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가 서울 서초구의 한 식당에서 열린 한국세무학회 조세정책포럼 '정담'에 참석해 '인공지능과 조세정책'을 주제로 특별 강연을 하고있다.

지난 1일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인공지능음악회가 열렸다.

수 만개의 악보를 학습한 인공지능로봇이 작사, 작곡을 하고 사람은 단지 편곡만 하면 되는 것이어서 시간과 정신노동을 획기적으로 줄였다는 점에서 이목을 끌었다. 머지않아 4∼5년 내 교향곡 수준의 음악을 만들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인공지능 발전이 의료산업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인공지능로봇이 수술을 하는 시대가 오면 의사의 역할은 축소되어 사람의 감성을 치료하는 정도로 역할이 감소할 것이고 약 조제도 인공지능로봇이 대신할 수 있어 약사의 역할 또한 점차 축소될 것이라 한다.

이렇듯 빠르게 변화하는 인공지능시대에 발맞춰 세무·회계각 분야의 패러다임 또한 획기적으로 전환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황춘섭 조세일보 대표이사는 지난 16일 서초구의 한 음식점에서 열린 한국세무학회 정담포럼에 강연자로 참석해 "우리가 예측하는 것 이상으로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다"면서 "조세정책과 국세행정, 세무 컨설팅, 세무교육 등 조세분야 다방면에서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것 같다"고 말했다. 

국세행정은? "아직 초보적 단계"

황 대표이사는 "국세청에 따르면 인공지능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는 것에 비해 국세행정의 AI 활용도는 아직 초보적 수준이지만 인터넷 홈택스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고 지난해 양도세 종합포털서비스를 개통해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머지않아 ▲부가세 미신고자 일괄결정 ▲반송된 세무고지서 처리 ▲단순 세무상담 등이 인공지능 로봇으로 대체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아울러 황 대표이사는 "국세청은 2019년까지 빅데이터 센터 설립을 추진키로 하고 올해 안으로 관련 TF 구성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세무회계 실무…인공지능이 대체할 것"

황 대표이사는 회사의 경리업무와 세무사와 회계사가 맡고 있는 고객 컨설팅 업무의 상당부분 역시 멀지 않은 미래에 인공지능으로 대체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카드사와 전자세금계산서 등을 통해 증빙수집이 용이해 졌다"며 "빅 데이터를 활용해 회계처리에 필요한 거래내용을 추출하여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 획기적으로 발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최근 미국에서 방대한 세법조항을 데이터베이스화해 "내 세금이 얼마지?"라고 물으면 인공지능이 답을 알려주는 소프트웨어가 테스트 단계 중임을 소개했다.

또 우리나라도 "오늘 우리 팀이 접대비 10만원을 썼는데 회계처리 해 주고 증빙은 법인카드 내역을 첨부해줘", "접대비 한도액이 얼마 남았지? 오늘 100만원 쓸 건데 한도 초과액은 시부인 처리해줘"라는 명령을 하면 인공지능이 회계 및 세무처리를 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세제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뒷북' 행정기관 될 수 있어"

황 대표이사는 "인공지능이 모든 세법조항을 학습해 세법의 허점을 귀신 같이 찾아 낼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포럼에 참여한 회원들에게 "수백만 납세자가 너도 나도 인공지능을 이용해 세법의 허점을 파고든다면 어떻게 될까"라는 질문을 던졌다.

그는 "(인공지능이 허점을 파고든다면) 세제실은 세법의 허점을 막는 뒷북행정에 몰두하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세제실도 인공지능으로 세법 개정작업을 할 것으로 전망하면서 세법은 더욱 방대해지고 복잡해져 '누더기 세법'이 될 수도 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이런 흐름이라면 궁여지책으로 소득세 열거주의가 포괄주의로 바뀌지 않을까 생각한다"라고 의견을 내면서 학계에서 '소득세 포괄주의'에 대한 논의가 중요하다는 점을 시사했다.

"세무학과에서는 과연 무엇을 가르쳐야 할까?"

황 대표이사는 "과거 퍼스널 컴퓨터 도입 초창기 우리는 천리안을 구동하기 위해 DOS를 PC에 입력해야 했지만 윈도우의 개발로 DOS를 몰라도 누구나 컴퓨터를 손쉽게 사용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언급했다. 

이어 "결국 세법을 몰라도 세무회계 처리가 가능해 질 것이기 때문에 세무회계 교육의 수요 또한 점차 감소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러한 패러다임의 변화에 있어서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역할'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인공지능 기술이 발전해도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영역이 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 대학 세무학과에서는 ▲재무제표가 적정하게 잘 만들어졌는지 검증하는 기술 ▲재무제표를 분석해 의사결정에 활용하는 방법 ▲세무회계 인공지능 소프트웨어를 잘 활용하는 방법 ▲세무회계 프로그램의 로직&알고리즘 등을 가르치게 될 것 같다"고 예상했다.

"세법 개정 중·장기 조세정책 테두리에서 이뤄져야"

황 대표이사는 세법 개정을 할 땐 '중·장기 조세정책' 테두리 내에서 논리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주장을 했다.

그는 "현행 대한민국 세법개정은 연말정산 파동에서 보듯이 중장기 조세정책 없이 졸속으로 개정되고 있고, 개별 개정세법에 대한 사전검증 또한 미흡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이어 현재 세법개정 과정에 대한 문제점을 언급했다.

그는 ▲세제실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정권의 정책방향에 맞춰 입안하는 경향이 큰 점 ▲세제발전심의위원회는 사실상 '거수기'에 불과하다는 점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은 정부의 용역사업에 치중하고 있는 점 ▲한국경제연구원 등은 대기업의 입장을 대변하고 있다는 점 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립적인 학계에서라도 활발한 연구를 통해 세제개편안을 리드하고 검증함으로써 참여를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지난 2015년 연말정산 파동을 사례로 들면서 "테두리 내에서 벗어난다면 세무학회가 목소리를 내고 틀에 벗어나지 않도록 경종을 울려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세무학회는 물론 11월28일 창립하는 조세정책학회 등에서 세법개정의 큰 방향을 잡고 검증해나가야 인공지능 시대에 세법 검증이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라는 것이 황대표의 주장이다.

이날 한국세무학회가 주최한 정담포럼에는 김&장 백제흠 변호사, 양승종 변호사, 법무법인 태평양 유철형 변호사, 법무법인 삼익 김홍철 변호사, 건국대 심충진 교수, 중앙대 박재환 교수, 인덕대 박석진 교수, 숭실대 전규안 교수, 강남대 유호림 교수, 동국대 김갑순 교수, 인천재능대 김용민 교수, 한양여대 오문성 교수, 한영회계법인 이윤기 회계사, 삼덕회계법인 정창모 회계사, 안진회계법인 박주성 회계사 등이 참석해 황 대표이사가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다양한 대화를 주고 받았다.

한국세무학회는 1998년 창립된 국내 최대 규모의 조세관련 학술단체로 약 2000여명의 교수·공인회계사·변호사·세무사 등이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