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사 자격'을 보유하고 있는 변호사들에 대해 세무대리 업무 범위를 설정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정부안)과 관련한 동향에 세무사 업계와 변호사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8일 입법예고와 부처협의 등을 거친 세법개정 최종안을 확정했지만, 관계부처(법무부)의 반대로 세무사법 개정안은 최종안에서 제외됐다. 기재부는 추가적인 검토를 통해 세무사법 개정안을 내놓겠다는 방침인데 가야할 길이 결코 만만치 않아 보이는 상황이다. 

세무사법 개정 직업자유 침해 '딜레마'

세무당국은 십 여년 동안 변호사들의 세무대리 등록을 제한해 왔다. 2004년부터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이들은 세무사 자격은 있지만 세무사로 등록하지 못하도록 관련 법(세무사법)이 개정됐기 때문이다. 

자동으로 취득한 세무사 자격증을 가지고 있는 변호사들에 대해서까지 세무대리 업무를 제한한 현행 세무사법 등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지난 4월)이 나오면서, 기재부는 이 관련 규정을 고치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기재부는 대한변호사협회, 한국세무사회 등 세무대리 시장을 참여하는 단체의 입장을 듣고 이를 반영한 개편안을 지난 8월 내놓았다. 구체적으로 세무조정계산서 작성, 조세신고·청구 등의 업무 일체를 허용하면서도 장부작성 대리, 성실신고 확인 업무는 못하도록 했다.

이는 법률사무와 관련이 없고 회계지식을 요구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기재부가 내놓은 결과물은 이해관계자들을 설득시키는데 실패했다. 

관계부처인 법무부가 "충분한 검토를 해보지 못했다"는 이유를 들며 기재부의 행보에 제동을 걸고 나선 것이다. 부처 간 '협의불충분'을 이유로 세무사법 개정은 잠시 보류되면서, 다시 수술대에 오른 상태다. 결과가 어떻게 될 지는 그야말로 '오리무중'이다. 

이에 안팎에서는 현재 분위기만 놓고 볼 때 눈에 확 띄는 수정안이 나오기는 힘들지 않겠냐는 시각이 짙다. 시간을 두고 논의를 한다 한들 이해관계자들의 의견합치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

특히 법무부가 정부의 세무사법 개정안에 대해 '위헌'이라는 평가까지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헌 시비가 발생할 수 있는지에 대한 법리검토(자문 등)를 거쳐 법무부를 설득하겠다는 기재부의 방침이 먹힐지는 미지수다. 

그렇다고 당초안을 그대로 내기엔 모양새가 우스워진다.

세무사회는 기재부에 변호사의 세무사교육(6개월) 의무화 등을 담은 건의안을 제출했으며, 변호사회는 "업무 제한을 다 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두 단체의 주장을 받아들여 시험, 의무교육 등 사전 검증장치를 전제로 한 세무대리업무 영역을 다 풀어주는 방향으로 개정되지 않겠냐는 시각도 나온다.

'법사위 갑질' 이번엔 없을까

조만간 어떤 형태로든 결과물이 국회에 제출될 가능성은 높다는 것이 중론. 남은 것은 국회 논의인데 소관 상임위원회인 기획재정위원회는 어떻게든 넘어간다 해도 법안의 체계·자구를 심사하는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제동이 걸리는 일이 또다시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

그동안 세무사법 개정 작업은 변호사 출신 국회의원들이 '꽉' 잡고 있는 법사위 관문 통과가 쉽지 않았다.

변호사 자격 소지자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 부여하는 제도를 폐지하는 내용의 세무사법 개정안은 16대 국회부터 2003년, 2007년, 2009년 각각 제출되어 기재위를 통과했지만 번번이 법사위에 막혀 유야뮤야된 바 있다. 

한편 헌재가 요구한 제도 개편시한은 내년 말까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