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위원장 최종구)는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의견을 반영해 당초안보다 수위를 낮춘 외부감사법 시행령 재입법안을 최근 발표했다. 특히 당초 예고 됐던 자산기준을 100억원에서 120억원으로 완화하고, 유한회사의 경우 사원수 50인 미만 요건을 새로 추가했다.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됐던 외부감사대상 법인이 사실상 현행 수준을 유지하는 수준으로 방향 전환이 이루어짐에 따라 무거운 긴장감에 사로잡혀 있던 세무사 업계가 한 숨 돌리게 됐다.

업계 안팎에서는 금융위원회가 외부감사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외감 대상을 늘리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게 형성됐었다. 

외부감사제도는 독립된 외부 회계 감사인이 회계처리 등을 검증하도록 해 기업의 건전한 발전을 도모하고, 이해관계인들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 대우조선해양 사태 등으로 촉발된 회계투명성 제고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금융당국이 외부감사 품질 제고는 물론 외감대상 확대가 추진됐다.

실제로 지난 4월 금융위는 원칙적으로 모든 법인은 외감 대상으로 포함하되, 외감법 시행령 개정(안)을 통해 ▲자산(100억 미만) ▲부채(70억 미만) ▲매출액(100억 미만) ▲종업원 수(100인 미만) 등 4개 기준 중 3개를 충족하는 소규모 회사는 외감 대상에서 제외하는 안을 추진했다.

이러한 조치가 시행되면(올해 11월 예정) 금융위는 외감 대상 법인(2016년 말 기준)이 주식회사 700개, 유한회사 3500개 등 총 4200여개가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추산했다.

세무사 업계가 화들짝 놀란 것은 외감 대상이 확대되면 감사인으로 지정된 회계법인이 해당 회사의 세무대리 업무까지 '패키지화' 한 서비스를 제공하게 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럴 경우 세무사들의 업무영역이 크게 축소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피해 정도를 정확하게 가늠 할 수는 없지만 세무사 업계 입장에서는 외감 대상 확대는 직간접적인 피해로 다가올 것이 뻔한 상황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완화되는 방향으로 수정되어 다행"이라며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세무사들은 크게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새로 업계에 뛰어든 세무사의 경우 거래처를 확보하는 데 큰 타격이 있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5월 금융위원장 초청으로 열린 중소기업인 간담회에 참석한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오른쪽 네번째)이 발언하고 있다. 이 회장은 중소기업중앙회와 공조해 관계부처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외감대상 확대의 부당성을 알리는데 주력했다. (사진 한국세무사회)

세무사회·중기중앙회 '공조전략' 소기의 성과 이끌어냈다

금융위원회가 당초 입법예고됐던 외감 대상과 관련한 시행령 규정 등을 수정하면서 외감 대상 법인의 숫자는 현행 2만8900개사(2016년 말 기준)에서 '300개'가 오히려 줄어들게 된다. 이렇듯 '기류'가 완전히 바뀐 배경에는 세무사회와 중소기업중앙회 등의 '공동대응'이 주효했다는 후문.

실제로 이창규 세무사회장은 박성택 중기중앙회 회장과 함께 수차례 여당 중진 의원들을 만나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중소기업의 실정을 감안해 외부감사 대상의 무분별한 확대를 적극 막아달라"고 요청했다.

이 회장은 이와 함께 금융위원회는 물론 중소벤처기업부, 규제개혁위원회 등 관계부처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외감 대상 확대의 문제점을 적극 알렸다. 특히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이라는 생각지도 못한(?) 동력까지 확보되면서 중소기업 입장을 금융위가 적극 수용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세무사회가 중소기업중앙회 등과의 공조라는 '우회전략'을 펼친 것은 자칫 업역을 둘러싸고 회계사 업계와 '밥그릇 싸움'을 벌이는 것으로 인식될 경우, 문제 해결이 힘들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외감 대상 축소 수준이 미미(300개 안팎)한 만큼 세무사 업계 입장에서는 현상 유지에 성공한 수준에 불과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하지만 경제환경이 달라지면 언제든 다시 불거질 수 있는 문제기 때문에 세무사회가 향후 더욱 효과적인 대응논리 등을 개발해 둘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외부감사법 시행령 개정이 완료될 때까지 외감대상이 확대되지 않도록 철저히 점검하고 필요한 경우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다"고 밝혔다.

한편 금융위원회는 세무사회와 중소기업중앙회의 의견을 수용한 외부감사법시행령 개정안을 3일 재입법예고하고, 추가 의견을 수렴한 뒤 법제처 및 규제개혁위원회 심사를 거쳐 오는 11월1일부터 시행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