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세(酒稅)가 너무 많아서, 소득을 줄이고 싶으니 계좌를 빌려달라. 그러면 수익을 분배해 주겠다 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가 남녀노소 불문 무차별적으로 살포되고 있어 관심을 끌고 있다.  

대개는 스팸이겠거니 하고 그냥 넘기지만 급전이 필요하거나 돈이 아쉬운 상황이라면 그냥 못 본척 하기가 어려울 수 있다. 3일 동안 자신의 계좌를 빌려주는 것만으로 최대 90만원의 수수료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참기 힘든 달콤한 유혹이다. 

특히 주세 등 세법용어를 써가며 문제가 생길 경우 업체에서 책임지겠다는 말을 보면 심각한 범죄는 아니라는 생각마저 든다.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매출이나 소득을 적게 신고하는 일 정도는 우리 주변에서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 내용 발송자에게 카카오톡으로 문의를 하자 관계자는 "주점이나 노래방에 주류납품을 하다보면 주세가 50% 이상 많이 나와서 개인 계좌를 임대해 하루 최대 600만원을 사용하고 통장을 임대한 임대인에게 수수료로 15%를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세법을 잘 모르는 일반인들 입장에서는 단순히 세금을 적게 내기 위해 다른 사람의 계좌를 빌린다고 생각하지만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수상쩍은 점이 많다.

매출이나 소득을 줄여 소득세를 적게 내기 위해 그렇게 한다면 이해가 가지만 주세를 줄이기 위해 다른 사람 명의의 통장을 빌린다는 것을 일반적인 케이스라 보기 힘들다. 

특히 주세는 공장에서 주류를 출고할 때 이미 매겨져 나오기 때문에 유통업자들은 주세가 포함된 주류를 받아 판매하는 구조다. 유통단계에서 주세 자체를 줄일 수 없다는 이야기다.

그럼에도 이들이 주세를 언급하는 이유는 주세가 다른 세금에 비해 세율이 굉장히 높은데다 일반인들이 잘 알기 어려운 세목이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막걸리 등의 탁주는 주세율이 5%, 약주나 청주, 과실주는 30%인데 반해 맥주나 소주, 위스키는 세율이 72%나 한다. 노래방이나 주점에 납품하는 주류는 대개 맥주나 소주이기 때문에 주세가 50%가 넘는다는 말을 곧이 곧대로 믿는 사람이 생길 수도 있는 것이다.

이 문자를 접한 국세청 관계자는 터무니 없다는 반응이었다.

공장출고가에 이미 포함된 주세를 유통업자가 어떻게 임의로 줄일 수 있냐는 것이다.

무차별적으로 발송된 문자를 자세히 살펴보면 현금을 인출할 수 있는 체크카드를 퀵서비스로 배달해주면 3일 동안 계좌를 사용하고 수수료와 함께 계좌 소유자에게 퀵서비스로 다시 갖다주는 방식으로 거래하고 있는데 흡사 대포통장 대여와 비슷하다.

보이스피싱에 필요한 대포통장을 대여하기 위해 어려운 세법용어를 써가며 사람들을 현혹시킨다는 추론이 가능한 것이다.

실제 인터넷에서는 이 문자를 올려놓고 "보이스피싱 피해자이자 피의자가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글도 올라와 있다. 문자내용은 그대로지만 발송자는 'OO유통'이나 'OO상사' 등 계속해서 달라진다.

범죄에 연루되지 않으려면 이런 문자는 무시하는 것이 좋다.

본인은 보이스피싱인 줄 모르고 계좌를 빌려줬다고 하더라도 주장하더라도 경찰에서는 보이스피싱 피의자로 분류해 앞으로 금융거래를 할 때 여러가지 제약을 받게 된다.

경찰 관계자는 "대포통장을 제공한 사람의 경우, 금융기관에 금융질서문란자로 코드가 등재돼 신용·체크카드 개설, 신규 대출 등에 제한을 받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