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고시회

[기고]가업승계세제와 조세중립성(상)	2018.03.28
조세중립성이란 무엇인가? 미시경제학에 의하면 경제주체가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함에 따라 전체 경제는 가장 효율적인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 조세가 도입되면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을 교란하여 경제를 비효율적인 상태로 바꾼다. 그 이유는 조세가 경제주체의 기대수익에 영향을 미쳐서 거래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세는 가급적 개인의 거래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이 조세가 거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을 조세중립성(tax neutrality)이라 한다. 현실에서 조세가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예로는 양도소득세가 있다. 양도소득세는 자산의 보유기간 중에는 자산의 가치증가를 과세하지 않고, 양도시점에 가서 한꺼번에 과세한다(실현주의). 그로 인하여 자산 보유자가 그 자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는 것이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더 바람직하더라도, 세금부담 때문에 처분을 꺼리게 된다(동결효과). 그런데 조세가 이와 같이 개별 자산의 처분 여부에서 더 나아가서 한 기업의 흥망성쇠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어떨까? 가업승계세제는 조세가 경제적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례이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성장전략과도 관계된다. 가업승계세제는 가업의 승계(상속, 증여)에 대하여 과세를 이연하거나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를 말한다. 가업승계세제는 가업(개인, 법인)의 상속과 증여를 모두 다루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가업이 법인인 경우를 전제로 가업의 상속에 관한 세금에 대해서만 논하기로 한다. 조세중립성의 관점에서 본 가업승계세제의 필요성 가업승계세제는 기업의 투자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제의 성장을 좌우할 수 있다. 기업가가 자신이 일군 기업을 후세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선대 경영자로부터 법인의 주식을 물려받은 자녀가 거액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하여 그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할 수 있고, 이러한 과정 등을 통하여 자녀의 경영권 지분이 줄어들거나 없어지게 된다. 그런데 경영권이 자녀에게 승계되어 보유될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이 없으면, 경영자는 미래의 수익이 불확실한 장기투자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기업을 제3자에게 매각할 때 가치를 인정받기 쉬운 단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상속세가 없었을 경우와 비교할 때 기업이 장기투자를 꺼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상속세가 기업의 장기투자 의사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가업에 대한 상속세의 기능은, 토지를 국유화하고 개인에게는 토지의 사용권만을 인정하자는 견해의 맹점과 비슷하다. 가장 큰 문제는, 그렇게 되면 토지에 장기적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사용기간의 만료시점에 가까울수록 그 토지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업은 시장의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윤을 창출하여 존속하고 성장하는 존재이다.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주먹에 맞기를 겁내는 권투선수와 같다. 특히 국가경제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기술집약적인 첨단산업들은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투자들은 대체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기업이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창업주 1대의 노력만으로 부족하고, 2대, 3대에 걸친 장기투자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와 같이 소수 재벌그룹에 의한 독과점체제가 고착화된 경제체제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을 더 성장·발전시켜서 기존 대기업의 국가경제 내 비중을 줄이고 견제하는 대항마 역할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에는 여러 세대에 걸친 장기적 투자가 필수적이다. 가업승계에 상속세의 특례를 인정해주는 것은 기업의 투자의사결정에 관한 상속세의 교란효과를 바로잡는 면이 있다. 가업승계세제는 단순히 기업가에 대한 조세 혜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장기적 투자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가경제 전체의 지속적 성장을 담보하게 된다. 기업이 먼 미래의 수익을 바라보는 장기투자를 멀리하고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단기투자에만 집중하는 국가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가업승계세제는 상속세가 가지는 장기투자 저해효과를 교정하여 기업이 올바른 투자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맺는 말 아담 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우리가 따뜻한 빵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이윤추구 때문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현재 '부의 세습을 차단'하여야 한다는 소득재분배의 목소리에 묻혀서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최소한 저해하지 않는 세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파이를 공정하게 나누는 일'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나눌 대상이 되는 '파이'를 만드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소득재분배 제도가 재분배될 소득을 줄여서 결과적으로 하향평준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고]가업승계세제와 조세중립성(상)

2018.03.28

조세중립성이란 무엇인가?

미시경제학에 의하면 경제주체가 주어진 자원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함에 따라 전체 경제는 가장 효율적인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여기에 조세가 도입되면 경제주체의 의사결정을 교란하여 경제를 비효율적인 상태로 바꾼다.

그 이유는 조세가 경제주체의 기대수익에 영향을 미쳐서 거래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조세는 가급적 개인의 거래에 관한 의사결정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와 같이 조세가 거래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을 조세중립성(tax neutrality)이라 한다.

현실에서 조세가 거래에 영향을 미치는 대표적인 예로는 양도소득세가 있다. 양도소득세는 자산의 보유기간 중에는 자산의 가치증가를 과세하지 않고, 양도시점에 가서 한꺼번에 과세한다(실현주의).

그로 인하여 자산 보유자가 그 자산을 다른 사람에게 처분하는 것이 경제 전체의 관점에서 더 바람직하더라도, 세금부담 때문에 처분을 꺼리게 된다(동결효과).

그런데 조세가 이와 같이 개별 자산의 처분 여부에서 더 나아가서 한 기업의 흥망성쇠까지 영향을 미친다면 어떨까?

가업승계세제는 조세가 경제적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중요한 사례이고, 장기적으로는 우리나라의 성장전략과도 관계된다.

가업승계세제는 가업의 승계(상속, 증여)에 대하여 과세를 이연하거나 과세대상에서 제외하는 제도를 말한다.

가업승계세제는 가업(개인, 법인)의 상속과 증여를 모두 다루지만, 이 글에서는 편의상 가업이 법인인 경우를 전제로 가업의 상속에 관한 세금에 대해서만 논하기로 한다.

조세중립성의 관점에서 본 가업승계세제의 필요성

가업승계세제는 기업의 투자전략에 영향을 미치고, 장기적으로는 국가경제의 성장을 좌우할 수 있다.

기업가가 자신이 일군 기업을 후세에게 물려주려고 하는 것은 당연한 인지상정이다. 그런데 선대 경영자로부터 법인의 주식을 물려받은 자녀가 거액의 상속세를 마련하기 위하여 그 주식을 제3자에게 매각해야 할 수 있고, 이러한 과정 등을 통하여 자녀의 경영권 지분이 줄어들거나 없어지게 된다.

그런데 경영권이 자녀에게 승계되어 보유될 것이라는 확실한 보장이 없으면, 경영자는 미래의 수익이 불확실한 장기투자를 하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보다는 기업을 제3자에게 매각할 때 가치를 인정받기 쉬운 단기적이고 안정적인 투자에 집중할 가능성이 크다.

애초에 상속세가 없었을 경우와 비교할 때 기업이 장기투자를 꺼리게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상속세가 기업의 장기투자 의사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되는 것이다.

이 경우 가업에 대한 상속세의 기능은, 토지를 국유화하고 개인에게는 토지의 사용권만을 인정하자는 견해의 맹점과 비슷하다.

가장 큰 문제는, 그렇게 되면 토지에 장기적 투자를 하지 않을 것이고, 사용기간의 만료시점에 가까울수록 그 토지는 제대로 관리되지 않고 방치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그러나 기업은 시장의 불확실성이라는 위험을 감수하면서 이윤을 창출하여 존속하고 성장하는 존재이다. 기업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대방의 주먹에 맞기를 겁내는 권투선수와 같다.

특히 국가경제의 수준을 끌어올리는 기술집약적인 첨단산업들은 장기적인 대규모 투자가 필요하다. 그런데 이런 투자들은 대체로 미래의 불확실성을 안고 있다.

그리고 하나의 기업이 국내시장을 넘어 세계시장에서 통하는 일류기업으로 성장하는 데는 창업주 1대의 노력만으로 부족하고, 2대, 3대에 걸친 장기투자가 필요한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와 같이 소수 재벌그룹에 의한 독과점체제가 고착화된 경제체제에서는 중소·중견기업을 더 성장·발전시켜서 기존 대기업의 국가경제 내 비중을 줄이고 견제하는 대항마 역할을 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그러한 중소·중견기업의 성장에는 여러 세대에 걸친 장기적 투자가 필수적이다.

가업승계에 상속세의 특례를 인정해주는 것은 기업의 투자의사결정에 관한 상속세의 교란효과를 바로잡는 면이 있다.

가업승계세제는 단순히 기업가에 대한 조세 혜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장기적 투자전략을 수립할 수 있게 함으로써 국가경제 전체의 지속적 성장을 담보하게 된다.

기업이 먼 미래의 수익을 바라보는 장기투자를 멀리하고 당장 수익을 낼 수 있는 단기투자에만 집중하는 국가와 민족에게는 미래가 없다.

가업승계세제는 상속세가 가지는 장기투자 저해효과를 교정하여 기업이 올바른 투자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해주는 역할을 할 수 있다.

맺는 말

아담 스미스는 그의 저서 국부론에서 '우리가 따뜻한 빵을 먹을 수 있는 것은 빵집 주인의 자비심 때문이 아니라 이윤추구 때문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고 한다.

우리 사회에서는 현재 '부의 세습을 차단'하여야 한다는 소득재분배의 목소리에 묻혀서 기업의 성장을 촉진하는, 최소한 저해하지 않는 세제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그러나 '파이를 공정하게 나누는 일'도 중요하지만, 애초에 나눌 대상이 되는 '파이'를 만드는 일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다.

소득재분배 제도가 재분배될 소득을 줄여서 결과적으로 하향평준화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제도를 만들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