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심판원이 내린 심판결정에 대해 국세청이 '불복(항소)'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행정심판기관이 처분청 소속이 아닌 독립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을 땐 '자기통제기능'이 떨어지기에 위법성 여부를 보다 신중히 따져봐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서보국 충남대학교 교수는 26일 국세청 산하 국세행정개혁위원회,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주최로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2018년 국세행정포럼'에 참석, '주요 선진국의 조세불복제도 현황 및 시사점'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일본, 독일 등 주요 국가에선 재결기관의 결정을 두고 처분청이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재결기관이 처분청(또는 상급기관)에 속해있기 때문에 이의제기, 소송제기 권한을 부여하는 것 자체가 모순으로 작용할 수 있어서다.

우리나라의 조세심판원은 국세청 소속이 아닌 국무총리실에 속해 있다. 조세불복 사건에 대해 조세심판원이 인용(납세자 승소)하면, 국세청은 부과했던 세금을 모두 환급해야 한다.

조세심판원의 결정이 억울하더라도 국세청은 불복할 수 없다.

일부 국가에선 재결기관에 대한 처분청의 이의제기를 부여하고 있다.

영국은 독립적인 심판소인 상·하급심판소의 재결에 대해 처분청도 행정 불복이 가능하며, 상급심판소의 재결에 있어서도 항소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 서 교수는 "행정심판기관이 처분청에 대한 감독권한이 없는 외부기관인 경우 자기통제기능이 결여되어 있기에 처분청에게 재결에 대한 행정불복, 소송제기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밝혔다.

서 교수는 이에 "감독권이 없는 행정심판기관의 재결에 대한 처분청의 소송불복가능성을 부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대량적·반복적 과세처분의 특성과 인용재결이 유사의 대량사건에 미치는 세수감소의 파생효과를 고려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남소(濫訴)의 방지와 신속한 권리구제를 위해 독일과 같이 제3의 기관으로 이송해 불복여부를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세심판원 결정문에 심판관 '실명' 넣어라"

조세심판원의 심판결정문에 사건을 조사·심리한 상임심판관의 이름을 넣어야 한다는 목소리다.

미국, 영국, 일본의 심판원(또는 심판소)을 비롯해 우리나라의 특허심판원 등의 결정문에는 모두 심판관, 상임위원, 행정법판사의 직책과 실명이 명시되어 있다. 이로 인해 신뢰성과 책임성이 강화되었다는 시각이 적지 않다.

서 교수는 "조사관이나 심사관 등의 실무담당자의 의견서나 사건보고서만으로 결정문이 이루어지는 것을 방지해야 할 뿐만 아니라 처분청의 차후 유사처분에 대한 판단기준을 설시하기 위해 결정문에 결정권자의 실명을 표기해야 한다"고 밝혔다.

여기에 심판관들이 세법해석에 있어 반대의견이 있을 땐 이를 결정문에 넣어, 처분청의 소송제기 가능성의 기준으로 작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재결기관에는 비상임이 아닌 상임심판관(또는 상임위원)을 두고 분야별 심판부를 개최해 재결의 일관성·전문성을 높이고 있다"며 주요국의 조세불복제도 체계를 언급하면서 "단심제로 끝나는 행정심에서 인용률이 높아지는 경우 전문성과 책임주의를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국세청이 운영하고 있는 '이의신청 제도'는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그간 사전적 권리구제인 '과세전적부심'이 활성화되어 있다는 이유로 사후적 권리구제인 이의신청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어 왔다. 주요 국가에선 조세행정에 대한 자기시정기능을 유지하기 위해 처분청에 대한 이의신청 제도를 고수하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