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중상위 소득자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하는 과세 체계를 만들어 놓고도 실제로 걷는 세금은 3분의 1에 불과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각종 비과세·감면이 이루어지다보니 실제로 내는 세금의 비중을 말하는 '실효세율'은 낮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증세 정책을 추진하는데 있어 세율을 올리는 방향보단 비과세·감면 제도를 줄여나가는 게 더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이다.

16일 홍우형, 강성훈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최근 발표한 '소득세 법정세율과 실효세율 격차에 대한 연구' 논문을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논문은 세금의 누진성(경제적 능력이 클수록 많이 부담하는 경향)을 파악하기 위해 법정세율과 실효세율을 소득수준에 따라 분석했다.  
 
인적공제·소득공제·세액공제가 적용되기 전 세액을 과세대상 소득금액을 나눠 법정세율을 산출 했으며, 각 소득구간의 총 결정세액을 해당 소득구간의 총 과세대상 소득금액으로 나눠 실효세율을 산출했다.

논문은 소득세 법정세율과 실효세율의 격차를 '세율갭'으로 정의했다. 세율갭은 국가가 납세자의 소득에 추가적으로 과세할 수 있는 잠재적인 과세능력이 된다. 추과 과세할 수 있음에도 실제로는 과세하지 않기 때문에 세율갭은 잠재적인 '세수손실'로 볼 수 있다. 

논문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적인 총 세수손실액은 2015년 현재 55조4000억원이었다.

2012년(47조원) 이후 매년 약 2조5000억원씩 증가하는 추세다. 2015년 근로소득세 총 세수가 28조3000억원인 점을 감안하면, 정부가 걷을 수 있는 총 세수(55조4000억원+28조3000억원)의 3분의 1만 걷은 셈이다. 

개인과세 방식을 적용하는 한국·일본·싱가포르·호주·뉴질랜드·캐나다·핀란드 등 7개 국가를 비교한 결과 한국 잠재 세수손질 비중은 10%대로 가장 높았다. 2·3위를 기록한 일본·캐나다는 6∼7%에 머물렀으며, 호주는 1%도 안됐다.

한국의 소득세 과세체계가 정상 궤도에 오르려면 중상위 소득계층의 조세감면 혜택을 줄여한다고 것이 논문의 주장이다.

논문은 "과도한 세율갭은 소득세 개편 때 소득재분배를 지나치게 강조한 나머지 전체적인 소득계층의 세부담 분포를 제대로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지적하며 "최상위보다 중상위 소득계층을 대상으로 소득세 비과세·감면제도를 축소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