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세자들이 국세청 등 과세당국의 세금부과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의 문을 두드리고 있는데, 청구대리인의 유무(有無)에 따라 희비가 확연히 갈렸다.

비교적 경제적 여유가 있는 납세자들은 세무사, 회계사 등 청구대리인을 선임해 과세당국의 논리를 반박하면서 '세금 전쟁'에서 이긴 사례가 많은데 반해, 소위 '돈도 없고 빽도 없는' 납세자들은 체계적인 대응논리를 펼치지 못하다보니 조세불복 과정에서 번번이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른바 '국선세무사(국선심판청구대리인)'들의 지원 사격도 신통치 않은 모양새여서, 영세 납세자들의 설움을 깊어지고 있다.

27일 조세심판원의 조세심판통계연보에 따르면 조세심판청구 사건에서 납세자 승소를 의미하는 인용률은 청구대리인이 있고 없음에 따라 3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실제 대리인을 선임한 심판청구 사건은 4831건으로, 이 중 3703건에서 835건(34.2%)이 인용 결정을 받았다. 반면, 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한 사건(1413건)에서의 인용률은 9.5%에 불과했다. 과세당국과 100번을 싸웠다면 고작 9번만 이긴 셈이다. 

대리인의 유무에 따른 판결은 과거와 다르지 않다. 재작년만 놓고 보더라도 대리인 유무별 인용률은 각각 30.8%, 10.2%로 20.6%포인트 격차를 보였다. 조세심판통계가 작성된 2011년 이래 이 인용률의 격차는 뒤집어진 적이 없다.

대리인 유무에 따른 심판청구 인용률은 관세, 지방세 사건에서도 비슷한 경향을 보였다.

관세 심판청구 사건의 대리인이 있었을 땐 인용률이 49.1%를 기록했는데, 대리인음 선임하지 못한 경우엔 25.0%까지 뚝 떨어졌다. 지방세도 대리인 유무에 따른 인용률은 각각 29.6%, 18.3%로 큰 차이를 보였다.

다만, 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하는 영세납세자들의 구제를 돕는 손길은 있다. 국선심판청구대리인제도다. 돈이 없어 대리인을 선임하지 못해 소액(1000만원 미만) 불복 청구의 인용률이 낮은 영세납세자의 권익 보호가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에 따라 생긴 제도다.

그러나 납세자들에겐 이 제도가 유명무실화된 것 아닌지 의구심이 들 정도다.

작년 국선심판청구대리인이 지원된 사건은 36건으로, 26건에 대해 시시비비가 가려졌다. 결과는 납세자에게 '암담'했다. 26건에서 고작 3건(15.4%)만이 인용 결정이 났기 때문이다.

 작년에 해결되지 못한 10건의 사건은 올해로 공이 넘어왔다.

2016년도 국선대리인이 지원된 26건의 사건 중 인용 결정을 받은 사례는 4건(13.6%)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