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고시회

잡으려 하면 더 멀리 도망치는 집값…정부의 '신의 한수' 통할까	2018.01.10
정부의 고강도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서울 강남 집값이 치솟는 등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 가운데, 지난 4일 기획재정부 최영록 세제실장이 부동산 정책의 '마지막 카드'라 불리는 보유세 인상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변동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정부는 지난해 말 보유세 개편을 공식화했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적정화하고 다주택자 등에 대한 보유세 개편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는 이달 안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이르면 상반기 내로 보유세 개편안 초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법인세와 소득세 등 '핀셋증세'(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단행했던 정부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3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나 초고가의 주택을 보유한 이들을 타깃으로 삼은 증세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 일각에선 정부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겪었던 '종부세 트라우마'로 인해 정면 돌파 대신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덜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조정을 택할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강력 규제…부동산 양극화만 초래? 정부는 지난해 8월2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규제책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오는 4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조정 대상 지역 내 다주택자들에게 최고 62%의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현재는 6~42%의 기본세율이 적용되고 있는데, 2주택 보유자에겐 기본세율에 10%p,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겐 20%p 중과하는 것. 여기에 더해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받을 수 없다. 양도세 중과를 피해 4월 이전에 남는 집을 처분하라는 정부의 강력한 메세지가 담긴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세금 인상폭보다 집값 상승폭이 클 것이라고 판단한 대다수의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꽁꽁 싸맸고, 수요 공급의 불일치 현상이 나오며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전 지방에 있는 보유주택을 처분하는 동시에 미래가치가 높은 서울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로 부동산을 재정비하기 시작, 강남을 필두로 한 서울 집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33%를 기록했다. 1월 첫째 주 상승률로는 2008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강남구(0.78%)는 서울 평균 상승률의 2배가 넘었고, 송파구(0.71%)와 광진구(0.57%), 양천구(0.44%) 등 범강남권의 집값이 크게 상승했다. 반면 경기 남부권을 비롯한 지방에선 정부의 대책 발표 후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나며 매매·전세 시세가 동반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양극화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OECD 평균'의 함정…보유세 올리려면 거래세 낮춰라? 최근 보유세 인상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의 집값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정부는 보유세 인상 근거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서 찾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이 다른 OCED 국가보다 낮다는 것.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 관련 통계를 발표한 31개국 중 16번째로 낮다. OECD의 2014년 기준 평균 보유세 비율은 1.1%다. 영국의 경우 GDP 대비 보유세 비율이 3.11%에 이른다. 프랑스(2.65%), 미국(2.48%), 일본(1.87%) 등 주요 선진국의 비율도 한국보다 높다. 한국의 GDP 대비 보유세 비율 순위는 이명박 정부 이후 하락하는 추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이 문제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기간 중 대담집을 통해 "국내총생산 대비 0.7%~0.8% 수준인 부동산 보유세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인 1%까지 올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OECD와의 형평성을 맞추려면 정부가 보유세만 이야기 할 뿐 아니라,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에 대한 문제도 함께 이야기해야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거래세를 그대로 두고 보유세만 올리면 조세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부동산 거래가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보유세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 왜냐하면 주택이라는 것은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되어야 하고 불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억제하는 것이 정석이기 때문"이라며 "단 1세대1주택은 제외하고 다주택자들에 초점을 맞춰 보유세를 인상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의 GDP 대비 개인양도세 비중은 0.8%로 OECD 평균 0.1%에 비해 현저히 높다. 주택 취득세율은 1.1∼3.5%인데 미국은 1%, 캐나다 1.3%, 영국 2%이다. 우리나라의 형편을 감안해 OECD 통계를 적용해야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재환 중앙대 교수는 "세율 인상이나 복지재정 등 정부에서 언급할 때마다 OECD 통계를 많이 인용한다"면서 "정부의 증세 대상은 1세대 다주택자들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 실정과 맞지 않는 통계치를 갖고 보유세 인상을 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잡으려 하면 더 멀리 도망치는 집값…정부의 '신의 한수' 통할까

2018.01.10

정부의 고강도 규제 정책에도 불구하고 연초부터 서울 강남 집값이 치솟는 등 부동산 시장의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는 가운데, 지난 4일 기획재정부 최영록 세제실장이 부동산 정책의 '마지막 카드'라 불리는 보유세 인상 문제를 직접 거론하면서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이하 종부세) 변동 가능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사실 정부는 지난해 말 보유세 개편을 공식화했다. 지난달 27일 발표한 '2018년 경제정책방향'에서 주택임대소득에 대한 과세를 적정화하고 다주택자 등에 대한 보유세 개편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것이다.

정부는 이달 안에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재정개혁특별위원회를 가동하고 이르면 상반기 내로 보유세 개편안 초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법인세와 소득세 등 '핀셋증세'(초고소득자에 대한 증세)를 단행했던 정부의 움직임을 감안할 때, 이번에도 3채 이상의 주택을 소유한 다주택자나 초고가의 주택을 보유한 이들을 타깃으로 삼은 증세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지배적인 상황.

일각에선 정부가 과거 노무현 정부 시절 겪었던 '종부세 트라우마'로 인해 정면 돌파 대신 조세저항이 상대적으로 덜한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조정을 택할 수 있다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정부의 강력 규제…부동산 양극화만 초래?

정부는 지난해 8월2일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세 중과 등을 중심으로 한 강력한 규제책을 쏟아냈다. 이에 따라 오는 4월부터 서울을 비롯한 조정 대상 지역 내 다주택자들에게 최고 62%의 양도세율이 적용된다.

현재는 6~42%의 기본세율이 적용되고 있는데, 2주택 보유자에겐 기본세율에 10%p, 3주택 이상 보유자에겐 20%p 중과하는 것. 여기에 더해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받을 수 없다. 양도세 중과를 피해 4월 이전에 남는 집을 처분하라는 정부의 강력한 메세지가 담긴 셈이다.

하지만 이 같은 정부정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세금 인상폭보다 집값 상승폭이 클 것이라고 판단한 대다수의 다주택자들은 매물을 꽁꽁 싸맸고, 수요 공급의 불일치 현상이 나오며 강남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폭등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주택자들이 양도세 중과 전 지방에 있는 보유주택을 처분하는 동시에 미래가치가 높은 서울 강남권의 '똘똘한 한 채'로 부동산을 재정비하기 시작, 강남을 필두로 한 서울 집값은 고공행진을 하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지난 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 상승률은 0.33%를 기록했다. 1월 첫째 주 상승률로는 2008년 이후 최고치다. 특히 강남구(0.78%)는 서울 평균 상승률의 2배가 넘었고, 송파구(0.71%)와 광진구(0.57%), 양천구(0.44%) 등 범강남권의 집값이 크게 상승했다.

반면 경기 남부권을 비롯한 지방에선 정부의 대책 발표 후 공급 과잉 현상이 일어나며 매매·전세 시세가 동반 하락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가 전혀 의도하지 않았던 양극화 현상이 부동산 시장에 발생하고 있는 셈이다.

'OECD 평균'의 함정…보유세 올리려면 거래세 낮춰라?

최근 보유세 인상 문제가 본격적으로 불거진 것은 강력한 부동산 규제정책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역의 집값이 잡히지 않았기 때문이지만, 정부는 보유세 인상 근거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에서 찾고 있는 모습이다.

우리나라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중이 다른 OCED 국가보다 낮다는 것.

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보유세 비율은 0.8%. 관련 통계를 발표한 31개국 중 16번째로 낮다. OECD의 2014년 기준 평균 보유세 비율은 1.1%다.

영국의 경우 GDP 대비 보유세 비율이 3.11%에 이른다. 프랑스(2.65%), 미국(2.48%), 일본(1.87%) 등 주요 선진국의 비율도 한국보다 높다. 한국의 GDP 대비 보유세 비율 순위는 이명박 정부 이후 하락하는 추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전부터 이 문제를 거론했다.

문 대통령은 대선기간 중 대담집을 통해 "국내총생산 대비 0.7%~0.8% 수준인 부동산 보유세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수준인 1%까지 올리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OECD와의 형평성을 맞추려면 정부가 보유세만 이야기 할 뿐 아니라, 양도소득세 등 '거래세'에 대한 문제도 함께 이야기해야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거래세를 그대로 두고 보유세만 올리면 조세부담이 세입자에게 전가되고 부동산 거래가 냉각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안창남 강남대 교수는 "기본적으로 보유세 높이고 거래세를 낮춰야 한다. 왜냐하면 주택이라는 것은 필요한 사람에게 공급되어야 하고 불필요한 사람들에게는 억제하는 것이 정석이기 때문"이라며 "단 1세대1주택은 제외하고 다주택자들에 초점을 맞춰 보유세를 인상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한국의 GDP 대비 개인양도세 비중은 0.8%로 OECD 평균 0.1%에 비해 현저히 높다.

주택 취득세율은 1.1∼3.5%인데 미국은 1%, 캐나다 1.3%, 영국 2%이다.

우리나라의 형편을 감안해 OECD 통계를 적용해야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재환 중앙대 교수는 "세율 인상이나 복지재정 등 정부에서 언급할 때마다 OECD 통계를 많이 인용한다"면서 "정부의 증세 대상은 1세대 다주택자들이다. 이런 면에서 우리 실정과 맞지 않는 통계치를 갖고 보유세 인상을 논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