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계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오는 11월부터 '新외감법'이 본격 시행될 예정인 가운데, 新외감법의 핵심 중 하나인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방안이 회계업계에 생각지 못한(?) 쏠쏠한 수익을 안겨주고 있다는 소식이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외감법을 개정하면서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도를 대폭 강화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에 따라 외감대상 회사의 대표이사는 직접 주주총회, 이사회 및 감사에게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실태를 대면보고하도록 의무화됐다. 

또 상장회사의 내부회계관리제도에 대한 외부감사인의 인증수준이 '검토'에서 '감사'로 상향, 외부감사인은 기존 질문 위주의 검토가 아닌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기준에 따라 문서검사, 재수행 등 보다 강화된 감사절차를 수행한 후 감사의견을 표명해야 한다.

아울러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의무가 현행 개별회사의 재무정보에서 연결회사로 확대됨에 따라 당해 회사 뿐 아니라 종속기업들에 대해서도 내부회계관리제도를 구축하고 운영할 필요가 생겼다.

이러한 규정은 기업들의 크고 작은 부담을 고려해 자산총액 2조원 이상의 상장회사는 2019년부터, 5000억원 이상은 2020년, 1000원 이상은 2022년부터 적용된 뒤, 2023년부터는 전체 상장사를 대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평균 수임료 4~5억원, 전체 시장 규모 1000억대 상회"    

내부회계관리제도가 국내에 도입된 것은 지난 2003년이다.

하지만 그동안은 상장회사협의회에서 제정한 '내부회계관리제도 모범규준'에 따라 기업에서 자율규범으로 운영되어 왔고, 이에 따라 제도가 도입된 지 15년이 지났지만 경영진과 이사회의 '무관심'으로 제도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새로운 규정이 시행되면 금융당국에는 기업의 내부회계관리제 이행 실태에 대한 감독 권한이 생긴다. 기업이 내부회계관리제도 운영에 소홀하거나 감사인이 부실감사를 하면 임직원 해임 권고나 직무정지 등 외감법상 제재 조치를 내릴 수도 있다.

지금도 제도를 위반하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지만 감독 권한이 없다 보니 제대로 된 제재가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곳은 당장 내년부터 강화된 규정이 적용되는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사다.

금융위는 최근 내부회계관리제도 외부감사 의무화 및 연결기준 대상판단은 직전사업연도 자산규모에 따라 결정된다며 현재 및 향후 증가할 자산규모를 예상해 시행시기를 확인하고 시스템 구축 등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제도변화에 미리 대비하지 않으면 감사인으로부터 내부회계관리제도가 효과적이지 않다는 '비적정 의견'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2조 이상 상장회사는 올해부터 회계법인을 통해 새로운 제도에 대한 준비를 마쳐야 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자산총액 2조원 이상 상장회사는 총 175개사 정도.

기업 규모나 구조에 따라 수임료는 천차만별이지만 많게는 10억원대 후반에서 적게는 1억원 가량을 내부회계관리제도 준비를 위한 '컨설팅' 비용으로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의 설명. 평균적으로는 1개 기업당 4~5억원 정도가 소요된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현재 175개사 중 100여개사가 회계법인에 내부회계관리제도 준비와 관련한 컨설팅 업무을 맡긴 상황인 것으로 전해졌다.

4~5억원이 컨설팅 비용 평균이라고 치면, 지금까지 400~500억원 가량의 수익이 회계업계에 발생한 셈이다. 아직 수임을 확정하지 않은 상장회사까지 더해지면 1000억원대 규모의 수익이 발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회계업계, "돈 버는 건 좋은데…그만큼 위험성도 커져"

회계업계는 새로운 먹거리를 반기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는 모습이다.

회계감사, 세무자문, 딜 자문 등의 수입 외에 또 다른 분야의 수입이 생긴 것은 환영할만 하지만, 당장의 수입에 도움이 될 뿐 장기적으로 보면 오히려 위험에 대한 책임이 강화된 것이기 때문에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한 회계법인 관계자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강화 정책이 수입에 도움이 되고 있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내부회계관리제도가 검토에서 감사로 바뀌는 것이기 때문에 금감원의 감리대상이 되는 것이다. 이는 일처리가 잘못됐을 경우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는 위험이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연매출이 5000억원에 달하는 대형 회계법인 입장에선 그다지 큰 수입도 아니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한 대형회계법인 관계자는 "전체 매출은 조금씩 상승하겠지만 4대 회계법인의 경우 다른 부분의 연매출이 워낙 크기 때문에 내부회계관리제 수임으로 얻는 수익 비중은 전체 매출의 한자리수(%)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내부회계관리제도가 강화되는 부분에 대해선 위험성과 수익성을 떠나 회계업계 대부분이 찬성하고 있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입장이다.

회계 선진화를 위해선 당연히 걸어가야 할 방향이라는 것이다.

한 회계업계 관계자는 "애초에 내부회계관리제도가 국내에 도입될 때 검토가 아닌 감사로 규정됐어야 했다"며 "자기 반성의 의미에서 감사로 바뀌는 것이 맞고, 회사와 감사인에게 부담은 다소 되겠지만 회계 투명성 제고를 위해 반드시 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개정 외감법이 성공적으로 시행되도록 기업은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충실히 준비해야 하고 회계법인은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기준 등에 대한 교육 등을 통해 감사인의 전문성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