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오후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 2층 중회의실에서 열린 한국조세정책학회 제 4차 세미나. 이날 법학자들로 구성된 패널은 향후 개헌안에 담을 조세와 재정 분야에 관한 다양한 조항들을 논의했다. (왼쪽부터) 김광묵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변혜정 서울시립대 교수, 임지봉 서강대 교수, 박종수 고려대 교수, 차진아 고려대 교수, 서보국 충남대 교수

헌법 개헌안이 국회 정족수 부족으로 부결된 가운데 향후 개헌안에 담을 조세와 재정 분야에 관련된 내용을 심도 있게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다.

한국조세정책학회(학회장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는 지난 25일 오후 중소기업중앙회 2층 중회의실에서 '개헌논의와 조세재정분야의 쟁점과 과제'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는 박종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맡았으며 토론자로는 김광묵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수석전문위원, 변혜정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 서보국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가 참여했다.

"납세자 권리 헌법상 명시돼야"

발제자로 나선 박종수 고려대 교수는 "현행 헌법이 국민의 납세의무와 조세법률주의만을 규정하고 있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현행 헌법은 국민의 기본의무로서 납세의무를 규정하고 있지만 단순히 무조건 세금을 내라는 식의 기본의무만을 부여해선 안 된다"며 "국세기본법 제18조 제1항 세법의 해석, 적용에 있어서는 납세자의 재산권이 부당 침해되지 않도록 하는 규정을 통해 조세의 형평성 원칙을 명문화 하고 있다"고 전제했다.  

이어 "이를 법률 단계가 아닌 헌법 측면에서 보장함으로써 주권자로서의 지위를 보다 더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며  "문재인 대통령이 발의한 개헌안에서 조세와 재정분야에 대한 고민이 부족했다. 개헌안이 현행 헌법상에 있는 제38조와 제59조 두 개 조문을 그대로 답습하는데 그쳤다"고 이유를 밝혔다.  

박 교수는 미국, 오스트리아, 독일, 등과의 헌법 조항을 비교하며 "우리나라는 조세와 관련된 조항이 2가지 뿐 이지만 선진국에는 조세와 관련된 입법권한과 과세관할 등이 포함된 조항이 많다"고 언급했다.

이밖에 박 교수는 ▲국가와 지자체간의 과세권·과세관할 조정 ▲지방세 세목신설권 창설 ▲납세자 경정청구권의 헌법적 근거 마련 ▲납세자 소송법 등을 제언했다.  

◆…한국조세정책학회(학회장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가 '개헌논의와 조세재정분야의 쟁점과 과제'를 주제로 개최한 제4차 조세정책 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두 손을 맞잡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예산법률주의' 논의는 충분한 검토 필요"

이어진 토론에서는 개헌안에 포함될 재정분야에 대한 논의가 계속됐다.

토론자들은 개헌안에 담길 예산 관련 제안으로 '예산법률주의'가 가장 큰 이슈라고 입을 모았다.

국회 개헌특위 자문위에서 경제·재정분과 위원으로 활동한 바 있는 차진아 고려대 교수는 이미 자문위 보고서에서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는 내용이 담긴 바 있다고 언급했다.

차 교수는 "현대 행정국가에서 의회의 정부에 대한 통제의 실효성 확보를 위해 재정통제의 강화가 필수적이며, 이를 위해 예산법률주의 도입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헌법학계에서 오래전부터 공감대를 형성한 바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차 교수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예산법률주의 도입에 반대하는 견해가 많았고 그로 인해 논란이 많았다는 내용을 언급했다.

박 교수는 이를 두고 "예산법률주의를 도입하더라도 무분별한 자기지역구 챙기기 식의 의원입법이 계속 있는 한 예산과 법률의 불일치는 이후에도 계속 생길 수 있다"며 "넓은 의견 수렴을 통해 도입 여부와 구체화 방안에 대해 충분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와 별개로 토론자들은 대통령 개헌안 발의 후 60일 이내 국회에서 찬반 표결을 해야 하는 부분에 아쉬움을 나타냈다.

서보국 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개헌안이 발의된 후 60일 내 국회에서 표결을 거쳐야하기 때문에 학자들 간에 다양한 논의를 통해 개헌안을 보완할 수 있는 시간이 짧아 아쉽다"고 말했다.

오문성 학회장은 "공교롭게도 24일 대통령의 헌법개정안이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사실상 폐기될 상황이지만 향후 헌법개정안 입안 시 고려해야 할 점을 미리 짚어본다는 점에서 충분히 의미 있는 세미나가 됐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