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정부가 내년 1월1일 시행되는 종교인 과세제도와 관련한 최종 '가이드라인'을 내놓았다. 전반적으로 종교계가 더이상 반대논리를 펴기 힘든 형국이 됐다. 돌려 이야기 하면 정부 입장에서 너무 많은 것을 양보한 모양새가 됐다.

어차피 종교인 과세가 실익 보다는 명분을 둘러싼 다툼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단은 제도가 안정적으로 연착륙될 수 있는 토대를 마련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기획재정부가 최근 발표한 종교인소득 과세제도 보완책(소득세법 시행령)의 핵심은 '납세지원 서비스'를 확대하는데 두고 있다. 그동안 사실상 내지 않던 세금을 내야하는 부담을 덜어준다는 취지를 최대한 반영한 것이다.  

과세와 관련해 가장 논란이 컸던 부분은 종교인 소득을 어디까지 봐야하느냐였다. 정부는 종교인이 종교단체로부터 종교 활동에 사용할 목적으로 받은 돈(종교활동비)은 비과세 소득으로 규정했다. 개신교의 목회활동비, 천주교 성무활동비, 불교의 승려 수행지원비 등이 이에 해당한다.

종교단체가 종교인 급여에 대해 원천징수할 때 쉽게 계산할 수 있도록 '간이세액표'도 만들었다.

가령 4인 가구 목회자에게 월 급여로 417만원을 지급할 경우 5만730원이 원천징수세액이 된다. 소득의 일정 부분을 필요경비로 인정받다보니 벌이가 엇비슷한 일반 직장인에 비해 적은 수준으로 세금을 떼게 된다.

매달 '원천징수이행상황신고서'를 세무서에 제출하는 부담을 덜어주고자 현재 상시고용인원이 20명 이하인 사업장에 한해서만 적용되고 있는 '원천징수세액 반기별 납부 특례'까지 허용했다. 

특히 종교단체 '세무사찰' 우려는 모두 걷어냈다. 종교인 소득과 관련한 장부를 작성할 때 종교단체회계와 종교인회계를 구분·기록하도록 해, 세무조사 시 종교인 소득 회계장부를 제외한 나머지는 조사대상에서 제외한다는 방침이다. 

여기에 종교인 홈택스(전자납부 시스템)도 만들어 원활한 납세의무 이행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종교인 과세제도의 연착륙을 위한 고육지책으로 볼 수도 있지만 문제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우선 비과세 소득으로 구분한 '종교 활동비' 부분이다.

정부는 월급 명목으로 받는 돈에만 세금을 물리겠다는 것인데, 종교단체가 월급 명목으로 종교 활동비를 지급해 버리면 과세가 아예 불가능해진다. 

특히 종교단체에서 종교 활동과 관련해 지출한 비용은 세무조사 대상도 아니기 때문에 종교인 개개인들의 소득 출처가 불분명한데도 손을 쓸 수가 없게 되는 것이다. 상대적으로 벌이가 넉넉한 종교인들마저 아예 세금을 물지 않거나 물더라도 미미한 금액에 그칠 가능성이 크다.

세무신고를 제때 하지 않았을 때의 배려도 논란거리다.

종교단체가 세무서에 지급명세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 부과되는 가산세(지급액의 2%)를 2년 동안 면제한다는 내용인데, 제도의 시행 초기인 점을 감안한 조치라는 설명에도 불구하고 사실상 과세 '2년 유예'로 해석되는 구석이 많다. 

'근로·자녀장려세제'의 적용 여부도 마찬가지다.

현재 모든 종교인 소득에 대해 근로·자녀장려세제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김진표 의원안)이 발의되어 있다. 일각에서는 종교인 소득이 근로·사업소득과 달리 '연속성'이 없는 기타소득으로 분류되어 있기에 '근로 의욕' 취지를 두고 있는 장려세제와는 맞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국세청과 종교계 간 협의체를 만들어 납세 애로사항을 듣겠다는 방향성을 택한 부분도 있어서도 사사건건 종교계에 끌려다닐 여지를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적인 시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