐야 한다. 

엄청난 상속세 부담 때문에 경제의 핵심 동력인 기업들이 망가지거나 위축된다면 분배 효과는 적고 일자리 창출 등 경제 전체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은 대단히 클 수밖에 없다. 

기납부세액을 얼마까지 봐줄 것이냐도 문제이긴 하지만 결론을 내기가 쉽지 않은 측면이 강하다. 그런 부분을 고민하기 보다는 세율을 낮추는 것이 명쾌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한다. 

백운찬 = 상속 재산이 축적되기까지 피상속인이 소득세, 취득세, 양도소득세를 냈으니 이중과세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현행 제도를 보면 배당소득도 어떻게 보면 이중과세 논리로 접근할 수 있다. 생전납부세액 공제 신설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것보다는 전반적인 세율을 내리고 기업측면에서 가업상속공제제도를 보완하는 게 맞다고 본다.

최영록 = 생전에 성실하게 세금을 낸 사람들에 대한 생전납부세액 공제와 관련해서는 상속재산과 과거 재산형성과정에서의 세금납부 내역 등이 모두 매칭되어야 기술적으로 해소가 가능하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매칭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제도를 만들기도 어렵지만 집행이 어렵게 된다는 것이다. 기납부세액을 공제해주는 해외 사례도 없다. 그런 방안은 도입이 어려울 것 같다.

[전문가 좌담회]하편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