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2조원대 차명계좌 사건 후폭풍으로 황당한(?) 세금폭탄을 떠안게 된 금융회사들의 집단반발을 계기로 정부가 제도의 불합리한 부분을 수정하는 정책을 내놓았다. 

현재 비실명자산(차명계좌·자산)에서 발생한 이자와 배당소득에 대해선 기본세율 14% 보다 훨씬 높은 90%의 세율로 차등과세하고 있다. 세금은 금융회사가 원천징수해 내도록 되어 있다.  

금융실명제법에 따라 시행되는 차등과세는 그동안 별다른 문제가 없었지만 과세당국이 이건희 회장의 차명계좌를 비롯한 다른 차명자산에도 90%의 세율로 세금을 부과하겠다고 나서면서 논란을 빚었다. 

과세당국이 실명제 도입 이후 개설된 계좌는 명의가 확인된 실명계좌로 인정해 오면서 금융회사들이 그동안 14% 세율로 원천징수를 해 왔지만 최근 이 부분에 대한 과세당국의 입장이 180도 바뀌면서 금융사들이 제대로 원천징수를 하지 않은 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실제로 국세청이 병상에 누워있는 실소유자인 이건희 회장이 아닌 금융사들에게 세금을 다시 원천징수해 내도록 통지, 금융회사들이 납부해야 할 세금이 1000억원 규모로 추산되고 있으며 금융회사들은 현재 과세불복 등 '공동전선'을 펼쳐 과세당국과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개정안을 통해 차명자산에 대해 90%의 세율로 차등과세하는 것은 그대로 유지하되, 원천징수의무자가 고의나 중과실이 없이 기본세율인 14%로 원천징수한 경우에는 실소유자가 소득세 원천징수부족액을 직접 납부하도록 제도를 뜯어 고치기로 했다. 

쉽게 말해 금융회사들이 고의적으로 봐주기 원천징수를 한 것이 아니라면 나머지 세금은 실소유자가 납부하는 것으로 법을 개정, 원천징수의무자가 엉뚱한 세부담을 안는 불상사가 다시는 빚어지지 않도록 한다는 것이다. 

다만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어 이미 논란이 된 사안에 대해선 소급적용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차명자산에 대한 이자와 배당소득의 원천징수세율은 다소 조정된다. 금융회사를 통한 경우 현재와 마찬가지인 90%이 세율이 적용되지만 금융회사를 통하지 않은 경우 40%의 세율이 적용되던 것을 소득세 최고세율과 맞추기 위해 42%로 인상한다.

기획재정부는 30일 이 같은 내용의 '2018년 세법개정안'을 발표했다. 이 개편안은 입법예고 기간을 갖고 차관회의, 국무회의를 거친 뒤 오는 8월31일까지 국회에 제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