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 창립한 대한변협 세무변회사회 창립총회에서 김현 대한변협회장(앞줄 왼쪽에서 여번째)과 백승재 세무변호사회 초대회장(앞줄 왼쪽에서 다섯번째)등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대한변호사협회)

지난해 말 변호사에게 세무사 자격을 자동으로 부여하는 법조항이 폐지되며 변호사와 세무사 간 기나긴 자존심 싸움에 종지부가 찍히는 듯 했으나, 변호사들은 여전히 물밑에서 '칼'을 갈며 반격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리는 모습이다.   

대한변호사협회(회장 김현, 이하 변협)는 지난달 23일 세무를 다루는 변호사들의 모임인 '세무변호사회(이하 세변회)' 창립식을 개최하고 정식 활동에 들어갔다.

세변회는 변호사의 세무전문성을 강화하고, 세무변호사를 국민들에게 홍보하는 단체지만 한편으론 변호사들이 지난해 말 세무사법 개정으로 타격을 입은 뒤 시장에서의 지위를 확고히 하기 위해 내놓은 후속책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지난해 12월8일 '변호사의 세무사 자동자격 부여 폐지'를 골자로 하는 세무사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법이 개정되면서 2004년 이후 변호사 자격을 취득한 변호사는 자격은 있어도 세무사등록부에 등록할 수 없어 기장을 비롯한 세무조정 업무를 할 수 없게 됐다.

변호사법 제3조에 따라 조세불복을 비롯한 소송대리 등의 법률사무는 계속해서 할 수 있으나 이들의 입지가 좁아진 것은 사실. 변호사들 입장에선 세무업무를 못하게 됨에 따른 당장의 호주머니 사정보단 이번 개정이 변리사·법무사 자동자격 폐지의 신호탄이 될까 우려하는 모습이 더욱 역력했다. 

변협은 "본래 변호사의 전문영역이었던 세무사 자격을 합리적 이유 없이 변호사에게서 박탈해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고, 세무사에게 세무대리 독점화를 허용했다"며 법 개정 이후에도 변호사들은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등 다양한 방법으로 계속해서 투쟁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이다.

◆…"국민의 선택권을 박탈하는 세무사법 개정안 결사반대!"= 지난해 12월8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정문 앞에서 김현 변협회장(왼쪽에서 세번째)과 대한변협 간부들이 세무사법 개정안에 반대하며 삭발시위를 하고 있다.

업역 지키려는 변호사들 "갈데까지 가보자"

창립총회를 기점으로 본격 활동에 나선 세변회는 앞으로 기장 및 세무조정대리, 세무조사 대응 등의 실무능력을 다지는 '세무아카데미'를 활성화시킨다는 방침이다. 또 업무 수행의 지침서가 될 메뉴얼을 제작, 회원들이 세무 분야에 더욱 쉽게 진출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할 계획이다.

모집을 시작한지 한달 여 만에 500여명의 회원이 모인 세변회는 학술분과위원회를 비롯 총 4개 위원회로 구성됐다. 초대 회장은 백승재(변협 부협회장)변호사가 맡았으며 부회장에는 박종흔, 곽정민, 홍세욱 변호사가 선임됐다.

세무아카데미와 학술행사 개최 등 사업내용을 보면 변호사의 업무능력을 발전시키는 협회 차원의 단체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 세무사 자격을 폐지한 세무사법에 대한 헌법소원 ▲ 기장 및 세무조정대리를 위한 관리번호 획득을 위해 행정 및 헌법소송 제기 등의 사업내용을 보면 이들의 숨은 속내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다.

이와 함께 변협은 변협 총회 의장 대의원 일동, 14개 지방변호사회, 대한변협 세무변호사회와 공동으로 지난 20일 "개정 세무사법에 반대하는 투쟁을 끝까지 강행 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하기도 했다. 

변협은 성명서에서 "개정 세무사법은 법학전문대학원 설립 취지에 반하는 것"이라며 "국민의 선택권을 침해하는 동시에 세무사에게 세무대리 독점화를 허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세무대리 업무를 근본적으로 방해한 부당한 처사에 강력히 규탄하고, 신속한 대책마련을 엄중히 촉구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변협은 또 "유사법조직역 모두를 만인의 투쟁과 생존의 장으로 내몰았다"면서 "전문가 제도에 대한 신뢰와 품질 저하문제, 전문가 복수선임으로 인한 비용 증가라는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과 기업이 부담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콧방귀 뀌는 세무사들, "우려할 일 아냐"

변호사들의 업역을 사수하기 위한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대다수 세무사들은 여유만만이다. 개정법이 이미 통과 됐는데, 이른 시일 내에 개정된 법이 뒤집힐 가능성은 사실상 제로에 가깝다는 것이다.

세무사회 관계자는 "세무변호사회는 사단법인으로 등록된 정식 단체도 아니다"라며 "세무사들이 상속세 연구 모임을 갖는 것처럼 분야의 관심 있는 사람들 모임 정도 아니겠느냐"고 평가절하 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세무사법 개정안이 통과된 만큼 염려할 수준은 아니지만 앞으로 (세변회의)활동을 유심히 지켜보면서 업역을 침해하는 사항이 있다면 엄정 대응 하겠다"고 밝혔다.

수도권 법인사무실에서 근무하고 있는 A세무사 또한 "(세변회)회원 대부분이 로스쿨 출신이거나 이미 세무업계에서 활동하던 변호사들인 것 같다"면서 "이들이 단체를 만들어 활동하는 것 까지 막을 순 없겠지만 크게 걱정할 사안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변호사들이 '세무'라는 표현을 사용할 때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세무사법 제 20조 2항에 따라 등록을 한 자 외에는 세무사나 이와 비슷한 명칭을 사용할 수 없다는 조항을 들어서다.

서울에서 개인 사무실을 운영 중인 B세무사는 "세무변호사회라고 명명했기 때문에 법에 저촉 되지는 않겠지만 세무사는 엄연히 세무사 명부에 등록한 자 만이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어야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