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오후 서울 충정로 한국공인회계사회에서 열린 '삼성증권 배당사고, 무엇이 문제인가?' 세미나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삼성증권의 112조원대 유령주식 배당·유통사태 재발을 막기 위한 기존 거래시스템의 문제점을 살펴보고 과세문제와 함께 제2의 삼성증권 사태를 막기 위한 전문가들의 제언이 쏟아졌다.

한국조세정책학회는 27일 오후 서울 충정로 한국 공인회계사회 5층 대강당에서 '삼성증권 배당사고,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은 발제를 통해 삼성증권의 112조원 배당사고로 잘못 들어온 주식을 처분한 삼성증권 직원들에게 현행 세법규정 하에서는 과세가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2017년 12월31일 기준 소유주식의 비율 또는 시가총액 기준으로 최대주주에 해당하는 삼성증권 직원은 없었다"며 "기존 세법과세 논리로는 대주주의 상장주식 양도에 따른 과세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착오 입고된 주식을 포함하면 소유주식 비율이 대주주 요건에 해당해 과세할 수 있다는 일부 주장에 대해선 "잘못 들어온 주식은 실제 존재하지 않는 유령주식이므로 소유주식에 포함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해당 주식을 정상적인 주식으로 보더라도 늘어난 주식이 발행주식 총수에 포함된다면 대주주 요건을 갖추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오 학회장은 착오로 들어온 주식을 매도함에 따라 생긴 이익을 세법상 위법소득의 논리로도 과세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오 학회장은 "매매차익에 대해 민사상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한 이후 남는 소득은 위법소득으로 과세하는 것이 맞지만 현실적으로 손해배상 청구 이후 남는 금액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소득세법상 위법소득이 뇌물 및 알선수재 및 배임수재에 의해 받는 금품으로 한정되기 때문에 이번 사항은 위법소득으로 과세할 수 있는 세법상 근거와 소득이 있을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토론회에 참석한 사회자 및 발제자, 토론자들이 토론회 종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이한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최원석 조세정책학회 총무이사, 오문성 조세정책학회 회장, 김용민 전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박남건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장재형 율촌 세제팀장.

오 학회장의 발제에 이어 삼성증권 배당사고와 관련 과세문제부터 재발 방지책까지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 교환이 이뤄졌다.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는 "삼성증권에 대해 법인세법상 부당행위계산부인 적용은 조세부당감소 목적이 있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에 익금과세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한 "국내세법은 기타소득을 뇌물 등으로 한정적으로 규정하고 있어 양도소득 과세가 어렵고 만약 과세하더라도 실익이 없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다만 "증권거래세는 양도차익과 관계 없이 거래에 따라 발생하는 것으로 일단 과세된 부분에 대해서는 환급이 어렵다"고 밝혔다.

문 교수는 이론적인 검토를 전제로 삼성증권이 시행한 손해배상과 관련 원상회복을 넘어서는 손해배상에 대한 과세는 가능할 것으로 본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은 "삼성증권이 투자자들에게 보상을 제공한 부분을 삼성증권의 각 사업년도소득을 계산함에 있어 손금으로 인정될 수 있는지 논란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삼성증권의 보상이 통상성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오 학회장은 "결국 업무관련성이 있느냐에 문제인데 직원이 잘못한 것은 업무관련성이 있다고 봐야하지만 삼성증권이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것은 중과실"이라며 "과세관청은 삼성증권이 손금 인정을 주장하더라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공매도 폐지 주장과 함께 증권업계 전반의 허술한 전산시스템 문제도 언급됐다.

오 학회장는 이번 사고와 공매도는 본질적으로 성격이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는 "공매도는 부정적인 면도 있지만 주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널리 인정되고 있다"며 "따라서 공매도를 폐지하기보다는 오히려 개인-기관간 공매도 접근성의 불균형을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한상 고려대학교 경영학과 교수 역시 "삼성증권 사태는 공매도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동의했다.

이 교수는 "이번 사태의 본질은 허술한 전산시스템 디자인의 문제로 금융권 전산 전문 개발자 박지훈씨의 견해에 따르면 삼성증권의 IT 인력이 타사의 타사 5%에 미치지 못하는 3%대 중반이며 외주에 많이 의존한다"며 "이는 결국 경영진이 전산시스템을 비용으로만 생각한다는 방증"이라고 꼬집었다.

또한 "삼성 계열사 IT프로젝트를 SDS가 독식하는 과정이 프로젝트의 결과물이 부정적으로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박남건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는 "이번 사고는 예탹결제원이 총발행주식수 관리를 못해 발생한 것으로 삼성증권만의 문제로 볼 수 없다"며 "예탁결제원이 총발행주식을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 발제는 학회장인 오문성 한양여대 교수가 맡았다. 사회는 김용민 전 기획재정부 세정실장이, 토론회 패널로는 문성훈 한림대 경영학과 교수, 박남건 인하대 글로벌금융학과 교수, 이한상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 장재형 법무법인 율촌 세제팀장 등이 참여했다. 

오 학회장은 개회사에서 "삼성증권 배당사고가 반복된다면 증권거래시스템 자체에 대한 불신으로 자본시장이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문제점과 개선점이 함께 도출 돼 경제 및 조세정책입안에 도움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