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의 고질적인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정치적 세무조사를 뿌리 뽑기 위한 방안으로 '국세청법' 카드가 또 다시 등장했다.

자유한국당 심재철 의원은 2일 국세청의 조직과 직원에 관한 내용을 법률로 규정해 정치권력으로부터 독립성과 중립성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하는 '국세청법 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지난해 11월 국세행정개혁TF에서 과거 정치적으로 문제가 된 세무조사 사례를 발표했는데, 이를 매듭짓고 국민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선 국세청법 제정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것이 심 의원의 입장이다. 

국세청법 제정 시도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국세청법은 세상에 모습을 드러낸 지난 1999년 이후 19년 동안 수차례 법안발의와 폐기를 반복했다.

최초의 국세청법 제정 시도는 국회가 아닌 국세청 내부에서 시작됐다.

1997년 터진 '세풍'(稅風 : 이석희 전 국세청 차장이 세무조사 편의를 미끼로 당시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 후보의 선거자금을 기업들로부터 모금해 바친 사건) 사건을 계기로 국세청 스스로 개혁의 움직임을 보인 것.

1999년 안정남 전 국세청장은 '국세청 제2의 개청'을 선언하면서 국세청의 정치적 중립성을 확보하고 세무공무원들의 비리유인을 차단을 목적으로 삼은 '국세공무원법' 제정을 추진했다.

국세청법의 시초와 다름없다고 평가받는 당시 국세공무원법의 주요내용은 국세공무원을 특정직(국세행정직)으로 전환하고 국세행정고시(5급)를 신설하며 국세행정수당(세수증대포상금)을 지급하는 한편 만성적 인사적체 해소를 위해 계급정년제(5급 15년, 4급 13년, 3급 5년, 2급 4년)를 도입하는 것이었다.

금품 등 비리행위에 연루된 국세공무원의 처벌 수위 또한 대폭 강화하는 내용도 담겼다.

하지만 정치적 중립 확보라는 기본적인 법 제정 취지 외에 특정직 전환 등의 개별 이슈가 전면에 부각, 관계부처의 반대에 부딪히며 최초의 국세청법 제정 시도는 허무하게 무산됐다.

한동안 잊혀졌던 국세청법이 다시 수면 위로 올라온 것은 2007년이다.

당시 엄호성 전 국회의원(한나라당)의 주도하에 추진된 국세청법은 국세공무원의 특정직 전환, 계급정년제 도입 등 일부 내용이 1999년 국세공무원법과 일치했지만, 핵심은 국세청장 임기제(2년 단임) 도입이었다.

국세청장 임기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공약이었다는 점에서 국세청법 제정이 기정사실화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엄 의원의 법안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국세청법은 6년 뒤인 2013년 더불어민주당 정성호 의원을 통해 재등장했다. 특히 정 의원이 추진한 국세청법은 앞서 추진됐던 국세청법들 보다 진일보한 내용들이 담겨 눈길을 끌었다.

정 의원의 법안에는 정치 중립 확보의 핵심인 국세청장 임기제(2년 단임) 도입을 비롯해 기획재정부 산하 국가세무위원회를 설치해 국세청 1급 고위직 중 국세청장을 추천하는 '국세청장 내부승진제' 명문화, 사무차장과 과세차장을 따로 두는 '복수차장제' 도입과 납세자보호관을 1급 별정직으로 승격시키는 내용이 추가됐다. 특정직 공무원으로 전환하는 내용도 담겼다.

정 의원의 입법안은 그 해 정기국회에서 논의가 이뤄지긴 했지만 당시 여당(자유한국당)의 반대에 부딪히면서 무산 위기를 맞았다. 이에 더불어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이듬해 내용을 보완한 또 다른 국세청법 제정안을 발의했다.

조 의원의 법안은 정 의원의 법안과 대부분 유사했지만, 국세청장이 직무수행 과정에서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했을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를 의결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새롭게 담겼다. 또한 국세청장 후보는 내부인사 뿐 아니라 외부인사도 가능하도록 해 여당이 반대했던 내부승진 명문화를 사실상 배제했다.

국획 재정위원회는 2014년 2월 임시국회에서 정 의원과 조의원의 법안을 병합심사하기로 했다. 하지만 사사로운 정치적 대립으로 인해 기재위는 장기간 파행을 거듭했고, 야심차게 마련된 국세청법은 논의 테이블에 올라보지도 못한 채 19대 국회 종료와 함께 사라지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