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 사업을 하면서도 세금을 내지 않는 비거주자·외국법인들에 대한 과세권 강화를 위한 조치들이 마련된다. 조세조약 등을 악용해 국내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번 돈을 세금 한 푼 없이 들고 '튀는' 외국계 기업들의 행태에 제동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2018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입법예고 기간을 갖고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친 뒤 오는 8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된다

현재 비거주자·외국법인에 대한 국내원천소득 과세시 국내에 사업장이 있는지 여부(고정사업장)에 따라 과세범위와 과세방법이 달라지고 있다.

비거주자와 외국법인의 국내사업장이 없는 경우에는 조세조약이 체결되어 있다면 국내원천 사업소득은 거주지국에서 과세한다. 즉 우리나라는 과세권이 없다. 조세조약이 체결되어 있지 않은 국가 국적을 가진 사업자라면 사업소득에 대해 2%의 세율로 원천징수가 이루어진다. 

만약 국내에 비거주자와 외국법인의 사업장이 있는 경우 조세조약 체결과 관계없이 무조건 국내원천 사업소득과 해당 국내사업장과 관련된 다른 국내원천소득을 신고·납부해야 한다.

국내에 사업장이 있더라도 특정한 경우에는 국내사업장이 아니라고 보는 경우도 있어 우리나라 과세당국과 비거주자·외국법인과의 국내사업장 유무를 두고 치열한 눈치싸움이 벌어지고는  한다. 국내사업장 유무가 곧 세금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비거주자·외국법인의 국내사업장 예외규정은 ▲자산의 단순한 구입만을 위해 사용하는 장소 ▲비판매 목적 자산의 저장·보관만을 위해 사용하는 장소 ▲자기의 자산을 타인이 가공하게 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장소 ▲광고, 시장조사 등 예비적·보조적 성격을 가진 사업활동을 위해 사용하는 장소 등이다.

개정안은 예외규정에 열거되어 있는 장소에서 수행되는 활동이 예비적·보조적 성격을 가진 경우로 한정했다. 쉽게 말해 사업을 하는데 있어 보조적으로 해당 장소를 활용하되, 사업장으로는 쓰이지 않아야 한다는 뜻이다.

자산의 단순 구입이나 보관, 광고, 시장조사 등을 위해 국내에 특정 장소에서 활동을 하는 것은 국내사업장으로 보지 않지만 광고회사에서의 광고나, 구매회사의 구매활동은 해당 기업에서 필수적인 사업활동이기 때문에 국내사업장 예외규정에 적용되지 않는다.

또한 국내사업장 예외 규정을 남용하는 것을 방지하는 안도 신설됐다.

국내의 특정활동 장소가 예비적·보조적 성격으로 활용되더라도 ▲국내에 비거주자·외국법인 또는 특수관계인의 국내사업장이 존재하거나 ▲특정활동 장소가 비거주자·외국법인 또는 특수관계인의 국내사업장의 사업활동과 상호보완적이거나 ▲비거주자·외국법인 또는 특수관계인의 특정활동 장소의 활동이 상호보완적이라는 요건 중 하나라도 충족한다면 국내사업장으로 취급한다.

예를 들어 미국에 본사가 있는 A은행이 국내사업장이 있고 이와 별개로 설치된 정보분석 사무실이 국내에 있으면서 A은행이 대출신청 고객의 정보를 정보분석 사무실에 제공해 A은행에게 분석결과를 알려줄 경우 서로의 활동이 상호보완적이기 때문에 정보분석 사무실도 국내사업장에 해당하는 것이다.

아울러 국내원천소득 과세권 확대를 위해 종속대리인의 범위도 확대된다.

종속대리인이란 비거주자와 외국법인을 위해 계약을 체결할 권한을 가지고 그 권한을 반복적으로 행사하는 사람을 뜻하면 종속대리인이 국내에 있다면 국내사업장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간주된다.

이는 지접 대신 종속대리인을 두는 등 사실상 국내에 지점을 두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면서도 국내사업장이 없다는 이유로 납세의무를 회피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도입된 것이다.

개정안은 종속대리인 요건에 계약 체결권한이 없는 대리인이 중요한 역할을 반복적으로 수행하거나 비거주자·외국법인이 계약의 중요사항을 수정하지 않고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를 추가했다.

종속대리인인지 여부를 판정할 때 적용되는 계약의 종류는 비거주자·외국법인 명의의 계약, 소유권 이전 또는 사용권 허용 계약, 용역제공을 위한 계약 등으로 정확하게 명시했으며 이는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