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후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세청법 제정 토론회'에서 각계 전문가들이 열띤 토론을 벌이고 있다.

국세청을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시키기 위해선 국세청을 통제하는 개별조직법인 '국세청법'이 우선적으로 제정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 국세청법 제정의 구체적인 방법론을 둘러싼 전문가들의 다양한 의견이 나왔다. 

지난 26일 조세일보(www.joseilbo.com)와 이종구·심재철 자유한국당 의원, 윤호중 더불어민주당 의원, 한국세무학회, 한국납세자연합회, 한국조세정책학회, 재무인포럼, 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는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국세청법' 도입, 어떻게 할 것인가'를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최원석 납세자연합회장(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토론회는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조세일보 조세정책연구소장, 한양여대 교수)이 발제를 맡고, 안창남 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장(강남대 세무학과 교수), 박재환 한국세무학회장(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신호영 고려대 법학전문대학 교수(前 국세청 납세자보호관), 안만식 이현세무법인 대표, 전영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가 토론자로 참석했다.

"국세행정 신뢰도 제고 위해 국세청법 필요"

오 회장은 발제를 통해 "국세행정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선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 확보가 무엇보다 필요하고 다른 정부기관과 차별되어야 한다"며 "국세행정의 신뢰도를 제고하고 투명하고 독립적인 조직으로 거듭나기 위해서 국세청법 도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권력기관으로 거론되는 경찰(경찰법)·검찰(검찰청법)·국가정보원(국가정보원법) 등은 모두 개별조직법의 통제 하에 있지만 국세청은 개별조직법이 없는 상태"라고 국세청법 도입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면서 오 회장은 국세청법에 포함될 내용으로 ▲국세청장 임기제 ▲국세행정위원회 도입 ▲납세자보호관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복수차장제 도입 ▲국세공무원의 권력기관 파견금지 등을 제시했다.

오 회장은 "국세청법 제정을 통해 국세청이라는 조직이 완벽히 독립될 것이란 생각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한 단계 나아갈 수 있는 것"이라면서 "제가 발제한 것은 하나의 스케치이고 앞으로 근본적으로 조금씩 나아가야 한다"고 말했다.

"정치 세무조사,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어야"

오 회장의 발제에 이어 토론자들의 열띤 토론이 이어졌다.

안창남 회장은 특히 정치적 목적의 세무조사 등 위법·부당한 세무조사를 당한 납세자가 세무조사 담당 국세공무원 등을 상대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가 만들어져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해 눈길을 끌었다.

안 회장은 "상관의 부당한 지시를 하위직이 거부할 수 있는 장치로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를 도입했으면 한다"며 "즉 위법·부당하게 세무조사를 실시했다면 납세자는 국세공무원에게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하위직 국세공무원이 상관의 세무조사를 거부할 수 있는 소위 '비빌 언덕'이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징벌적 손해배상이 국세공무원을 옥죄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이것은 오히려 국세공무원을 보호를 하기 위한 장치"라고 덧붙였다.

박재환 회장은 세무조사 규정을 국세청 훈령 수준이 아닌 법 수준까지 격상해서 통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세무조사가 국민들에게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고 제 주변에서도 세무조사를 받으면서 자살까지 생각했다는 분도 계셨다"며 "국세행정개혁TF에서도 세무조사 개선방안을 제시했지만 이런 것들이 행정당국에서 스스로 실현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라며 이 같이 말했다.

과거 국세청 납세자보호관으로 근무한 적 있는 신호영 교수는 외부 위원회의 실효성에 의문을 표하며, 국세청장 1인을 통해 쉽게 장악될 수 있는 중앙집권적인 형태를 해체하고 병렬식 조직으로 바꾸는 방안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 송무나 납세자보호 등의 기능은 국세청장의 명령을 안 받고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해석기능, 쟁송, 심판, 범칙 조사, 납세자 보호 등은 현재 국세청 조직내에 다른 조직으로 둘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말하자면 한지붕 두가족이 돼야 한다"며 "외부 위원회는 항상 감시를 할 수 없다. 발제에 나온 차장복수제보다 2청장제를 둬서 국세청의 기능을 분리했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국세청법 제정 토론회에 참석한 사회자 및 발제자, 토론자들이 토론회 종료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전영준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오태환 법무법인 화우 변호사, 박재환 중앙대학교 교수(한국세무학회장), 최원석 서울시립대 교수(한국납세자연합회장), 오문성 한양여자대학교 교수(한국조세정책학회장), 안창남 강남대학교 교수(글로벌조세정책연구회장), 신호영 고려대학교 교수, 안만식 이현세무법인 대표.  

"비정기 세무조사, 적정성 검증 장치 마련 필요"

안만식 대표는 비정기 세무조사 시 조사의 근거와 선정이유를 분명히 기록으로 남기고 적정성을 검증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정치적 세무조사를 방지하는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국세청법을 논의하는 것 자체가 결국 세무조사 이야기다. 징세행정에서 체납정리 잘못한다고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궁극적으로 조사행정이 잘못됐다는 목소리다. 근본적인 개혁을 위해선 상시조사체제가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안 대표는 권력기관 파견 금지에 대해 "국세공무원은 9급부터 5급까지가 95%다. 5급 이하 직원들은 전문성은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무관한 사람들이 많다. 직급 구분을 둬서 고공단 이상은 파견을 금지한다든지 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제안했다.

전영준 변호사는 국세행정위원회 신설에 대해 취지는 이해하지만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면서 세무조사의 조사 남용 문제 뿐 아니라, '봐주기식' 세무조사인 부작위에 대한 규율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전 변호사는 "세무공무원에 대해 징계나 형사책임까지 규정돼 있는데, 손해배상 책임까지도 논의해야 한다"면서 "지위나 임기, 보수에 있어 특별한 대우를 받으면서 그에 상응하는 엄격한 책임을 지우는 게 필요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오태환 변호사는 "세무조사에 대해 과도한 남용 문제를 이야기 하지만 세무조사는 국세청 본연 업무이기 때문에 안 할 수는 없다. 결국 조화의 문제다"라면서 "위법한 세무조사는 사실 많지 않다. 국세청에서 사전 또는 사후에 스스로를 성찰하고 평가할 수 있는 곳이 있다면 세무공무원들도 세무조사를 조심스럽게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플로어에서 토론회를 지켜본 조세일보 황춘섭 대표는 "국세청법 제정은 국세청 개청 당시 만들어 졌어야 했는데 첫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이라며 "국세청법 제정이 '만병통치약'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국세행정 발전을 위해 한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국세청법을 통해 적어도 국세청에 독립성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 "국회에서 국세청법 제정 도울 것"

◆…(사진 왼쪽부터)심재철 국회부의장,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 더불어민주당 박찬대 의원.

한편 이날 토론회에선 최근 국세청법 제정안을 대표발의한 심재철 국회부의장(자유한국당)을 비롯, 여야 의원들이 직접 참석해 국세청법에 대한 관심을 표했다.

심 부의장은 축사를 통해 "과세에 대해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공정하게 해달라는 것"이라며 "독립법을 통해 외풍에 흔들리지 않도록 하는 시스템을  도와주는 게 낫겠다고 생각해 국세청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구체적인 방안은 여러 전문가가 검토해주길 바란다. 그 뜻을 이어받아 올바르게 법이 제정되도록 기획재정위에서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은 "국세청법 제정안 제출 빈도 기간이 짧아지고 있다. 점점 빨라지고 잦아지는 것으로 볼 때 법제정 시기가 다가오지 않았나 생각한다"며 "전문가 여러분들의 좋은 의견이 제시되길 바라고 기재위 논의 과정에 충분히 수용되도록 하겠다"고 전했다.

같은 당 박찬대 의원 역시 "국세청의 제도 정비가 국세청법을 통해 이뤄진다면 뜻이 있겠다. 토론회 내용을 살펴보고 의정으로 돕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