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했을 때 상속·증여세가 면제되는 '주식출연한도'가 상향된다. 

이른바 '착한 기부'를 했다가 막대한 세금폭탄을 맞았던 황필상 사태의 재발을 막기 위한 조치다.

또 상속·증여세를 자진 신고했을 때 내야할 세금을 깎아주는 '신고세액공제' 한도가 매년 단계적으로 내려간다. 국세청의 세원파악 역량이 높아진 상황에서, 이 같은 인센티브 성격인 세제혜택이 '부의 대물림'을 측면 지원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따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4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 1일 본회의를 열어 이 같은 내용을 포함한 상속세·증여세법 개정안을 표결 통과시켰다.

착한 기부엔 세금폭탄 없다…'황필상법' 시행

현재 공익법인이 특정 회사 주식을 기부 받을 경우 발행주식의 5%(성실공익법인 10%)를 넘기면 세금을 매기고 있다. 이는 재벌의 승계 수단으로 악용되지 못하게 만들기 위한 장치다.

증여세 비과세 한도는 1991년 당초 20%였으나, 변칙증여를 막기 위해 1994년도에 5%로 한도를 내렸다. 이후 2013년 공익법인에 대한 기부문화 장려를 위해 성실공익법인에 한해 10%까지 비과세한도를 인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선의의 기부'에도 과세를 해야 하느냐가 논란거리였다. 자신이 보유한 회사(수원교차로) 주식 90%를 모교인 아주대학교에 기부했다가 무려 140억원의 '세금폭탄'을 맞은 황필상씨 사례로 주식 기부의 패러다임을 바꿔야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개정안에 따라 비과세 상한선인 성실공익법인의 주식 보유한도가 10%에서 20%로 올라간다.

공익법인을 통한 자선 활동을 지원한다는 차원에서다. 다만 자산·장학·사회복지 목적이 있거나 상출기업집단(대기업)과 특수관계가 없었을 때로만 못 박았다.

재벌이 공익법인을 설립하고 이를 통해 우회지배를 한다는 우려를 잠재우고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도 생긴다.

또 기부한 주식에 대해 비과세 혜택을 받더라도 일정 요건을 지키지 않았을 때 증여·가산세가 부과되는데, 이 사유에 '성실공익법인(의결권 있는 주식의 10~20%보유)이 의결권을 행사한 경우'가 들어간다. 여기에 성실공익법인은 출연 받은 자산 3%를 매년 공익사업을 위해 사용(의무지출제도)해야 한다.

부(富), 세금 더 내고 물려줘라

내년부터 상속·증여세를 신고하는 납세자들의 세부담이 늘어난다.

납세자가 상속·증여세를 자진 신고만 해도 내야할 세금의 일정 부분을 깎아주는 '상속·증여세 신고세액공제' 한도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국세청의 세원파악 기술이 부족했던 지난 1982년 도입됐다. 이 같은 인센티브를 통해 납세자의 자진신고를 유도한다는 복안이었다. 그러나 제도 도입 후 35년이 흐른 현재, 납세유도 차원의 인센티브를 주지 않고서도 세원 포착이 가능해져 사실상 '낡은 세제'라는 비판이 거셌다.

특히 공제한도 자체가 없고 무조건 세액의 7%를 깎아주도록 되어 있어 고액 상속·증여에 대한 과한 공제로 연결되고 있는 상태다. 현재 자진해서 신고한 세목 가운데서 상속·증여세만이 유일하게 세금을 깎아주고 있다.

개정안에 따라 이 제도의 세액공제율이 3%로 내려간다. 갑작스럽게 제도를 고쳤을 때 납세예측가능성이 훼손시킬 수 있다는 우려에 내년에는 5%의 공제율이 적용된다. 이 같은 조치로 향후 5년(2018~2022년) 간 5800억원 규모의 세금을 더 걷힐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신고불성실 가산세가 최대 40%에 달해 신고세액공제 제도가 없더라도 자진신고 유도를 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공제율의 축소가 아닌 공제제도 자체를 폐지해야 한다'는 내용의 의원입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다만 현금, 서화·골동품, 역외자산 등 상속·증여 재산을 포착할 수 있는 과세인프라를 완벽히 구축하지는 못한 상황인 만큼, 국회 논의 과정에서 제도의 폐지보단 단계적으로 공제율이 축소하자는 의견에 무게가 실렸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