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액의 조세회피 전략을 설계·자문한 로펌, 회계법인 등이 자문내용을 국세청에 신고하는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 사전신고 제도를 통해 대기업, 대자산가 등의 지능적인 조세회피 거래를 조기에 탐지해서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24일 'BEPS 방지 프로젝트 관련 입법과제'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2년부터 다국적기업이 각국의 조세제도의 맹점을 이용해 실제 유효세율을 대폭 낮추는 행위를 관련국가의 세원을 잠식(Base Erosion)하고 과세소득을 부당하게 이전시키는 행위(Profit Shifting)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15개의 액션플랜을 제안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BEPS 액션플랜 보고서를 통해 합의된 사항을 조세조약에 반영하거나 입법화를 이끌어내고 있다. 2015년 세법개정 땐 다국적기업에 경영정보 등이 담긴 '국제거래정보 통합보고서' 제출을 의무화시켰다. 2017년엔 다국적기업이 국외특수거래인과 거래하면서 이자비용을 과다 공제하는 '꼼수절세'를 막고자 '이자비용 공제제한 제도' 등을 도입했다.

액션플랜 가운데서 '보고의무 규정(액션번호 12번)'은 의무적인 도입이 강제되진 않는다. 하지만 모범 사례로 제시되고 있는 '조세회피 의심거래 사전 신고제도'의 도입은 긍정적인 방향에서 검토해야 한다는 게 보고서의 주장이다.

미국은 조세회피 혐의 거래에 대해 사전 감시가 꼼꼼하다.

거래 시작 시점에 거래의 구성에 대해 사전에 등록하고, 거래가 발생한 후 거래내역을 신고하는 제도가 1984년부터 작동 중에 있다.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고자 등록의무자 범위를 기존 '혐의거래를 조직한 자'에서 '실질적인 자문을 한 자'로 넓힌 상태다. 미국을 포함한 영국, 캐나다, 아일랜드 등 8개국에서도 이미 시행하고 있거나 최근 도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보고서는 "기업경영의 자유 침해 우려, 보고의무 대상 불명확 등의 문제점도 있을 수 있으므로, 도입 과정에서 충분한 검토와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특히 보고서는 다국적기업의 조세회피 전략에 가장 핵심이 되는 이전가격 조정·고정사업장 회피 문제에 대해선 "아직 국내 세법에 반영되지 않은 부분인 정상가격 과세조정의 절차, 무형자산의 정상가격 산출 방법 등은 조속히 입법화할 필요가 있으며, 향후 추가적인 논의 과정에 따라 도출되는 합의사항은 국내 세법에 충실히 반영해야 한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