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공익법인 주식출연한도 10→20% 상향

성실공익법인에 주식을 기부했을 때 상속·증여세가 면제되는 '주식출연한도'가 현재 10%에서 20%로 올라간다.

이른바 '착한 기부'를 했다가 막대한 세금 폭탄을 맞는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2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조세소위원회(이하 조세소위)에 따르면 지난 22일 조세소위 소속 여야 의원들은 이 같은 내용 등을 담은 '상속세 및 증여세법 개정안(정부안)'을 통과시키는데 잠정합의했다.

현재 피상속인(상속인 포함)이 공익법인에 내국법인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을 출연(기부)했을 때, 주식총수의 5%를 한도로 출연 받은 주식에 대한 상속·증여세가 면제되고 있다.

공익법인 중에서 대기업(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과 특수 관계가 있지 않은 성실공익법인은 일정한 요건(외부감사, 전용계좌 개설 등)을 갖췄을 때 주식총수의 10%까지 비과세 한도를 인정하고 있다.

이 비과세 한도를 손질하려는 데는 선한 기부를 막는 과도한 규제라는 인식에서다. 자신 소유의 수원교차로 주식 90%를 모교에 기부하고자 장학재단을 설립했고, 이 재단에 주식을 기부했다가 세금 폭탄을 맞은 황필상씨 사례가 영향을 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기재위의 검토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기부 주식이 비과세 한도 5%를 초과했다고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에 대한 취소소송 상고심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파기 환송했다.

당시 재판부는 "5%를 초과한 공익재단에 대한 주식 기부를 경제력 세습과 무관한 기부에 무조건적으로 증여세 부과대상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조세소위 여야 의원들도 '선의의 기부에 대한 세제 지원을 강화하되, 공익법인으로 출연한 재산에 대한 의결권 행사·사용목적 등의 요건을 강화해 비과세 한도를 넓게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데 이견은 없었다.

일각에서는 공익법인이 대주주의 지배력 강화나 편법상속·증여수단으로 이용되고 있어 비과세 한도를 확대하는 것은 신중히 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개정안에 따라 상속·증여세 비과세가 적용되는 성실공익법인의 주식 보유한도를 20%로 올렸을 땐,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는다'는 단서 조항이 달려 있다. 여기에 자산·장학·사회복지 목적이 있거나 대기업과 특수 관계가 없었을 때에 한해서 적용되기에 이 같은 우려는 불식시켰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앞으로는 상속·증여세의 과세대상이 되는 재산을 평가하는데 있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일정금액(10억원) 이하의 부동산에 대해서는 하나의 감정기관 감정가액'도 시가로 인정받는다. 현재는 둘 이상의 감정기관의 감정가액 평균을 시가로 인정하고 있다.

다만, 이 같은 조치에 납세협력비용의 감소효과가 미비할 것이라는 시각이 있어 세법개정의 취지가 무색하다는 평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 현재 감정평가 수수료는 500만원 한도 내에서 과세가액에서 공제하고 있고, 게다가 단수평가 도입 시 세금 탈루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과세행정 비용이 증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