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지방국세청(장)이 쥐고 있던 탈세조력 등 부정행위를 저지른 세무대리인(세무사, 회계사 등)에 대한 징계 요구 권한이 없어졌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최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세무사법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거쳐 이날 공포·시행됐다. 시행령 개정안은 세무사 등에 대한 징계요구권자 범위에서 지방국세청장을 제외하고 징계요구권자를 국세청장(기획재정부 장관, 세무사회장)으로 일원화하는 내용 등이 담겨있다. 

여기 저기 흩어져 있던 징계요구권한을 국세청장으로 일원화, 징계행정 절차 등의 효율성을 보다 배가시킨 측면이 있는데, 이러한 제도 개선의 배경에는 국세청이 세무사 징계와 관련한 업무를 '중구난방'으로 해왔기 때문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나오면서 관심을 모으고 있는 모습이다. 

그동안 국세청은 세무사 등 세무대리인들이 성실신고확인제도를 제대로 이행하는지, 국세공무원에게 금품 및 향응을 제공했는지 등의 여부와 관련한 직접 조사 및 제보 등을 바탕으로 확인해 그 '죄질'에 따라 기획재정부 산하 세무사징계위원회의에 징계를 요구해 왔다. 

징계요구 권한은 국세청(본청)도 가지고 있었지만 해당 업무를 주도하고 권한을 행사해 온 것은 지방국세청이었다.

구체적으로 일선 세무서와 지방국세청에서 증빙서류 등을 첨부한 '징계요건 조사보고서'를 본청에 보내고, 본청은 이에 대한 검증을 거쳐 지방국세청에 회신하면 해당 지방국세청이 기획재정부 세무사징계위원회에 징계 요청을 하는 구조.

징계 양형(처벌의 정도)은 세무사징계양정규정에 따른 기준(탈루세액 규모, 고의성 등)에 따르는데, 죄질의 경중에 따라 최대 3년 이상 직무정지(자격정지) 등 중징계까지 내릴 수가 있다. 

문제는 지방국세청이 기획재정부 세무사징계위원회에 징계 요청을 하는 과정에서 증빙서류 제출이 미흡하거나 유사한 사안인데도 지방국세청에 따라 양형 기준이 들쑥날쑥한 경우가 많아 혼선을 자초해 왔다는 지적이 나왔었다.

특히 세무대리인의 탈세조력을 입증할만한 사실관계가 명확하지 않고 추측으로만 이루어졌거나, 미미한 사안에 대해 처벌의 강도를 비정상적으로 정하는 등의 징계요구를 했다가 '보정 요구'를 받는 등 사례가 많았다는 것이다.

또한 제출된 자료가 미흡해 징계위원회가 재조사를 결정해 돌려보낸 케이스들도 적지 않았다.

기재부 관계자는 "지방국세청에서 세무사징계위원회에 요청하는 징계 양형 기준이 통일이 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국세청)본청에서 모아 검토한 뒤에 징계를 요구하라는 취지에서 (시행령을)개정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세청 내부에서는 현실적인 부분을 반영하지 않은 제도 개선이라는 불만의 목소리도 나온다. 

탈루세액 규모 등으로 따지는 세무사징계양정규정과 달리 국세청은 자체적으로 단 1원의 금품수수 및 제공 혐의가 있어도 '일벌백계'한다는 원칙을 세우고 있어 처벌 수위에 대한 '눈높이'의 차이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게다가 '수사권'이 없다보니 세무대리인들이 진술을 수시로 바꿔 사실관계 파악이 어렵다는 것이 현장의 목소리라는 전언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지난 2011년 세무사법 시행령을 개정해 지방국세청장에게도 징계요구 권한을 부여한 것은 이런 저런 행정절차의 복잡성을 해소하기 위한 차원이었다"라며 "이번 제도 개선은 2011년 이전으로 환원을 의미하는데, 본청 담당부서(소득세과)의 업무량 등을 고려할 때 원활한 세무사 징계 업무가 어렵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국세청은 세무사법 시행령 개정 단계에서 기재부 측에 업무부담 증가 등을 이유로 반대 의견을 제시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불법 세무대리행위로 징계를 받은 세무사 등은 2014년 51명, 2015년 121명, 2016년 90명, 2017년 57명 등 연평균 80명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