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고시회

'국세청법' 제정 우여곡절 20년史…이번엔 결실 맺을까	2018.03.26
국세청의 정치적 세무조사 등 불미스러운 의혹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고개를 들고 나온 것이 '국세청법' 제정 문제다. 지난해 11월 만들어진 국세행정개혁TF는 지난 1월29일 과거 정치적으로 문제가 된 세무조사 사례를 발표하는 등 대대적인 국세청 개혁방안을 제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국세청법 제정 필요성을 제안했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심재철 국회 부의장(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일 '국세청법 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국세청의 조직과 직원에 관한 내용을 법률로 규정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국세청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국회 논의 과정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국세청의 정치적 독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어 있는 만큼 국세청법 제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법 제정 시도의 역사는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국세청법 제정 시도는 국회가 아닌 국세청 내부에서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1997년 터진 '세풍 사건(稅風 :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세무조사 편의를 미끼로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선거자금을 기업들로부터 모금해 바친 사건)'이 계기가 된 것. 안정남 전 국세청장은 1999년 '국세청 제2의 개청'을 선언하면서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세무공무원들의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국세공무원법' 제정을 추진했다. 국세청법의 시초로 평가받는 당시 국세공무원법의 주요내용은 국세공무원을 특정직(국세행정직)으로 전환하고 국세행정고시(5급)를 신설하며 국세행정수당(세수증대포상금)을 지급하는 한편 만성적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계급정년제(5급 15년, 4급 13년, 3급 5년, 2급 4년)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금품 등 비리행위에 연루된 국세공무원의 처벌 수위 또한 대폭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본연의 취지 보다 특정직 전환 등 개별 이슈가 전면에 부각됐고, 관계부처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며 최초의 국세청법 제정 시도는 허무하게 무산됐다. 국세청법 제정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8년 뒤인 2007년이었다. 국세청 자체 시도가 아닌 정치권이 전면에 나섰다. 당시 엄호성 전 국회의원(한나라당)의 주도하에 추진된 국세청법은 국세공무원의 특정직 전환, 계급정년제 도입 등 일부 내용이 1999년 국세공무원법과 일치했지만, 핵심은 국세청장 임기제(2년 단임) 도입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도 포함되어 있어,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에 대한 기대가 컷던 상황이었지만 엄 의원의 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채 폐기되고 말았다. 국세청법은 2013년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을 통해 재등장했다. 특히 정 의원이 추진한 국세청법은 앞서 추진됐던 국세청법들 보다 진일보한 내용들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의 법안에는 정치 중립 확보의 핵심인 국세청장 임기제(2년 단임) 도입은 물론, 기획재정부 산하 국가세무위원회를 설치해 국세청 1급 고위직 중 국세청장을 추천하는 방식의 '국세청장 내부승진제'를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더해 사무차장과 과세차장을 따로 두는 '복수차장제' 도입과 납세자보호관을 1급 별정직으로 승격시키는 내용이 추가됐다. 특정직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 의원의 입법안은 그 해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당시 여당(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또 다시 무산 위기를 맞았고, 이에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이듬해 내용을 보완한 또 다른 국세청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의 법안은 정 의원의 법안과 거의 흡사했지만 국세청장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새롭게 담겼다. 또한 국세청장 후보는 내부인사 뿐 아니라 외부인사도 가능하도록 해 여당이 반대했던 내부승진 명문화를 배제했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014년 2월 임시국회에서 정 의원과 조의원의 법안을 병합심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사로운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기재위는 장기간 파행을 거듭했고 야심차게 마련된 국세청법은 논의 테이블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동안 이어져 온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국세청법 제정을 주도한 정치세력은 늘 '야당'이었고 이를 막아서고 나선 것은 '여당'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국세청법 제정법률안도 야당 의원의 작품이다. 본격적인 국회 논의가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 과거의 패턴(여당의 반대)이 이번에도 반복될지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지난 2013년과 2014년 국세청법 도입을 주도했던 야당은 지금 여당이 됐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격언이 이번 만큼은 틀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세청법' 제정 우여곡절 20년史…이번엔 결실 맺을까

2018.03.26

국세청의 정치적 세무조사 등 불미스러운 의혹이 사회적 이슈가 될 때마다 고개를 들고 나온 것이 '국세청법' 제정 문제다.

지난해 11월 만들어진 국세행정개혁TF는 지난 1월29일 과거 정치적으로 문제가 된 세무조사 사례를 발표하는 등 대대적인 국세청 개혁방안을 제시하면서 중장기적으로 국세청법 제정 필요성을 제안했다.

정치권도 움직였다. 심재철 국회 부의장(자유한국당 의원)은 지난달 2일 '국세청법 제정법률안'을 발의하면서 "국세청의 조직과 직원에 관한 내용을 법률로 규정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국세청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국회 논의 과정은 시작되지 않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국세청의 정치적 독립이 필요하다는 공감대가 크게 형성되어 있는 만큼 국세청법 제정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국세청법 제정 시도의 역사는 19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최초의 국세청법 제정 시도는 국회가 아닌 국세청 내부에서 자정 노력의 일환으로 시작됐다.

1997년 터진 '세풍 사건(稅風 :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세무조사 편의를 미끼로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선거자금을 기업들로부터 모금해 바친 사건)'이 계기가 된 것.

안정남 전 국세청장은 1999년 '국세청 제2의 개청'을 선언하면서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세무공무원들의 비리를 차단하기 위해 '국세공무원법' 제정을 추진했다.

국세청법의 시초로 평가받는 당시 국세공무원법의 주요내용은 국세공무원을 특정직(국세행정직)으로 전환하고 국세행정고시(5급)를 신설하며 국세행정수당(세수증대포상금)을 지급하는 한편 만성적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계급정년제(5급 15년, 4급 13년, 3급 5년, 2급 4년)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금품 등 비리행위에 연루된 국세공무원의 처벌 수위 또한 대폭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성 확보라는 본연의 취지 보다 특정직 전환 등 개별 이슈가 전면에 부각됐고, 관계부처의 극심한 반대에 부딪히며 최초의 국세청법 제정 시도는 허무하게 무산됐다.

국세청법 제정 논의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8년 뒤인 2007년이었다.

국세청 자체 시도가 아닌 정치권이 전면에 나섰다.

당시 엄호성 전 국회의원(한나라당)의 주도하에 추진된 국세청법은 국세공무원의 특정직 전환, 계급정년제 도입 등 일부 내용이 1999년 국세공무원법과 일치했지만, 핵심은 국세청장 임기제(2년 단임) 도입이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선거 공약에도 포함되어 있어, 국세청장 임기제 도입에 대한 기대가 컷던 상황이었지만 엄 의원의 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루어지지 않은 채 폐기되고 말았다.

국세청법은 2013년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을 통해 재등장했다. 특히 정 의원이 추진한 국세청법은 앞서 추진됐던 국세청법들 보다 진일보한 내용들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의 법안에는 정치 중립 확보의 핵심인 국세청장 임기제(2년 단임) 도입은 물론, 기획재정부 산하 국가세무위원회를 설치해 국세청 1급 고위직 중 국세청장을 추천하는 방식의 '국세청장 내부승진제'를 명문화하는 내용이 담겼다.

여기에 더해 사무차장과 과세차장을 따로 두는 '복수차장제' 도입과 납세자보호관을 1급 별정직으로 승격시키는 내용이 추가됐다. 특정직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 의원의 입법안은 그 해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당시 여당(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또 다시 무산 위기를 맞았고, 이에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이듬해 내용을 보완한 또 다른 국세청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의 법안은 정 의원의 법안과 거의 흡사했지만 국세청장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새롭게 담겼다. 또한 국세청장 후보는 내부인사 뿐 아니라 외부인사도 가능하도록 해 여당이 반대했던 내부승진 명문화를 배제했다.

당시 국회 기획재정위원회는 2014년 2월 임시국회에서 정 의원과 조의원의 법안을 병합심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사로운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기재위는 장기간 파행을 거듭했고 야심차게 마련된 국세청법은 논의 테이블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말았다.

그동안 이어져 온 일련의 과정을 살펴보면, 국세청법 제정을 주도한 정치세력은 늘 '야당'이었고 이를 막아서고 나선 것은 '여당'이었다는 사실이 확인된다. 올해도 마찬가지다. 현재 국회에 제출된 국세청법 제정법률안도 야당 의원의 작품이다.

본격적인 국회 논의가 시작되지 않은 시점에 과거의 패턴(여당의 반대)이 이번에도 반복될지 여부를 가늠하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다만 지난 2013년과 2014년 국세청법 도입을 주도했던 야당은 지금 여당이 됐다. '역사는 되풀이 된다'는 격언이 이번 만큼은 틀릴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