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가 세법개정안(정부, 의원입법안 포함) 심의를 시작도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당초 기재위는 오늘(12일) 전체회의를 열고 조세소위에서 논의할 안건들을 상정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통계청의 가계 동향조사 관련한 예산을 두고 여야 간 입장이 엇갈리면서 현재까지 회의 일정은 안갯속이다.

이 상태가 오래 지속된다면 본회의 '자동부의제'로 인해 시간에 쫓겨 '졸속심의' 우려가 나온다.  

12일 기획재정부와 국회 관계자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열릴 예정이었던 기재위 전체회의가 취소됐다. 통계청 소관 산업에 대한 예산심사가 '발목'을 잡은 탓이다.

기재부 관계자는 "가계조사 관련한 통계청 예산을 야당에서 통째로 삭감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데, 여당과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으면서 기재위 전체회의 일정을 잡지 못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초 조세소위는 이날부터 세법개정안의 취지 등을 점검하기 위한 일독(一讀) 과정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갈 계획이었다. 매주 월, 수, 금요일마다 회의를 열 것이라는 일정까지 잡았다. 세법을 포함한 예산안 등이 국회 본회의에 자동부의 되는 시점(12월1일)전까지 심의를 진행해야 하기에, 그만큼 시간적 여유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조세소위에서 논의할 세법개정안 수는 500여개로 추정된다.

모든 안건이 논의대상이 되진 않으나, 적지 않은 수의 세법개정안을 훑어봐야 하는 점은 변하지 않는다. 과거 사례를 비추어볼 때 이 작업만 1~2주에 달한다. 기재위는 내일(13일, 오후 2시) 또는 모레(14일) 전체회의를 연다는 계획을 잡고 있으나, 실제로 회의가 열릴지는 미지수다.

작년엔 예산안 심사과정에서 잡음이 생겨 조세소위 일정이 번번이 수정되곤 했다. 세법심의 속도가 나질 않자, 당시 추경호 조세소위원장은 "진도를 좀 빼야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올해도 시간에 쫓겨 세법개정 논의가 '졸속'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쟁점 법안 처리도 '안갯속'

본격적인 심의에 들어가면 직접적인 세수(稅收)와 관련이 없거나 사회적 논란이 적은 세법은 여야의 무리 없는 합의를 이끌어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종합부동산세법을 비롯해 비과세·감면제도 정비 등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쟁점 법안이 산적해 있다. 불과 두 세 마디 의견 교환만으로는 결론이 나긴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일각에서는 조세소위 회의 일정은 매일 열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해마다 조세소위 위원들 사이에서도 "회의시간을 더 늘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종부세 개편을 보더라도 여야 간 시각차가 뚜렷하다.

정부·여당안은 종부세율, 공정시장가액비율 등 세부담을 올려 다주택보유자들의 주택처분을 유도해 집값을 잡겠다는 방향이나, 야당에서는 '거래세 인하' 없는 보유세 인상으로는 고가·다주택자들의 퇴로가 막혀 시장침체로 이어진다는 주장으로 정부 정책과 반대각을 세우고 있다.

개편안만을 보면, 더불어민주당 김정우 의원안(정부 9·13대책)은 3주택·조정대상지역 2주택 이상자에 대해 중과세율(0.6~3.2%)을 적용하는 등의 내용인 반면, 자유한국당 김현아 의원안은 세율을 인상하는 내용이나 고가주택으로만 증세 대상을 한정하면서 세수효과에서 크게 차이가 난다.

비과세·감면 제도의 연장 여부도 논쟁거리다.

대표적으로 농협·수협·산림조합 등 상호금융조합 예탁금(예·적금)에 대한 '과세특례(예탁금 기준, 3000만원 한도 이자소득세 비과세)'다. 정부에선 농어민과 서민 지원용으로 도입된 제도 취지에 맞지 않다며 준합조원에 대해선 내년부터 과세하는 개정안을 내놓은 상태다.

하지만 '서민금융기관 존립이 위태로워진다'는 이유로 과세특례 기한을 연장하는 의원입법안도 다수 발의되어 있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과정에 대한 녹음권 신설안은 관계부처 간 협의가 불충분한 세법개정 사항으로 꼽힌다. 세무조사 남용행위를 막기 위해서 반드시 필요한 법개정이라는 목소리가 높으나, 국세청은 자체 설문조사(조사국 대상) 결과를 근거로 부당함을 호소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