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세무사고시회

또 부자들만 증세…고통 분담한 '착한 세금' 없었다	2017.12.08
납세자가 '세금은 공평하다'는 인식을 갖지 못할 듯 싶다. 소득세 이야기다. 최근 고소득자만을 대상으로 소득세율을 올리는 이른바 '부자 증세'가 현실화되면서 벌이가 좋은 이들이 세금을 더 토해내게 됐다. 그러나 특정 계층에만 세부담을 무겁게 했을 뿐, 소득이 있어도 한 푼의 세금(근로소득세 등)을 내지 않는 근로자들은 여전히 '세금자유지역'에 머물렀다. 이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거리가 멀다. 부자 증세만으로는 복지 재원 마련에 사실상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짙다. 추가 증세가 이루어졌을 때 재차 조세저항이 덜한 부자들의 곳간만 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모든 과세 대상자가 골고루 세부담을 늘리도록 하는 '보편적 증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소득자만 '봉(鳳)'인가 그간 소득세율은 고소득자만을 과세타깃으로 손질되어 왔다. 지난 2009년 당시 35%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은 8800만원 초과이었는데, 2011년 세법을 개정할 땐 연 소득이 3억원을 넘는 근로자에게 38%의 최고세율 적용하는 체계로 바뀌었다. 이후 2013년 세법개정 땐 최고세율 과표 구간을 1억5000만원으로 떨어뜨렸으며, 지난해엔 과표 5억원 초과 구간을 새로 만들고 40%의 세율이 적용되도록 했다. 올해도 '부자 곳간 털기'식의 세율인상을 반복했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연 소득이 5억원이 넘는 근로자에겐 무려 42%의 살인적인 세율이 적용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세법개정으로 소득세를 더 내는 근로자는 약 5만2000명(소득세 신고자 0.24%)으로, 1인당 약 870만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고소득자에 대한 세부담 집중도가 낮은 편도 아니다. 국세청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총급여액 3억원 초과 근로소득자(2만5128명)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14.5%인 4조1000억원을 부담하고 있으며, 종합소득 3억원 초과자는 전체 종합소득세 중 10조9000억원(45.7%)을 부담하고 있다. 부담 능력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응능과세원칙'만을 강조하다 보니 '표적 과세'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중산·저소득층 소득구간에서 세율을 인상하거나 과표 구간을 신설하는 부과 체계 손질을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제 최저세율(6%)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은 1996년 연 소득 1000만원 이하에서 2009년 1200만원 이하로 내려간 이후 20년 넘게 제자리다.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연 소득 4600만원 이하 구간의 세율도 2009년 16%에서 15%로 떨어진 이후로는 변화가 없다. 김용민 인천재능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고소득자에게만 세부담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골고루 세금을 거두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중산서민 증세는 여전히 '눈치 보기' 소득세 증세가 논의될 때마다 '면세근로자 축소'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담세능력이 있다면 면세자에게도 일정액의 세금부담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크기 때문에서다. 우리나라는 근로자 약 47%(2015년 귀속소득 기준)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 인원으로는 810만명에 달한다. 근로면세자 비율은 2013년 32.4%였으나, 공제체계를 바꾸고 여기에 보완대책까지 더해지면서 2014년 48.1%까지 껑충 뛰었다. 올해 세법 논의과정에서 면세근로자를 줄이려는 시도는 있었다. 세법을 심의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개정안은 총급여 2000만원을 넘는 근로자에 대해 연 12만원의 세금을 내게 하는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국민들이 어느 정도 세금을 부담할지 정하는데 있어 설득절차가 필요하다는 반발에 막혀 논의 자체는 흐지부지됐다. 정부는 세정·재정 전문가, 학계 인사 등 민간위원으로 구성될 예정인 조세재정개혁특위에서 이 문제 등을 사회적으로 공론화시켜 조세개혁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과거 공제제도를 건드리는 식의 '거위 털 뽑기' 작업으로 인해 세법개정안 '퇴짜'라는 굴욕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정부가 제대로 칼을 빼들지는 미지수다. 면세자 축소 방안에 대한 외부 연구용역 결과도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엔 반영되지 않았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면세근로자를 축소하는 방향성은 맞으나, 인위적으로 면세자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며 "정부로서도 임금상승 등에 따라 면세자가 자연적으로 줄어드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조세일보(http://www.joseilbo.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또 부자들만 증세…고통 분담한 '착한 세금' 없었다

2017.12.08

납세자가 '세금은 공평하다'는 인식을 갖지 못할 듯 싶다.

소득세 이야기다.

최근 고소득자만을 대상으로 소득세율을 올리는 이른바 '부자 증세'가 현실화되면서 벌이가 좋은 이들이 세금을 더 토해내게 됐다.

그러나 특정 계층에만 세부담을 무겁게 했을 뿐, 소득이 있어도 한 푼의 세금(근로소득세 등)을 내지 않는 근로자들은 여전히 '세금자유지역'에 머물렀다. 이는 '넓은 세원, 낮은 세율'이라는 정부의 정책기조와도 거리가 멀다.

부자 증세만으로는 복지 재원 마련에 사실상 한계가 있다는 시각이 짙다. 추가 증세가 이루어졌을 때 재차 조세저항이 덜한 부자들의 곳간만 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 때문에 모든 과세 대상자가 골고루 세부담을 늘리도록 하는 '보편적 증세'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고소득자만 '봉(鳳)'인가

그간 소득세율은 고소득자만을 과세타깃으로 손질되어 왔다.

지난 2009년 당시 35%의 소득세 최고세율이 적용되는 과세표준 구간은 8800만원 초과이었는데, 2011년 세법을 개정할 땐 연 소득이 3억원을 넘는 근로자에게 38%의 최고세율 적용하는 체계로 바뀌었다. 이후 2013년 세법개정 땐 최고세율 과표 구간을 1억5000만원으로 떨어뜨렸으며, 지난해엔 과표 5억원 초과 구간을 새로 만들고 40%의 세율이 적용되도록 했다.

올해도 '부자 곳간 털기'식의 세율인상을 반복했다.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소득세법 개정안에 따라 내년부터 연 소득이 5억원이 넘는 근로자에겐 무려 42%의 살인적인 세율이 적용된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세법개정으로 소득세를 더 내는 근로자는 약 5만2000명(소득세 신고자 0.24%)으로, 1인당 약 870만원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고 고소득자에 대한 세부담 집중도가 낮은 편도 아니다.

국세청의 통계연보에 따르면 2015년 기준 총급여액 3억원 초과 근로소득자(2만5128명)가 전체 근로소득세의 14.5%인 4조1000억원을 부담하고 있으며, 종합소득 3억원 초과자는 전체 종합소득세 중 10조9000억원(45.7%)을 부담하고 있다.

부담 능력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응능과세원칙'만을 강조하다 보니 '표적 과세'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중산·저소득층 소득구간에서 세율을 인상하거나 과표 구간을 신설하는 부과 체계 손질을 이루어지지 않았다. 실제 최저세율(6%)이 적용되는 과표 구간은 1996년 연 소득 1000만원 이하에서 2009년 1200만원 이하로 내려간 이후 20년 넘게 제자리다. 저소득층으로 분류되는 연 소득 4600만원 이하 구간의 세율도 2009년 16%에서 15%로 떨어진 이후로는 변화가 없다.

김용민 인천재능대 세무회계과 교수는 "고소득자에게만 세부담을 계속 요구하는 것은 형평성에 맞지 않다. 골고루 세금을 거두는 방향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밝혔다.

중산서민 증세는 여전히 '눈치 보기'

소득세 증세가 논의될 때마다 '면세근로자 축소'는 꼬리표처럼 따라붙는다. 담세능력이 있다면 면세자에게도 일정액의 세금부담을 지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크기 때문에서다.

우리나라는 근로자 약 47%(2015년 귀속소득 기준)가 근로소득세를 한 푼도 안 낸다. 인원으로는 810만명에 달한다. 근로면세자 비율은 2013년 32.4%였으나, 공제체계를 바꾸고 여기에 보완대책까지 더해지면서 2014년 48.1%까지 껑충 뛰었다.

올해 세법 논의과정에서 면세근로자를 줄이려는 시도는 있었다.

세법을 심의하는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는 자유한국당 이종구 의원이 발의한 소득세법 개정안이 논의가 이루어진 바 있다. 개정안은 총급여 2000만원을 넘는 근로자에 대해 연 12만원의 세금을 내게 하는 '최저한세'를 도입하는 것이 골자였다. 그러나 국민들이 어느 정도 세금을 부담할지 정하는데 있어 설득절차가 필요하다는 반발에 막혀 논의 자체는 흐지부지됐다.

정부는 세정·재정 전문가, 학계 인사 등 민간위원으로 구성될 예정인 조세재정개혁특위에서 이 문제 등을 사회적으로 공론화시켜 조세개혁 과제로 추진하겠다는 방향성을 밝힌 상태다.

그러나 과거 공제제도를 건드리는 식의 '거위 털 뽑기' 작업으로 인해 세법개정안 '퇴짜'라는 굴욕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정부가 제대로 칼을 빼들지는 미지수다. 면세자 축소 방안에 대한 외부 연구용역 결과도 올해 정부의 세법개정안엔 반영되지 않았다.

홍기용 인천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면세근로자를 축소하는 방향성은 맞으나, 인위적으로 면세자를 줄이는 것은 쉽지 않다"며 "정부로서도 임금상승 등에 따라 면세자가 자연적으로 줄어드는 방법을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