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고향이나 원하는 지역에 일정액의 세금을 납부하거나 기부금을 냈을 때 세제혜택을 주는 '고향사랑 기부제도' 도입이 논의되고 있는 가운데 보다 정교하게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유사한 제도를 먼저 도입한 일본만 보더라도 특정 지방자치단체만 재정수입이 늘어나는 '쏠림현상'이 나타나면서 지자체 간의 재정격차가 커졌기 때문이다.

24일 국회 입법조사처가 최근 발표한 '고향사랑 기부제도 도입의 쟁점과 과제'라는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는 기부 주체를 출향민으로 한정하지 않고 모든 주민이 기부할 수 있고, 출신지가 아닌 모든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도록 기부 대상을 확대하는 내용으로 제도의 틀을 짜고 있다.

기부금액 중 10만원까지는 전액 세액공제(소득세·지방소득세)하고, 나머지 기부액은 기부금액의 16.5%(2000만원 초과분 33%)를 세액공제 하며 기부에 대한 감사표시로 답례품을 제공할 계획이다.

2008년 대선공약에서 주민세의 10%를 고향으로 보내는 고향세 논의가 처음으로 이루어졌다.

이후 2010년 현재의 지방소득세의 최대 30%까지 고향에 납부하면 공제를 해주는 안까지 검토된 바 있다. 최근 20대 국회에서도 '지방정부의 곳간 어렵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관련 의원입법안만 10건이 계류 중에 있다.

이 제도의 전례는 일본에서 2008년 시행된 '고향납세'다. 지자체에 기부한 금액에서 2000엔(약 2만원)을 뺀 만큼을 소득세, 주민세를 산정할 때 공제하는 방식이다.

도입 초기인 2008년 고향납세 금액은 81억엔으로 저조했다. 그러나 제도 개편과 답례품 제공 등으로 인해 2014년부터 실적이 크게 뛰었고 지난해에 납세금액은 2884억엔까지 치솟았다.

그렇다고 고향납세가 좋은 면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지역특산품이 아닌 전자제품·상품권을 답례품으로 지급하는 등 고향납세를 유치하려는 경쟁이 과열됐고 최근에는 기부액 대비 과다한 세액공제로 적자 지자체도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설명. 결과적으로 납세자가 기부대상 지자체를 선택하기 때문에 특정 지자체에 고향납세가 집중되면서 재정격차의 해소효과는 미흡하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우선 고향사랑 기부제도를 도입할 때 기부주체·대상 범위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보고서는 "출생지, 일정 기간 이상 거주지, 재정자립도 등이 낮은 지역, 수도권 제외 전 지역, 모든 지자체 등 다양한 대상 중에서 고향사랑 기부제도의 대상을 결정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가나 지자체의 기부금품 모집이 기부강요(준조세화)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선 "현재 '기부금품의 모집 및 사용에 관한 법률'에서 국가나 지자체의 기부금품 모집을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이를 고려하면, 고향사랑 기부제도 도입 시 관련 법 개정도 함께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지자체가 제공하는 답례품에 대한 구체적인 기준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보고서는 "지자체의 답례품 제공 경쟁이 과열되어서 일본 정부가 답례품의 한도를 지정하고 특정 답례품을 금지한 상황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 지자체가 기부 받은 돈을 어떻게 집행했는지를 기부자가 알 수 있도록 투명하게 관리·공개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