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고시회

[기고]가업승계세제와 조세중립성(하)	2018.03.29
필자는 앞의 글에서 가업에 대한 상속세가 기업가의 장기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국가경제 전체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기업의 올바른 투자의사결정과 국가경제의 건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상속세의 그러한 부정적 측면을 교정하는 가업상속세제가 필요함을 적은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조세중립성의 관점에서 현행 가업상속세제의 구체적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살펴보기로 한다. 조세중립성의 관점에서 본 가업승계세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첫째, 우리 상증세법상 가업상속공제의 대상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주식이다. 법인의 규모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조금이라도 넘으면 가업상속공제를 전혀 적용받지 못한다. 따라서 중견기업의 경영자가 자녀에게 가업상속공제를 받게 해주려면 중견기업을 넘는 규모로 기업을 키워서는 안 된다. 세법이 경영자에게 기업을 성장시키도록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시키지 않게끔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조세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중견기업이 중견기업을 넘는 규모로 성장한 경우에도 중견기업의 규모에 상응하는 가업상속공제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기업가가 가업상속공제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한 염려 없이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둘째, 우리 상증세법은 자산, 지분 및 고용 유지 등의 사후관리요건을 기본적으로 10년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위 요건을 7년 미만으로 유지한 경우 가령 6년 11개월간 유지하다가 흠결된 경우에도 상속세를 전액 부과한다. 또 9년 이상 10년 미만으로 유지한 경우에도 원래 상속세의 70%까지 부과한다. 기업은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 특히 IT 기술의 발달로 하루가 멀다 하고 경영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IT 등 정보기술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생산·판매하는 우리 기업들의 경우 변화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 최근 기업들을 보면 10년 이상 지속되는 우량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워낙 기업환경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선도적으로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기 일쑤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업종을 바꾸어야 할 때도 있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하여 다른 투자자를 주주로 끌어들여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긴박한 필요가 있을 때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도 있다. 그런데 상증세법은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기업이 7년 내에 업종을 바꾸거나 지배주주가 주식을 처분하거나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상속세를 과세하고 있다.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을 수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때(근로기준법 24조 1항)조차도 가업상속공제의 혜택이 박탈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후대 경영자는 기업의 업종이나 지분구조 등을 바꾸자니 상속세를 부과 당하게 되고, 상속세를 피하자니 기업경영이 고착화·경직화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기업이 위기에 빠져 자산의 처분과 인력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인데도 경영자가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요건을 유지하기 위하여 경영혁신에 눈감는다면 이것이야말로 도덕적 해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세법은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것을 사실상 조장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방지하려면 사후관리의 예외사유를 좀 더 확장하고, 기간별 추징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 그래서 사후관리요건과 기간별 추징률에 대한 염려 때문에 정작 기업경영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9년 11개월과 10년은 불과 1개월 차이인데, 상속세 추징률이 70%나 차이가 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기간별 추징률을 좀 더 완만하고 부드럽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맺는 말 세금은 많은 경우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을 교란한다. 특히 가업에 대한 상속세는 기업가의 장기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한 부정적 효과는 개별 기업에 그치지 않고 전체 국가경제의 장기적 성장을 저해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따라서 가업에 대한 상속세가 기업의 의사결정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지 않고, 기업의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업승계세제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은 중소·중견기업을 제2, 제3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시켜 기존 재벌기업의 비중을 낮추고 견제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고]가업승계세제와 조세중립성(하)

2018.03.29

필자는 앞의 글에서 가업에 대한 상속세가 기업가의 장기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장기적으로 국가경제 전체의 성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을 밝힌 바 있다.

그리고 기업의 올바른 투자의사결정과 국가경제의 건실한 성장을 위해서는 상속세의 그러한 부정적 측면을 교정하는 가업상속세제가 필요함을 적은 바 있다.

이 글에서는 조세중립성의 관점에서 현행 가업상속세제의 구체적 문제점과 개선방안을 살펴보기로 한다.

조세중립성의 관점에서 본 가업승계세제의 문제점 및 개선방안

첫째, 우리 상증세법상 가업상속공제의 대상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의 주식이다.
법인의 규모가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을 조금이라도 넘으면 가업상속공제를 전혀 적용받지 못한다.

따라서 중견기업의 경영자가 자녀에게 가업상속공제를 받게 해주려면 중견기업을 넘는 규모로 기업을 키워서는 안 된다.

세법이 경영자에게 기업을 성장시키도록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성장시키지 않게끔 유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조세가 기업의 의사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예 중 하나가 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해소하려면 중견기업이 중견기업을 넘는 규모로 성장한 경우에도 중견기업의 규모에 상응하는 가업상속공제는 그대로 인정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야만 기업가가 가업상속공제의 적용을 받지 못하게 되는 것에 대한 염려 없이 기업활동에 전념할 수 있다.

둘째, 우리 상증세법은 자산, 지분 및 고용 유지 등의 사후관리요건을 기본적으로 10년간 유지하도록 하고 있다.

그리고 위 요건을 7년 미만으로 유지한 경우 가령 6년 11개월간 유지하다가 흠결된 경우에도 상속세를 전액 부과한다. 또 9년 이상 10년 미만으로 유지한 경우에도 원래 상속세의 70%까지 부과한다.

기업은 변화하는 경영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해야 생존할 수 있다.

특히 IT 기술의 발달로 하루가 멀다 하고 경영환경은 급변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IT 등 정보기술관련 제품과 서비스를 더 많이 생산·판매하는 우리 기업들의 경우 변화의 필요성은 더욱 크다.

최근 기업들을 보면 10년 이상 지속되는 우량기업을 찾기가 쉽지 않다. 워낙 기업환경이 빠르게 변하기 때문에 선도적으로 변화하지 못하는 기업은 도태되기 일쑤다.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과감하게 업종을 바꾸어야 할 때도 있고, 재무구조 개선을 위하여 다른 투자자를 주주로 끌어들여야 할 때도 있다. 그리고 긴박한 필요가 있을 때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필요한 때도 있다.

그런데 상증세법은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기업이 7년 내에 업종을 바꾸거나 지배주주가 주식을 처분하거나 근로자의 고용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상속세를 과세하고 있다.

기업이 근로자를 해고하지 않을 수 없는 긴박한 경영상의 필요가 있는 때(근로기준법 24조 1항)조차도 가업상속공제의 혜택이 박탈된다.

이러한 상황에서 가업상속공제를 받은 후대 경영자는 기업의 업종이나 지분구조 등을 바꾸자니 상속세를 부과 당하게 되고, 상속세를 피하자니 기업경영이 고착화·경직화되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기업이 위기에 빠져 자산의 처분과 인력구조조정이 시급한 상황인데도 경영자가 가업상속공제의 사후관리요건을 유지하기 위하여 경영혁신에 눈감는다면 이것이야말로 도덕적 해이가 될 것이다.

그런데 세법은 의도한 것은 아닐지라도 그것을 사실상 조장할 수 있다.

이러한 문제점을 방지하려면 사후관리의 예외사유를 좀 더 확장하고, 기간별 추징률을 낮출 필요가 있다.

그래서 사후관리요건과 기간별 추징률에 대한 염려 때문에 정작 기업경영에 악영향을 주지 않도록 해야 한다.

그리고 9년 11개월과 10년은 불과 1개월 차이인데, 상속세 추징률이 70%나 차이가 나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 기간별 추징률을 좀 더 완만하고 부드럽게 설계할 필요가 있다.

맺는 말

세금은 많은 경우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을 교란한다. 특히 가업에 대한 상속세는 기업가의 장기투자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그로 인한 부정적 효과는 개별 기업에 그치지 않고 전체 국가경제의 장기적 성장을 저해하는 데까지 이를 수 있다.

따라서 가업에 대한 상속세가 기업의 의사결정을 잘못된 방향으로 유도하지 않고, 기업의 성장을 도울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가업승계세제를 마련하여야 할 것이다.

그것은 중소·중견기업을 제2, 제3의 글로벌 플레이어로 성장시켜 기존 재벌기업의 비중을 낮추고 견제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