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기본법은 세무공무원의 '중복세무조사'를 엄격히 금지하고 있습니다.

세무공무원의 조사권 남용을 방지하기 위해 같은 세목 및 같은 과세기간에 대해선 재조사를 할 수 없도록 한 것인데요.

하지만 국세기본법은 조세탈루의 혐의를 인정할 만한 명백한 자료가 있는 경우, 거래상대방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경우, 2개 이상의 과세기간과 관련해 잘못이 있는 경우 등 예외규정을 통해 중복세무조사의 필요성을 인정하기도 합니다.

이 같은 예외규정으로 인해 조세심판원에선 종종 과세관청의 중복세무조사 여부를 가리는 작업이 벌어지곤 하죠.

이번에 소개할 사례 역시 중복세무조사 여부와 관련된 내용입니다.

1986년부터 반도체 제조용 기기 및 장비를 제조해 온 A법인은 2015사업연도에 해당하는 법인세 과세표준 및 세액을 신고하면서 증가발생기준을 적용,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금액을 공제 받았습니다.    

이후 과세관청은 A법인에 대한 사후검증을 실시했는데, 이 과정에서 A법인이 2011·2012사업연도 법인세 신고시 퇴직급여 충당금을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대상 인건비에 포함되는 것으로 신고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과세관청은 A법인의 2011사업연도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 관련한 인건비 중 퇴직급여 충당금을 해당 과세연도 발생액에서 제외하고 당초 신고시 적용한 증가발생기준이 아닌 당기발생기준을 적용하는 것으로 다시 계산해 법인세를 경정·고지했습니다.
    
A법인은 이에 즉각 불복, 조세심팜원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A법인은 과세관청이 중복세무조사를 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과세관청이 2013년 11월 25일부터 2014년 1월 14일까지 2009~2013사업연도에 대한 법인세통합조사를 실시해 법인세를 경정·고지한 바 있는데, 2016년 7월 2011사업연도 법인세 신고내역 중 연구·인력개발비 세액공제에 대한 적정성 검토를 다시 수행해 이루어진 처분은 중복조사에 의한 부당한 처분에 해당한다는 것이 A법인의 입장이었습니다.

과세관청은 A법인이 2015사업연도 법인세 신고시 증가발생기준을 적용해 연구·인력개발비에 대한 세액공제를 받았다면서 증가발생기준은 직전 4년간 연평균 발생액이 직전연도보다 큰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증가발생기준 적용의 적정여부 확인을 위해서는 A법인의 2011~2014사업연도 연구·인력개발비 금액의 적정성 확인이 필수적이었다고 주장했습니다.

사실관계와 양측의 의견을 살핀 심판원은 과세관청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심판원은 "국세기본법은 중복세무조사 예외사유로 '2개 이상의 사업연도와 관련해 잘못이 있는 경우'를 규정하고 있다"며 "이는 2개 이상의 사업연도와 관련해 발생한 잘못이 불가분의 일체를 이루고 있어 불가피하게 중복세무조사가 허용되는 경우를 의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심판원은 "과거 잘못된 계산으로 2015사업연도 법인세 신고시 증가발생기준을 선택할 수 있게 된 A법인이 당기발생기준 적용시보다 세액공제를 더 받을 수 있었던 점 등에 비추어 볼 때 A법인의 주장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으로 판단된다"고 전했습니다.

[참고심판례 : 조심 2017중127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