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산세무서는 관리자와 직원, 지역 납세자가 하나 되어 시종일관 활기로 가득차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가 없다면 불가능했을 이런 분위기를 만든 것은 고영일 경산세무서장(사진)이다.

세무대학교(10기) 출신으로 초고속 승진가도를 달려온 그는 본청 기획전담 부서에서 오랫동안 일하며 뛰어난 기획력과 창의력을 기반으로 한 업무능력을 인정받았고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유연한 사고 또한 갖추고 있어 젊은 직원들의 '롤모델' 중 한 명으로 꼽혀 왔다.

태어난 고향은 경기도 평택이지만 그가 현재 가족들과 둥지를 틀고 있는 지역은 놀랍게도(?) 대구다. 오랜 객지 생활에 지치기도 했지만 개인 사정이 엮이면서 중용을 마다한 채 스스로 낙향을 택했지만, 늘 자신이 해오던 버릇 그대로 경산세무서를 완전히 탈바꿈 시켜놓았다.  

복수직 서기관 딱지를 떼어내고 첫 임지였던 북대전세무서에서도, 다음 임지였던 중부지방국세청 법인납세과에서도 그는 직원들에게 일하는 방법과 일한 후의 보람, 그리고 일터의 즐거움을 가르쳐주고 활기로 가득찬 조직 분위기를 직원들과 함께 만들어 냈다. 

'결을 맞추는 것', 각자 개성이 다른 사람들과 어울려 조직 생활하는데 있어 그가 가장 중시하는 덕목이다.

◆…"신규직원, 소통은 서장님이 직접!" = 신규직원들과 소통에 나선 고 서장이 직원들과 함께 사진을 찍고 있다. 고 서장은 신규직원들이 국세청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자주 소통하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노력한다는 후문이다.

작년 이맘 때 즈음 경산세무서에 내려왔을 당시, 그는 침체되어 고여 있던 세무서의 모습을 보고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고. 그는 자신의 특기를 십분 발휘해 세무서를 변신시키겠다고 다짐했고 백방으로 뛰어 다니며 변화를 주도했다.  

본청을 설득, 예산을 확보해 이를 토대로 불필요한 서류, 공간을 다이어트하는 '미니멀오피스(Minimal Office)' 운동을 펼쳐 사무실 공간도 넓어져 직원들로부터 좋은 반향을 일으켰다.

근무 환경을 바꾸고 나서는 조직 분위기를 살리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직접 낸 아이디어로 '나의 동료와 세무서를 섭렵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동료와 세무서에 관해 문제를 내고 맞추는 '골든벨' 행사부터 '경산, since 2018' 온라인 커뮤니티 운영, '동료가 뽑은 1일 세무서장' 선정, 퇴직선배 임무완수식, 50대 직원들의 '지혜, 경험, 정서'를 공유하는 "3통으로 하나 되는 경산 Wanna One 등 다양한 행사를 진행했다.

특히 악성민원 담당을 과의 막내 직원에서 각 과의 과장으로 바꾸는 파격적인 결정으로 조직 분위기를 단번에 휘어잡기도 했다. 가장 힘든 업무는 각 과의 막내에게 미루는 잘못된 관습을 바꾸고 관리자가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이자 직원들이 관리자들을 더욱 믿고 따르게 됐다는 후문이다.

"서장님은 하루종일 직원들이 어떻게 하면 즐겁게 일하고 성과를 낼지를 고민하는 것 같다"는 경산세무서 직원의 말 처럼, 그는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6월 중순의 어느 날 지금 이순간에도 '생각 중'이다.

◆…"밥도 먹고, 영화도 보고…서장님이 친구 같아요" = 직원들과 스스럼없이 소통하기 위해 일상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다가가려고 노력하는 고 서장. 일명 '공무원스럽게' 딱딱한 분위기에서 형식적인 소통과 사진촬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직원들과 친구처럼 식사를 하고 영화도 보는 등 자연스럽게 직원들과 어울리고 있다는 전언이다.

[인터뷰 전문]

Q. 대구와 경산은 인접해있지만 지역 분위기나 납세자들의 성향도 다를 것 같은데, 경산지역의 특징이 무엇인가?

= 경산세무서의 관할 구역은 경산시, 청도군이다. 경산은 자동차부품, 기계금속 제조업이 지역 주력산업으로, 외형 50억 미만 업체가 다수인 중소기업·영세사업자 위주의 산업구조이다. 또 10개의 대학이 소재한 교육도시이다.

경산1·2·3일반산업단지에는 2017년말 기준으로 367개 업체가 입주해 고용 1만4766명, 생산규모 4조6000억원, 수출 14억8900만불을 달성했다. 또 현재 조성 중인 공단은 경산4일반산업단지(2021년 준공예정), 경산지식산업지구(2022년 준공예정), 화장품특화단지(2019년 준공예정), 도시첨단산업단지(2019년 준공예정)이다.

현재 자동차부품 제조업체들은 완성차 기업의 판매부진 여파와 4차 산업혁명이라는 대변혁기를 맞아 미래 먹거리 창출에 대한 애로와 고민을 토로하고 있다. 청도군은 전형적인 농촌지역으로 청도·풍각농공단지에 섬유·음식업 관련 41개 업체가 가동 중이다.

Q. 최근 중점을 두고 추진하고 있는 업무나 업무방향은 무엇인가?

'실질적 소통, 업무효율화, 체계 정비'에 중점을 두고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일은 마음만 맞으면 돌아간다고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직원들 간에 서로 힘을 맞대고 결을 맞추는 분위기가 중요하다. 소통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소통이 잘 되기 위해서는 직원과 관리자, 젊은 직원과 고참 직원, 남직원과 여직원 간에 격의 없는 말과 생각이 자유롭게 흘러야한다.

그래서 우리서는 부서 간, 팀 간에 벽을 없애고 서로 결 맞추고, 헹가래 쳐주는 일터를 만드는 데 방점을 찍고 애쓰고 있다.

소통에 앞서 우선 전제되어야 할 것이 있다. 직원들이 서로 소통할 수 있는 여유를 먼저 만들어 줘야 한다. 자기가 맡은 일이 막힘없이 순조롭게 진행되어야 비로소 동료와 소통할 수 있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 법이다. 이 시점에 관리자의 역할이 긴요하다.

매년 일선 업무량 감축을 위한 일 버리기 운동을 추진한다. 하지만 직원들이 제대로 체감을 하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근본적인 부분을 고치지 않고 일시적으로 변죽만 울리는 경우도 없지 않다.

중요한 것을 간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무적 단계에 있는 직원들 스스로는 절대 일을 버리지 못한다. 하던 일을 버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관리자가 직원들의 일을 깊이 들여다보고 올바른 결단을 내려줘야 한다. 그동안 본지방청의 꾸준한 노력으로 업무가 정말 많이 효율화되었다는 것을 실감한다. 물론 개선되어야 할 사항도 아직 많이 남아 있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일선 현장의 일하는 방식이다.

상황과 시스템이 변했는데 일하는 방식은 예전 방식을 너무나도 고집하다보니 비효율을 답습하게 된다. 긍정적 효과가 있어도 전례가 없으면 선뜻 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어릴 때부터 기출문제를 중심으로 학습을 해왔던 한국인의 고질적인 습성 때문일지도 모른다.

경산세무서는 직원들과 꾸준히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그 과정에서 진짜 비효율적이라고 생각되거나, 개선의 여지가 많은 부분은 서장, 과장이 참여하여 결단을 내려주고 작은 것이라도 잘못된 부분을 하나 둘 고쳐나가고 있다. 이것이 현장 관리자의 진정한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늘 느끼지만 일하는 환경이 일하는 방식과 태도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처음에 이곳에 와서 보니 재산팀과 개인납세과 중간에 파티션으로 구분된 상시 민원․신고창구가 있었다. 이러다보니 내방 납세자를 안내하는 소리, 일부 고성을 내는 납세자의 목소리 등으로 인해 본연의 업무에 집중하는데 많은 어려움이 있었다.

심지어 서고가 부족하여 지하 체력단련실 목욕탕에 서류가 방치되고, 신고창구가 부족해 지하 체력단련실에서 장려금 신청을 받다보니 내방 민원인들의 불평․불만이 적지 않았다.

다행히도 본청 기획실에서 어려움을 공감하고 적극 지원해주신 덕분에 재산팀과 개인납세과에 유리방으로 된 안락한 별도 안내창구를 마련하게 되어 업무집중도와 납세서비스의 품질이 상당히 높아졌다.

불필요한 서류, 공간을 다이어트하는 미니멀오피스(Minimal Office) 운동을 펼쳐 사무실 공간도 넓어지고 특히 서고가 3배 이상 넓어져 공간활용도가 매우 높아졌다. 지난해 하반기에 근무했던 직원들에게 많은 땀을 흘리게 해서 미안한 마음도 크다. 하지만 그 덕분에 지금 근무하는 직원들이 쾌적하게 일하고 있다는 보람을 가져줬으면 좋겠다.

Q. 직원 소통을 위해 구체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과 직원들의 사기진작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시는지?

= 대구경북은 지역 정서상 소통에 매우 취약하다. 소통한다며 무턱대고 직원들에게 다가서면 거부감은 물론 참여를 회피하려는 경향이 강하다. 소위 소통한다며 관리자 중심의 영혼 없는 행사를 하려는 것도 소통을 저해하는 큰 이유일 수도 있다.

예컨대, 직원들과 소통한답시고 함께 영화를 보러가게 되면, 으레 영화관에서 현수막을 들고 가서 사진을 찍는다. '활기찬 조직문화 조성을 위한 영화관람 행사'라고 말이다. 정말 웃지 못 할 공무원 전형의 소통 풍경이다.

소통은 평소 생활과 경계가 없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시나브로 직원들의 생활 속에 스며들면서 자연스럽게 소통하는 여건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서는 3가지 사항에 방점을 찍고 소통하고 있다.

나의 동료 먼저 알기, 직원 자긍심 높이기, 일 잘하는 역량 향상 지원 등이다.

같은 세무서에 근무하면서도 다른 과 직원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아 경산세무서는 '나의 동료와 세무서를 섭렵하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세무서의 기본 사항(예, 세수, 납세자 현황, 경제규모 등)과 동료와 관련된 내용을 문제로 풀어보는 골든벨 행사를 추진했다.

중요한 것은, 사전에 슬쩍 문제를 유출해 직원들의 관심을 한층 높이는데 성공함으로써 문제를 푸는 자체보다 행사 과정에서 세무서와 동료에 대해 관심을 갖는 소중한 계기가 되었다.

이곳 직원들은 솔직히 대면 소통에 취약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먼저 '경산, since 2018'이라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운영해 매일매일 직원들의 일상을 사진과 댓글로 왕성히 공유하고 있다. 이제 어느 덧 커뮤니티 회원이 타서 직원이 더 많을 뿐더라, 방문자도 꾀나 많을 만큼 활성화되고 있다. 아침에 출근하면 방앗간처럼 드나드는 경산세무서의 소통채널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대화의 문을 열기 위해서는 내가 조직과 동료로부터 존중받고 있다는 마음이 들게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래서 몇 가지 자긍심 높이기 프로그램을 경산세무서의 전통으로 삼고 있다. 경산세무서는 지난 납세자의 날을 맞아 비공개 투표를 통해 '동료가 뽑은 1일 세무서장'을 처음 선정했다.

6월 말이나 연말이면 전국 세무서의 공통적인 풍경, 오랫동안 함께 근무해온 선배들의 퇴직 시즌이다. 으레 세무서 과장 이상은 정식적으로 퇴임식을 해주고 있다. 그러나 아쉬운 건 팀장이나 직원이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직원들 스스로 팀장과 직원은 약식 퇴임식을 관행처럼 해왔고 그것을 당연하게 여긴다는 것이다.

이에 경산세무서는 직급에 관계없이 퇴임선배의 임무완수식을 정성스럽게 준비해서 예를 다하고 있다. 퇴임선배의 얼굴을 담은 대형현수막을 준비하여 당사자와 가족들에게 가슴 벅찬 감동을 선사하고, 김영란 법을 고려하여 30~40년의 국세청 발자취를 담은 History 액자를 직접 제작하여 선물해드리고 있다.

이밖에 새내기를 위한 명함을 선물하고 어버이날에는 새내기 직원들의 근무 모습을 담은 액자를 부모님께 직접 우송해 드렸다.

직원 상호 간에 제대로 소통하기 위해서는 각자 주어진 일이 원활히 해결되어야 하는 것이 중요한 전제 조건이다. 이에 경산세무서는 새내기 직원과 희망직원을 대상으로 보고서 잘 쓰기와 결재 잘 내기에 대해 교육을 실시했다.

요즘 일선 현장에서 가장 배려해야 할 대상은 50대 이상 경력직원이다. 이제 새내기 지원 프로그램은 잘 갖춰져 있다. 하지만 50대 이상 고참 직원을 배려하는 지원책은 하나도 없는 것 같다. 대부분의 업무가 전산화되다보니 새내기보다 전산에 덜 익숙한 고참 직원들은 갈수록 역할이 줄고 스스로 위축되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경산세무서는 50대 직원들의 '지혜, 경험, 정서'를 공유하는 "3통으로 하나 되는 경산 Wanna One"이라는 새내기& 50대 고참과 격의 없는 소통을 해서 반응이 좋았다. 선배 직원들은 과거 자신들의 무용담을 후배들에게 들려주며 뿌듯함을 느끼고, 후배들은 선배들이 몸으로 체득한 소중한 노하우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유익한 시간이 되었다.

Q. 5월이 세무서에서는 가장 힘든 달이다. 종합소득세 신고와 장려금 신청 업무를 효과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나?

= 본청에서 꾸준히 노력한 결과, 소득세 신고 시스템이 예전에 비해 엄청나게 효율화되었다. 하지만 이런 개선 속에서도 아직 전화 상담 문의는 적지 않다. 소득세 신고 기간이면 내방 민원인보다 전화 문의에 더 애로를 겪을 정도이다.

이러한 점을 감안해 경산세무서는 전국 최초로 대학생 콜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신고 전에 관내 대구한의대와 MOU를 체결해 세무관련 학과의 우수 대학생 14명을 신고현장에 투입시켰다. 처음엔 소득세 신고업무의 난이도를 고려해 실효성에 의문을 가졌지만, 충분한 사전교육을 통해 기대이상의 효과를 보고 있다.

기존처럼 대학생을 단순 신고안내 도우미로 취급하는 것이 아닌 '지역 납세자의 성실신고를 지원하는 지식 기부단'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고, 대학생들의 현장실습을 지원하는 실질적 역할 분담이 주효했다.

새내기 직원을 통한 충분한 교감과 사전교육을 통해 소득세 신고와 장려금 신청 업무를 척척 소화해내고 있다. 특히, 대학생 4명과 직원 1명으로 구성된 “자체 콜센터”는 소득세 신고와 장려금 전화 상담에 그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시행 초기에는 다소 원활하지 않은 점도 있었지만, 하루하루가 지날수록 직원 수준으로 전화 상담에 능숙해진 대학생들을 보면서 뿌듯함으로 느꼈다. 물론 대학생들 또한 자기 자신들에게 보탬이 되는 현장실습과 지역 납세자를 위한 지식기부에 많은 보람을 느끼고 있다.

금년도는 작년 신고 통계를 충분히 분석해서, 통계를 토대로 장려금 신청 업무를 대폭 개선했다. 예컨대, 장려금 수급 요건에 해당하지 않는 국민이 장려금을 신청하게 되면 그 만큼 신청과 관련한 시간적․경제적 비용이 들게 된다. 국세공무원 입장에서도 장려금 심사업무가 늘어나게 되어 행정력이 불필요하게 소비되게 된다.

이러한 악순환을 해소하기 위해 실효성 없는 전방위 홍보를 과감히 축소했다. 그리고 장려금을 받아야 할 사람들이 빠짐없이 받을 수 있도록 타케팅 홍보로 집중하였다.  특히 원거리 고령 신청자가 세무서까지 오지 않고 쉽게 신청할 수 있도록 작년 장려금 수급자의 주소지를 분석하여 신청자가 많은 주소지를 중심으로 현지 신청창구를 운영하여 호응을 얻었다.

Q. 악성민원 때문에 직원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어떻게 대처하고 있나?

= 국세공무원도 평범한 인간이자 감정노동자다. 가정으로 돌아가면 누군가의 아빠, 엄마이자, 귀한 아들, 딸이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로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모습을 갖춰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최근들어 더 심각해지는 공무원 하대 분위기는 하루 빨리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경산은 온화한 지역 특성상 심각한 악성민원은 많지 않은 것 같지만 간간히 발생하는 악성민원은 직원들에게 너무나도 큰 마음의 상처를 준다. 국민신문고에 실명을 거론하며 일방적인 불만을 표시할 때면 받는 상처도 크지만, 무엇보다 공무원이라는 무게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사과를 할 때면 마음이 문드러지기도 한다.

일전에는 근려장려금 때문에 소란을 피운 20대 민원인이 있었다. 서장실을 갑자기 뛰어 들어와서 대뜸하는 말이 "여기 직원들이 다 사기꾼이다"며 소리를 질렀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실제 받은 장려금이 당초 신청할 때 말한 장려금보다 적어 졌다며 직원이 사기를 쳤다는 것이다.

공무원은 국민을 위한 봉사자이며 친절해야 한다. 하지만 직원들도 인간이기에 마음의 상처받으면 진심어린 봉사심을 끌어 낼 수가 없다. 그래서 경산세무서는 악성민원 담당을 과장으로 바꿨다. 당초에는 각과별 악성민원 총괄이 막내 직원이었다. 그만큼 부담스러운 일이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아주 잘못된 관행이기도 하다. 이젠 이런 부분을 성찰하고 각과별 악성민원 총괄담당은 그 과의 과장이다.

직원들이 본연의 업무에 전념할 수 있도록 관리자들이 나서서 제대로 초동 대응하고 관리자 중심으로 대응책을 구사하고 있다.

Q. 지난 3월 납세자의 날 행사 때 특별히 이벤트를 했다던데, 무엇인가?

= 납세자의 날은 성실납세자를 칭송하고, 국세청의 생일을 자축하는 날이다. 하지만 풍경은 그러하지 않은 것 같다. 모범납세자를 칭송하는 자리가 아니고 그냥 과세관청 일방의 행사이다. 세정의 주인인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거의 없는 것이 사실이다.

경산세무서는 2월 달부터 직원들로부터 많은 의견을 들었다. 모범납세자가 진정으로 자긍심을 갖고, 우리 동료들을 챙겨줄 수 있는 묘안을 짜내기 위해 머리를 맞대고 그 내용을 토대로 실천했다.

행사 후, 가장 호평을 받은 것은 현수막이었다. 모범납세자의 얼굴과 '성실납세한 당신이 어엿한 대한민국의 애국자입니다'라는 문구를 담은 현수막의 효과는 기대 이상이었다. 처음 행사장을 들어오면서 행사장 전면의 현수막을 보고 수상자는 물론 가족, 임직원들이 놀라고 감동을 느끼는 것 같았다. 실제 행사 후에는 자신의 얼굴이 나온 현수막 앞에서 사진을 찍는 해프닝도 벌어졌다.

모범납세자에 대한 홍보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지역 유력 인사들을 모두 초청했다. 이날 세정협의회도 함께 위촉했다. 기존에는 관리자 위주로 다소 폐쇄적으로 운영해왔던 세정협의회는 참여율도 낮고 사실상 유명무실했다.

그러나 다양한 분야의 덕망있는 인물로 위원을 재정비하여 지역 인사와 전 직원 앞에서 공개적으로 위촉하여 투명성과 실효성을 대폭 높였다. 실제 첫 세정협의회 참석률이 100% 이었고, 위촉된 위원 모두 세정발전을 위해 제 역할을 다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1일 명예세무서장, 명예민원봉사실장을 2018년 명예세무서장, 명예민원봉사실장으로 위상을 높였다. 사무실에 비치할 수 있는 크리스탈 명패도 증정하여 평소 본연의 사업과정에서도 세정에 대한 관심을 잊지 않도록 했다.

기존에는 1일 명예세무서장의 '체험용 결재'를 위해 의결권 없는 결재 문서를 임의로 만들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의사결정권을 부여하였다. 납세자의 날 간담회 시 오찬 비용을 세무서, 세정협의회, 명예세무서장 협의회에서 공동 분담하는 것을 경산세무서의 전통으로 정례화 하였다. 김영란 법을 의식한 찝찝한 오찬행사가 아닌 투명한 소통의 본보기가 되어 외부로부터 매우 고무적으로 평가하였다.
  
납세자의 날 후에도 지속적인 외부 소통체계를 유지했다. 납세자의 날 행사에 참석한 모범납세자와 세정협의회, 지역 기업단체, 지역 기관장 등 지역 인사들에게 매일 아침 세정뉴스를 카톡으로 공유하여 세정에 대한 관심과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있다.

외부 못지않게, 직원들을 위한 프로그램도 동일한 비중으로 안배했다. 직원들을 위해 동료가 뽑은 1일 세무서장 선정, 점심시간 도시락 영화 타임 운영, 관리자가 쏘는 커피차 배달 등 다양한 사기진작 프로그램을 시행했다.

Q. 경산세무서에서 하는 나눔과 봉사 활동은 무엇이 있는가?

= 나눔과 봉사활동이라며 이야기를 하려하니 참 부끄럽다. 연말연시나 명절 때쯤 어려운 이웃을 찾아 돕고 있다.

경산시 최초의 사회복지 시설로 아동·청소년·노인 등을 대상으로 무료급식소를 운영하는 경산백천사회복지관에서 매월 무료급식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사회적으로 나눔 체계가 잘 갖춰져 있는 거 같다. 하지만 그러한 제도권 내에서 도움을 받지 못하는 이웃을 찾으려고 애쓰고 있다.

명절에는 복지 사각지대에 처해있는 독거노인, 정신질환자 공동생활시설, 미혼모자 시설을 찾아 전직원이 십시일반으로 마련한 성금과 필요한 물품을 전달하며 나눔을 실천하고 있다.

앞으로는 때가 되면 하는 봉사보다는 평소에 어려운 이웃을 찾아 돕는 나눔을 실천하려고 한다.

Q. 마지막으로 조세일보 독자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다면?

조세일보는 대표적인 조세정론지로서 다양한 세제, 세정분야에 기여하는 바가 가장 크다. 단순히 보도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세정 구석구석의 문제점이나 시대에 뒤떨어진 행정, 구조적인 문제점 등을 새롭고 합리적인 각도에서 내다보고 제언하는 남다른 역할을 하고 있다. 높이 평가할만한 부분이다.

공직사회에서는 잘못된 것을 알고, 고쳐야 된다는 것을 알면서도 스스로 변화하지 못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이러할 때 조세일보가 긍정적인 변화의 넛지가 되어주길 기대하고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