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규제 종합판이라 불리는 '8·2부동산대책(지난해 발표)'에 이어 후속조치로 투기과열지구 지정을 추가하는 조치가 이루어졌음에도 주택시장은 과열 양상을 보였다.

지방 주택가격과는 달리 서울의 아파트가격은 빠르게 상승했으며, 서울 인근 지역까지 영향을 끼쳤다. 매물이 부족한 공급자 우위 시장 상황이 지속되고, 갭투자 등 투기 수요까지 붙으면서 시장불안을 가중시켰다.

정부가 최근 발표한 '9·13 부동산 대책'은 매물을 유도하고 추가적인 주택 투자를 막는데 목표점을 두고 있다. "투기와 집값은 끝까지 잡겠다"는 정부의 의지를 반영하듯, 과세·규제 수위는 이전보다 훨씬 강도가 세다. 종합부동산세 최고세율은 과거 노무현 정부 때보다 더 높게 가져갔다.

법으로 정한 종부세와 재산세를 합한 보유세 인상 한도는 현재 1.5배에서 3배로 올렸다.

그러나 상당수 부동산 정책은 국회 문턱을 넘어야 하는데 야당의 반응은 부정적이다. '세금폭탄', '공급대책 미흡'이라고 지적하고 있는 상태다. 종부세를 바라보는 여야의 법안이 제각각인데다,  형평성 논란(특정 지역 징벌적 과세)에 위헌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국회 논의가 주목되고 있다.

종부세 어떻게 변해왔나

종부세법은 시행(2005년 1월) 초기 조세저항이 그리 극심하지 않았다. 과세기준이 공시가격 9억원 이상이고, 대상자(개인)이 그렇게 많은 수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06년부터 과세기준을 6억원 초과로 낮추고 부동산 가액을 세대별로 합산하면서 반발이 커졌다. 결국 2008년 헌법재판소에서 '세대별 합산과세가 혼인과 가족 보호에 어긋난다'는 위헌 판정을 받았다.

이명박 정권 들어서 소위 '나쁜 세금'으로 전락하면서 과세기준과 세율이 대폭 낮아져 유명무실한 제도가 됐다.

문재인 정부 출범(지난해 5월 9일) 후 기조가 급변했다. 부동산 시장이 속된 말로 미쳐 날뛰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번째 부동산정책은 2017년 6월19일 발표됐는데, 대책에는 서울 강남 재건축단지를 포함한 일부 과열지구를 대상으로 대출을 규제하는 게 골자를 이루었다. 이후 8·2대책을 통해 투기과열지구를 선정하고 세금·대출·청약·재건축 등 전방위적인 규제를 가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임대소득이 2000만원을 넘을 경우 임대사업자로 등록하면 양도소득세·종부세 등 세제혜택을 주는 방안이 발표되기도 했다.

이 같은 조치에도 서울, 일부 수도권 지역을 중심으로 집값이 과열되는 양상을 보이면서, 올해 8월 27일 집값 상승폭이 두드러진 곳을 투기지역 등으로 추가(9곳)했다.

최근에는 투기 수요 억제에 초점을 맞춘 9·13대책을 내놨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 발표된 8번째 부동산 대책이다. 종부세율을 높여 비싼 집은 팔도록 유도하고 은행 대출을 받아 여러 채의 집을 못 사게 하는 초강경 수요 억제책이다. 특히 한 채의 주택을 가진 이들에 대한 과세특례 체계도 '실수요' 중심으로 바꾸고,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도한 세제혜택도 줄였다.

9·13 대책 강도 어떻길래                                                              

9·13 대책에 담긴 종부세율 수위가 '폭탄'이라고 하긴 지나친 측면이 있다는 의견도 있으나, 세율 자체만 놓고 보면 그렇지 않은 모양새다. 과표 94억원 초과 구간에 적용되는 최고세율을 2.0%에서 3.2%까지 끌어올렸다. 참여정부 시절 종부세 최고세율(3%)보다 높다.

그간 볼 수 없었던 3~6억원 과표 구간이 새로 만들어졌다. 3억원의 1주택자(시가 18억원 기준)에게까지 과세범위가 확대된 것이다.

종부세 과표를 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현 80%)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올라 2022년(100%)엔 공시가대로 과세되도록 설계했으며, 보유세(재산세+종부세) 총액이 전년 세액의 150%를 넘지 않도록 규정한 세부담 상한도 참여정부 시절 때와 같은 300%로 올렸다.

시가 18억원짜리 주택을 가진 1주택자를 예로 들어보자. 시가 18억원이라면 공시가격은 12억7000만원 정도다. 여기서 1세대 1주택자 과세 기준금액인 9억원을 제외하고 공정시장가액비율(80%)을 곱하면 과표 2억9700만원이 나온다.

현재는 과표 6억원 이하 구간에 속해 0.5%의 세율이 적용되면서 세액은 148만원이 된다. 재산세 차감분 등을 공제하고 농어촌특별세(종부세의 20%)를 더하면 실제 납부세액은 94만원이다. 그러나 정부안이 현실화될 경우 내년부터는 공정가액비율이 85%로 올라 과표가 3억원을 넘는다. 신설된 3~6억원 구간 세율인 0.7%를 적용받아 최종납부세액은 104만원이 된다.

향후 세율 변동이 없어도 공정가액비율이 높아져 과표가 상승하는 구조이기에 2022년까진 점진적으로 종부세 부담은 늘어날 전망이다.

고가 1주택자, 임대사업자에 대한 세제혜택은 줄인 부분도 눈에 띈다. 9억원이 넘는 고가주택을 소유한 사람이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기 위해선 2년 이상 해당 주택에 살아야 하는 요건을 만들었다. 이 요건을 갖추지 못했을 땐 일반 장특공제율(15%, 최대 30%)만 적용받는다.

또 1주택 이상 보유자가 조정대상지역에 새로 취득한 주택에 대해서는 임대등록 시에도 양도세를 최대 20% 중과하고 종부세 합산 과세도 적용되도록 했다. 

정부는 이번 대책으로 21만8000명의 집주인이 종부세로 연간 4200억원을 더 낼 것으로 추산했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12일 국회에서 부동산대책 관련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불필요한 규제로 묶어놨던 서울 도심의 재건축·재개발 규제를 풀어 양질의 주택 공급을 확대해야 한다"며 공급 확대론을 주장했다. (사진 김용진기자)

국회통과 험로 예고

이런 방침이 실현되기까지는 국회라는 큰 고비가 남아 있다.

일부 세제 정책(공정시장가액비율 조정 등)과 다주택자 대출 축소 등 금융 대책들은 정부의 의지대로 시행할 순 있으나, 대책의 핵심이라 불리는 세율을 조정하기 위해선 국회에서 법안을 손봐야 한다. 그러나 정부가 내놓은 종부세법 개정안은 자유한국당이 반대하고 있어 법안 처리에 난항이 예상된다.

자유한국당은 정부의 9·13대책 발표 직후 "집값을 한껏 올려놓고 중산층에게까지 세금 폭탄을 안기겠다는 것"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투기를 잡기 위해선 세제가 아닌 주택공급을 늘려야 한다는데 목소리였다.

바른미래당도 "보유세 일부 강화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거래세도 인하해야 한다"며 반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고가·다주택자들이 주택을 처분할 수 있는 '퇴로'를 열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의 평소 발언과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이미 국회엔 종부세 부담을 완화하는 법안까지 제출되어 있고, 거래세 인하 등의 법안까지 발의될 전망이여서 치열한 논쟁이 예고된 바 있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은 종부세의 주택분 기본공제금액을 6억원에서 9억원(1주택자 9→12억원)으로 상향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이 조치로 향후 5년간 연평균 1918억원의 종부세 부담이 줄어들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은 만 60세 이상인 1세대 1주택자의 종부세 공제율을 현행 대비 20∼40%포인트 높이고, 5년 이상 장기보유자는 현재보다 공제율을 10%포인트 올리는 안이다.

김현아 의원안은 현행 0.5∼2%인 종부세율을 0.5∼3%로 올려 종부세 부담을 높이는 내용을 담고 있으나, 증세의 타깃을 '고가주택'으로 한정했기에 늘어나는 세수 효과는 약 579억원 수준으로 정부안(1조150억원) 파괴력은 훨씬 약하다.

반면 여당은 이번 대책을 최선의 카드라고 평가하며 대립각을 세웠다. 특히 "투기 수요가 있다면 더 강력한 조치를 하겠다"고 밝히고 있는 상태다.

정치권에선 보유세제 개편을 두고 여야가 맞서 있어 협의는 어렵고, 예산 부수법안이라는 우회로를 통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예산부수법안은 오는 11월30일까지 여야가 법안 심사를 완료하지 못하면 12월1일 본회의에 자동 부의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