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올해를 끝으로 폐지 선고를 받았던 교통·에너지·환경세(이하 교통세)가 또다시 생명을 연장한다. 이 세목은 올해 말 이후 개별소비세로 전환을 앞두고 있었는데, 도로·철도 등 사회간접자본시설(SOC) 확충에 투자할 돈을 확보해야 한다는 이유로 폐지시점이 2021년으로 미루어졌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2018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입법예고 기간을 갖고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친 뒤 오는 8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교통세는 SOC 건설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목적세'로 1994년 신설됐다. 휘발유나 경유 값의 30% 안팎을 차지하는 세금이기도 하다. 목적세인 만큼 세수의 80%가 딱 한 가지 목적(SOC 건설)에 투입되고 나머지 15%는 환경 분야로, 5%는 지역발전 및 기타 재원으로 활용된다.

지난해 기준으로 교통세 세수는 15조6000억원이었다.

3대 세목인 소득세(75조원)·법인세(59조원)·부가가치세(67조원) 다음으로 많이 걷히고 있다.

몸집(세수규모)은 큰데 쓰임새가 넓지 않아 국가재정 운영의 경직성을 가중시키는 요인으로 지목, 지속적인 폐지 시도가 이루어졌었다.

교통세는 도입 당시 10년만 운영하고 없앨 세목이었다. 하지만 2003년, 2006년 폐지에 실패했고 2009년 폐지 후 개별소비세로 전환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안이 국회 벽을 넘었다.

그러나 그해 국토교통부 등의 반대에 또 부딪혀 교통세 과세 시한이 3년 더 연장됐다. 이 세금이 없어질 경우 교통시설 투자가 제대로 추진되기 어렵다는 것이 이유였다. 이후 두 차례 연장을 더 거치며 올해 말 폐지를 앞두고 있는 상황에서 또 재연장이 결정된 것이다. 

개편안을 보면 교통세법 적용기한은 2021년 말까지 연장되고, 2020년 1월부터 개별소비세법으로 전환된다. 무려 12년 동안 죽었다 살아나는 걸 반복하는 세법이다. 개편 이유는 교통시설·환경개선·국가 균형발전 투자재원의 안정적 확보로, 과거와 크게 다르지 않다.

일각에서는 목적세를 없애고 이를 일반국세(개소세)에 통합하겠다는 방침을 내놓고도 관련부처 간 업무조율 과정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하면서, 또 다시 일몰(폐지)이 도래했을 때 관행처럼 연장이 되풀이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