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편에서 이어집니다. 

"4대 보험 업무는 사업주 몫인데 그들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A세무사

"최근 4대 보험 업무처리 중 공단에 사유서를 제출해야 했다. 말이 사유서지 반성문 아닌가? 대가도 받지 않고 이런 책임을 지면서 언제까지 사업주의 업무를 대신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B세무사 

4대 보험 업무로 인한 스트레스에 짓눌린 세무사들의 푸념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균 60개 가량의 사업장을 고객으로 관리하고 있는 세무사무소의 경우 사업장 하나 당 근로자 5명만 잡아 계산해도 대략 300명의 4대 보험 업무를 대행해야 한다.

단순 '숫자'만의 문제가 아니다.

세무사들은 공단과의 자료 공유 또한 쉽지 않을 뿐더러 4대 보험 업무가 통합되어 있지 않아, 1건의 정정사항이 생길 경우 4개 공단에 별개의 서식을 각각 제출해야 하는 상황이다.

"4대 보험 업무를 안하면 그만 아니냐"고 반박할 수 있지만 거래처 하나가 아쉬운 상황에서 고객에게 밉보일 결정을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형편이다. 

단순 4대 보험 업무만 그만하는 것이 아니라 기존의 세무대리 업무까지 끊길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보험 업무를 해줄 수 없다고 호기를 부렸다가 다수의 거래처를 잃었다는 한 세무사의 사연도 업계 내부에서 회자되기도 했다. 

이에 대부분의 세무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팔자에도 없는(?) 4대 보험의 행정업무를 따로 공부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여기에 더해 세무사무소 직원들은 낮에 보험 업무를 하고 밤에 본 업무를 처리하는 경우도 다반사라는 전언이다.

자칫 실수로 신고기간을 놓치거나 착오로 잘못 신고하는 경우 세무사들은 업무 대행자로서 과태료까지 내야하는 부담감을 떠앉고 있다. 

보험 업무와 관련해 일처리를 왜 똑바로 하지 않느냐는 사업주의 호통에 남몰래 눈물을 흘려야 하는 세무사무소 직원들도 많다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세무사는 "세무사 업계는 직원 고용 불안정 문제가 심각한데, 가장 큰 원인은 4대 보험 업무가 차지하고 있을 것"이라며 "4대 보험 업무가 세무사 본연의 업무를 잠식함에 따라 제대로 된 납세서비스가 이루어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이중 업무처리 등 불합리한 행정을 지적하는 세무사도 있다.

한 세무사는 "국민연금공단에선 2월달 연말정산 신고 결과를 국세청과 공유할 수 있어 보수총액을 신고 하지 않아도 되지만 건강보험공단과 근로복지공단에선 자료 공유를 하고 있지 않아 연말정산 신고 후 매년 3월 보수총액을 신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불필요한 업무를 이중으로 하게되는 꼴인데 이 얼마나 불합리한가"라고 말했다.

"우리는 제공한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바란다"

세무사들의 공통된 목소리는 보험 업무에 있어 사업주들의 인식 전환과 공단의 근본적인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선 사업주들이 신고와 징수 등 업무 내용을 인지하고 스스로 처리할 수 있도록 인식의 전환 계기를 마련하고, 실무자를 위한 교육도 지속적으로 제공해야 한다고 세무사들은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세무사가 사업주의 보험 업무를 대신해야 한다면 업무에 대한 정당한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것이 세무사들의 입장이다. 

이창규 한국세무사회장은 "업무에 대한 대가를 정당히 받을 수 있도록 국가에서 표준보수표를 제공해주는 것이 하나의 해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세금공제 혜택을 주는 방식으로 정당한 노동의 대가를 인정해 달라는 주장도 있다. 

한 중견 세무사는 "전자신고세액공제와 같이 국가의 보상차원으로 4대 보험 신고세액공제 방식을 도입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이어 "대가를 제대로 받는 것도 중요하지만 각 공단 간 업무 통합 등 제도 개편도 반드시 필요하다"며 "세무사가 공단 업무의 조력자라는 인식을 갖고 공단은 불필요한 행정과 고압적인 태도를 반드시 시정해 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선 장기적으로 세무사가 4대 보험 업무를 포기하고 노무사와 상생하는 방향으로 나가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한 세무사는 "4대 보험 업무만 안해도 직원 1인당 거래처 10개 정도는 더 맡을 수 있다. 포기할 경우 경비절감 효과가 지원금을 받는 것 보다 더 낫다"며 "협회는 실질적으로 4대 보험 업무와 관련이 있는 노무사와 공조하는 방안을 고려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