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직속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3일 '종합부동산세제 세율 개편 권고안'을 제시했다.

이 권고안은 종부세를 계산할 때 적용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올리고 세율의 누진도를 키우는 게 주요 골자. 다만 '다주택자의 세부담 강화' 방향성을 제시하고 있음에도, '중과세' 수위를 정하지 않고 정부에 공을 넘겨 버렸다. 

향후 이 부분은 '책임 면피용' 논란으로 번질 여지가 생긴 셈이다. 

그간 종부세법의 취지가 유명무실해졌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았다. 재정개혁특위의 세제개편 방향도 이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종부세가 2008년 제도개편 이후, 주택가액별 납부해야 할 납세인원, 세액이 급감하면서 과세형평이 약화됐다는 것이 재정개혁특위가 바라보는 이 세제의 문제점.

특히 자산불평등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승한 것에 비해 세수증가나 세부담의 누진성은 미약하다고 진단했다.

재정개혁특위가 제시한 권고안에 따르면 공정시장가액비율과 세율을 동시에 인상하도록 했다.

우선 현재 80%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연 5%포인트씩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안이다.

낮은 실거래가 반영률을 높이기 위한다는 조치다.

주택분 세율은 과세표준(세금을 매기는 기준금액) 6억원 초과 구간을 0.05%~0.5%포인트 올리도록 권고했으나, 다주택자에게 종부세를 더 물리게 하는 중과세 방안은 제시되지 않았다.

개혁특위는 이에 대해 "실수요 목적이 아닌 투기목적의 다주택자에 대해서는 세부담 강화가 바람직하다"면서도 "다만, 부동산 시장상황을 고려해 구체적인 개편내용은 정부에 선택의 여지를 주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종합합산토지는 과표 구간별로 0.25~1%포인트, 별도합산토지(상가, 사무실 등)는 전 과표구간에 대해 일률적으로 0.2%포인트 올리도록 했다. 별도합산토지분에 대한 세율이 인상되면서 기업들의 세부담도 일정 부분 늘어날 전망이다.

개혁특위의 권고안의 영향을 받는 대상인원은 약 34만6000명(주택 27만4000명, 종합 6만7000명, 별도 8000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세수효과는 약 1조1000억원 수준으로 내다봤다.

시가 10~30억원을 기준으로 1주택자 종부세 세부담은 0~15.2% 증가하고, 다주택자의 경우 6.3%~22.1%가 오를 것으로 예측됐다.

재정특위 내부에선 '공정가율을 현행으로 유지하되, 주택·종합합산토지만 세율을 인상하고, 별도합산토지는 현행 세율을 유지하자'는 의견도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시가격을 인상하는 부분은 이번 개혁특위의 논의 대상에서 빠졌다. 개혁특위는 "상반기에는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을 내용을 주로 논의했고, 공시가격 인상은 법령개정사항에 해당하지 않아 논의대상에서 제외된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