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세무조사 요원이 업무가 바쁘다는 핑계로 납세자의 세금 탈루를 도운 세무대리인의 불법을 방치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21일 감사원이 공개한 서울지방국세청 기관운영감사 자료에 따르면 서울청 조사2국은 지난해 A법인에 대한 세무조사 결과, A법인측 세무대리인 B씨가 2년 치 법인세를 세무서에 신고하면서 증빙서류를 조작해 실제 쓰지 않은 8억원 규모의 가공비용을 계상해 법인세(2억원)를 감소시킨 사실을 확인했다.

국세청이 마련해 놓고 있는 '세무대리인 징계업무 매뉴얼'에 따라 B씨에 대한 징계요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무사 징계요건조사 확인서 및 보고서 등을 작성해 서울청 징계업무담당자(개인납세2과)에게 통보하는 것이 정상적인 업무 절차다. 

하지만 세무조사를 담당했던 국세공무원 C씨와 D씨는 B씨로부터 가공비용을 계상하였다는 내용의 확인서를 요구한 후 다른 업무가 바쁘다는 사유로 미루다가 결국 세무사 징계요건조사 확인서 및 보고서 등을 징계업무담당자에게 통보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감사원은 서울청에 성실의무 위반 혐의가 확인된 B씨에 대한 징계요건조사를 실시해 적법한 징계처분을 내릴 것을 요구했다.  

또 앞으로 세무조사 과정에서 성실의무 위반 혐의가 확인된 세무대리인에 대한 징계요구 등 관련 업무를 철저히 하고, 관련자에게는 주의를 촉구하도록 했다. 

서울청은 감사결과에 별다른 이견을 제기하지 않으면서 B씨에 대해 징계요구가 이루어질 수 있도록 세무사 징계요건조사 확인서 및 보고서 등을 작성해 징계업무담당자에게 송부하겠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서울청 조사3국 자금출처조사 담당자는 세무조사 종결 이후 사인 간 채무를 재산취득자금 출처로 인정하고도 이를 국세행정시스템에 입력 누락한 것으로 드러났다.

자금출처로 인정된 부채가 사후관리대상에서 누락되면 향후 증여세 부과에 문제가 될 수있다는 것이 감사원의 지적이다.

아울러 조사팀 반장이 소득처분을 '상여'로 해야 함에도 '기타사외유출'로 잘못 처분해 소득세가 부족 징수된 경우도 적발됐으며 공동경비초과부담금에 대한 매입세액불공제 누락으로 부가가치세가 징수되지 않은 케이스도 감사 결과 드러났다.

이 밖에 감사원은 미성년자가 할머니로부터 증여(세대생략 증여)받은 재산가액이 20억원을 초과하는데도, 산출세액의 40%가 아닌 30%에 상당하는 금액을 가산해 세금이 부족하게 징수된 경우 감사 결과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부동산 고가매입 및 법인자금 유출 혐의 법인에 대한 세무조사를 미실시한 부분도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포함됐으며, 금품수수 등 청렴의무 위반 행위에 대한 징계를 제대로 실시하라는 주의도 내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