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2018년 제2기 부가가치세 확정 신고 납부가 마무리된 가운데, 지방의 한 세무서가 시도한 '혁신행정'이 주목을 받고 있다. '관행'을 깨자는 생각에서 시작, 위부터 아래까지 전 세무서 직원들이 함께한 치열한 고민이 만족스러운 결실로 이어진 것이다.

북대구세무서(서장 고영일)가 창조한, 이른바 '4無 부가가치세 신고'다.

"관행을 타파하자"…북대구인들의 의미있는 반란 

아무리 전산화가 잘 되어 있다고 해도, 매번 세금 신고기간 막바지에 갈 수록 세무서를 찾아 세금신고를 하는 납세자들과의 '전투' 과거에 비해 그 정도가 좀 낮아졌을 뿐 여전하다.

북대구세무서는 2018년 제2기 부가가치세 확정 신고 납부 기간(1월1일~1월25일) 새로운 변화를 시도했다. 기존의 신고납부 업무 관행을 탈피, 업무량을 축소하고 납세자들의 신고납부 서비스에 대한 만족도를 업그레이드 하자는 생각에서부터 출발했다.

고영일 서장을 비롯, 개인납세과 전 직원과 업무지원팀(징세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한 끝에 신고창구 배치를 전면 개선하고 현수막을 게재해 민원처리시간이 지연될 수 있다는 점을 사전안내해 민원인들이 긴 기다림에서 유발된 짜증을 직원들과의 마찰로 풀지않도록 하자는 아이디어를 내놨다.

특히 직원들이 대신해주던 신용카드 수납도 납세자들이 직접 할 수 있도록 '셀프납부'라는 문구를 도입해 홍보하고 대학생도우미를 고용해 이들이 납세자들의 신고업무를 적극 도와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하자는 의견도 나왔다.

◆…1층 안내직원을 과감하게 없애고 이를 홍보모니터로 대체한 모습. 안내직원이 없어도 민원인들은 별다른 혼란없이 필요한 곳을 알아서 찾아갔다는 후문이다. (사진제공 북대구세무서)

사소하지만 은근 골치 아픈 주차관리 문제는 납세자들의 '시민의식'에 맡기고 세무서 1층 현관 안내직원도 없애, 홍보모니터를 통한 안내로 대체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런 아이디어가 실현되기까지는 갈등도 있었다는 후문. 대부분 관행대로 하지 않으면 납세자들의 불만이 쏟아질 것이라는 우려에서 비롯된 갈등이었다. 

하지만 '변화가 없으면 어떠한 것도 얻을 수 없다'는 기조로 직원들이 낸 아이디어를 적극 수용한 결과 ▲주차관리·1층 안내 직원을 없애고 ▲단일화된 신고창구를 없애는 대신 간이·일반과세자로 나누고 ▲세금납부를 셀프납부로 개선해 ▲악성민원인이 단 한 명도 없는 이른바 '4無 부가가치세 신고·납부'라는 혁신을 만들어냈다. 

◆…(첫번째 사진)부가세 신고창구의 모습. 간이과세자와 일반과세자로 나눠 신고업무를 처리하자 업무처리 속도가 빨라져 대기시간이 대폭 감소, 직원들과 납세자 모두 만족스러운 부가세 신고업무였다는 전언이다. (두번째 사진)부가세 신고기간에는 신고창구가 붐비기 마련이지만 이번 신고 때는 비어있는 모습이 많았다. (사진제공 북대구세무서)

간이·일반과세자 분리, 대기시간↓·납세자 만족↑

북대구세무서는 신고기간마다 마련하는 신고창구 구조를 대폭 개선해 신고서 작성 업무를 간이과세자와 일반과세자로 구분했다. 

과거에는 모든 신고창구에서 간이과세자와 일반과세자 구분없이 신고지원 업무를 했지만 일반과세자에 대한 신고지원 업무시간이 간이과세자에 비해 많이 소요되다보니, 일부 납세자들이 오랜 대기시간에 짜증을 내거나 고성을 내기도 했다.

일부에서는 신고창구를 간이·일반과세자로 나누면 일반과세자 창구의 대기시간이 더욱 길어지고 혼잡해질 것이라는 우려를 했지만 결과는 예상밖이었다.

간이과세자 창구는 예상했던대로 과거보다 더욱 빨리 민원처리가 가능해진데다 일반과세자들은 아무래도 자신들의 업무처리 속도가 느릴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인정하고 짜증을 내는 일이 없어진 것이다.

◆…고영일 북대구세무서장으로부터 감사장을 받은 한 재능기부 대학생의 어머니가 SNS에 올린 글. 해당 학생의 어머니는 "시간당 얼마를 버는 알바가 아니라 장차 대한민국의 한 부분을 감당할 것이라는 부분과 아이들도 가슴 뛰는 무언가를 느꼈을 것"이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사진제공 북대구세무서)

대학생도우미들도 역할을 톡톡히 했다. 

인근 대학에서 세무 분야 전공 학생들과 세무서 직원 자녀, 과거 세무서에서 신고지원 업무를 했던 대학생 등 자질이 우수하다고 판단되는 젊은이들을 선발해  대학생 신고도우미 8명과 신규직원 3명, 수습직원 1명, 경력직원 2명 등 총 14명을 신고창구에 투입시켰다.

대학생이라면 으레 '아르바이트생' 정도로 치부해 하대하던 민원인들이 대학생도우미들을 함부로 대하지 못하도록 '재능기부 대학생'이란 명찰을 달아주고 매일 오후 4시면 직원들이 홍삼스틱을 가져가 대학생도우미에게 제공하며 "민원인들을 위해 고생이 많다"며 위상을 높였다.

신고지원 업무가 종료 후 고생한 대학생들에게 세무서장 명의의 감사장을 전달, 자긍심을 높여주었다는 후문이다. 

그 결과, 큰 변화가 일어났다.

개인납세과 직원들이 번갈아가며 보던 신고창구 업무 부담이 대폭 축소되면서 신고기간 한 주 기준으로 신고창구에 투입된 개인납세과 직원이 큰폭으로 줄어든 것이다.  

지난해 2017년 제2기 부가가치세 확정신고 당시와 비교한 결과 신고기간 2주차(1월7일~11일)에는 기존에 13명의 직원이 신고창구에 투입됐지만 이번에는 7명의 직원만 투입됐다. 3주차(1월14일~18일)에는 기존에 16명의 직원이 투입됐지만 이번 신고기간에는 10명으로 6명 축소됐다.

신고 마지막주(1월21일~25일)까지 기존 16명에서 11명의 직원만으로 신고창구 업무를 돌렸다.

이러한 업무체계 혁신으로 신고 마지막 주에 속했던 지난달 21일~22일 하루 방문 납세자가 1080명에 육박하는 등 신고 초기보다 내방 납세자 숫자가 5배 폭증했지만 큰 탈 없이 무사히 넘어갈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특히 신고 마지막주에는 대부분 업무마감 시간인 오후 6시를 초과해 신고업무 처리를 하는 경우가 일상적이지만 납세자가 크게 늘어났던 날에도 북대구세무서는 오후 5시 업무를 마감했다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