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과세 적법여부를 따지는 '국세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국세청에서 운영하는 불복제도의 실효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 국세청은 세무조사 결과에 따른 세금 고지서를 보내기 전 먼저 과세예고통지서를 보낸다. 납세자에게 세금을 얼마나 내야 할지를 알려주기 위함이다. 통지된 세금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납세자는 '과세전적부심사'를 청구(과세예고통지를 받을 날부터 30일 이내)할 수 있다.

국세청에 '자기시정' 기회를 주면서, 위법 부당한 처분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다는 차원으로 1996년 4월 도입·시행되고 있는 제도다. 

국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과세전적부심 처리 건수는 2541건. 1년 전(2864건)보다 줄어들긴 했으나 여전히 적지 않는 납세자가 국세청의 과세 처분에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같은 기간 납세자의 의견을 받아들인 채택결정 건수는 611건이었다.

납세자가 사전적 구제를 요청하면 국세심사위원회에서 심의를 열고 30일 안에 심사 결과를 내놓는 구조인데, 이러한 결정에 대해 법적 구속력이 결여되면서 추후 당초 결정을 번복하고 과세하더라도 아무런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구조다.

즉 과세전적부심을 통해 내야 할 세금을 구제받았던 납세자가 부지불식간에 '뒷통수'를 맞더라도 그 누구도 책임을 지지 않는 셈.  

익명을 요구한 한 조세전문가는 "납세자로서는 과세전적부심사의 채택결정이 구속하는 것으로 받아들이는 것이 현실"이라며 "국세청 스스로 쉽게 이를 번복될 수 있는 구조라면 과세전적부심사의 결정이 사실상 무의미해지는 결과가 발생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 지방국세청 국세심사위원회의 과세전적부심사청구 심의에서 불채택 된 사안이 사후적 조세불복제도인 심사청구 단계에서 채택으로 바뀐 경우가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과세전적부심사의 결정에서 과세를 하지 않기로 했다가, 감사원 시정요구에 따라 번복된 경우도 있었다.

과세전적부심사나 심사청구 모두 국세심사위원회에서 심의를 하기 때문에 두 결정의 효력을 다르게 부여하는 게 불합리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현재 기획재정부는 '과세전적부심사청구 결정의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는 내용의 국세기본법 개정 건의안을 올해 세법개정안에 담을지 여부를 놓고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국세심사위원회의 결정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시각이 많다.

단순히 세법 조문을 고치는 수준이 아닌 조세심판원과 같은 별도의 독립적인 행정기관을 만드는 등 덩치가 커질 수 있기 때문. 기재부 관계자는 "법적 구속력을 인정하려면 국세심사위원회를 별도의 행정기관으로 만들어야 하는데, 이 과정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국세청은 불복제도의 신뢰성이 법적 구속력에 좌지우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해서 심사위원회의 결정을 따르지 않는 것은 아니다"라면서 "별도의 사실관계가 있거나 명백한 탈루 혐의가 있을 땐 제대로 집행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