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가 제때 세금을 신고·납부하지 않았을 때 일종의 '징벌적 성격'으로 부과되는 납부불성실가산세의 세율이 15년 만에 내려간다. 시중금리 상황(저금리 기조)를 반영하지 않은 가산세율이 '너무 과도하다'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교도소(장)에 세금고지서를 보내더라도 구속된 사람이 전달받았다는 '송달효력'이 생긴다. 그동안 납세자가 구속 등의 사유로 납세고지서를 직접 송달받지 못해 과세처분을 따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국회는 지난 8일 본회의를 열고 이 같은 내용의 '국세기본법 개정안'을 표결처리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납부불성실가산세·환급불성실가산세에 적용되는 이자율을 1일당 0.025%로 내려간다. 연간 기준으로 이자율은 9.12% 수준이다. 원천징수납부 등 불성실가산세율도 '1일 0.03%→1일 0.025%'로 낮춰진다. 이 가산세율은 내년 시행령 개정 이후에 적용된다.

현재 납부불성실가산세·환급불성실가산세의 세율은 연 10.95%(1일 0.03%)다. 1999년 18.25%에서 2003년 10.95%로 내려간 이후 16년째 한 번도 바뀌지 않았다.

특히 납부불성실·환급불성실가산세와 국세징수법에 따른 가산금을 '납부지연가산세'로 합쳐진다. 

현재는 지연이자 성격의 납부불성실·환급불성실가산세가 법정납부기한부터 납부고지일까지 일할 계산방식(1일 0.03%, 연 10.95%)으로 부과되고, 납세고지서에 따른 납부기한 이후에는 지연이자 성격의 체납 국세 납부지연 가산금이 월할 계산방식(월 1.2%, 연 14.4%)으로 중첩적으로 부과되고 있다.

앞으로는 법정납부기한부터 납세의무자가 세금을 완납하는 날까지 납부지연가산세가 일할 계산방식으로 일원적으로 부과된다.

특히 체포·구속, 유치(留置)된 사람에게 할 송달은 해당 교정시설의 장(또는 국가경찰관서의 장)에게 할 수 있게 된다. 교도소에 보내도 서류가 전달된 것으로 간주한다는 소리다. 구속 등의 사유로 납세고지서를 직접 송달받지 못한 사례가 방지될 것으로 보인다.

단 국세공무원이 체납자의 구속사실을 '확인'한 경우에 한해서다.

납세자의 권리구제를 위한 불복제도는 대대적인 손질을 거쳤다.

우선 조세심판원이 10일 이내에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은 처분청에 제출을 독촉하고, 독촉 후 일정 기한까지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으면 심리절차가 진행된다. 신속한 심판처리가 가능해질 수 있는 대목이다.

이의신청, 심사청구에 대해서도 심판청구와 마찬가지로 당초의 처분보다 청구인에게 불리한 결정을 하지 못하는 '불고불리·불이익변경금지' 원칙이 적용된다는 점을 법으로 명확히 못 박았다. 

또 청구인이 불복청구서를 보정할 때 서면(종전에는 재결청 방문)으로 가능해진다. 홈택스 등 국세정보통신망을 활용해서 불복청구를 할 수도 있다.

국세부과 처분에 대한 불복을 제기할 때 처분의 집행이 정지될 수 있는 기준을 법률에서 구체화됐으며, 처분의 집행정지 등이 결정되면 즉시 당사자에게 통지된다.

비거주자, 외국법인의 국내원천소득과 관련해 조세조약상 비과세·면제(또는 제한세율 적용)을 적용받기 위한 경정청구의 처리 등을 위해 확인이 필요한 경우, 해당 부분에 한정한 세무조사만 실시할 수 있다.

조세범처벌법의 과태료 규정 중 세법의 공통사항에 해당하는 거짓 진술 및 금품 공여 등에 대한 내용은 국기법으로 넘어온다. 

또한 세무서장은 기한 후 신고일부터 3개월 이내에 과세표준과 세액을 결정해 그 결정 결과를 신고인에게 통지해야 한다.

거주자(내국법인 포함) 간 국외에서 이루어지는 자산·용역거래도 사기나 그 밖의 부정한 행위로 국세를 포탈하거나 환급받았다면 15년의 국세 부과제척기간이 적용된다.

역외거래와 관련해 납세자가 법정신고기한까지 과세표준신고서를 제출하지 않았다면 국세 부과제척기간은 7년에서 10년으로 연장된다.

일반적인 국세 부과제척기간에도 불구하고 이의신청, 심판청구, 행정소송 등에 대한 결정이나 판결에서 국내원천소득의 실질귀속자가 확인되는 경우에는, 결정(판결)이 확정된 날부터 1년 이내에 실질귀속자에게 새로운 부과처분을 할 수 있다.

또한 법인이 분할(또는 분할합병)하는 경우 분할등기일 이전에 부과되거나 납세의무가 성립한 국세 등에 대해서는 분할로 승계된 재산가액을 한도로 연대납세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

수정신고의 효력을 명확히 규정했다. 수정신고는 당초 신고에 따라 확정된 세액에 관한 권리·의무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한편 세무조사 과정에서 녹음규정을 도입하려는 움직임엔 제동이 걸렸다. 국회는 "녹음규정을 도입했을 때 예상 효과 등을 추가 검토해야 한다"고 해당 개정안을 보류시켰다.

조사공무원의 권한남용 행위가 조사현장에서 발생하고 있는지에 대한 실태파악, 세무조사 과정의 녹음규정 도입 시 예상되는 장·단점 등에 대한 의견수렴, 외국 사례 등의 심층 분석을 거쳐 그 결과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 내년 상반기까지 보고하도록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