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정기국회 세법개정 논의의 핵심은 '증세'다.

보편적 복지가 이슈화되면서 복지재정이 폭발적으로 증가, 가장 큰 숙제가 되어 버린 재원마련을 위해 '조세'를 활용할 필요성이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정부는 물론이거니와 정치권도 기본적 인식을 공유하고 있는 모습이다.

다만 접근법은 극과 극이다.

어떤 방법으로 누구에게 세금을 거둘지, 추가로 거둬들인 세금을 누구에게 어떻게 쓸 지에 대해선 여야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이다.

올해 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의 3대 키워드는 ▲일자리 지원 ▲소득재분배 ▲세입기반 확충 등이다.

'일자리 정부'를 표방한 문재인 정부의 성격을 그대로 드러내듯 일자리를 창출한 기업에 대한 세제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방향을 설정했지만 문제는 '실효성'이다. 정치적 대립이 상대적으로 약하지만 세제지원책이 일자리 창출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시각이 적다는 것이 악재라면 악재.

소득재분배 부문에서는 야권의 반대가 극심한 상황이다.

특히 소득세와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최대 '대척점'을 형성하고 있다.

소득·법인세율 인상…정부여당, '거대 야당' 무너뜨릴까
 
야권은 '표적증세'로 규정, 세법심의 과정에서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겠다며 전투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서 반드시 관철시켜야 할 대목이지만 결코 원하는 결과물을 얻어내리라 장담하기 힘든 형편이다.

소득세,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을 포함해 대기업 R&D 세액공제 축소 등 정부의 조세정책 방향은 확실한 '증세' 신호. 특히 이명박근혜 정부 9년 동안 줄기차게 법인세 인상을 반대해 온 어제의 여권이 야권으로 돌변, 정부여당의 발목을 단단히 잡을 기세다.

결과적으로 최대 격전지는 단연 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으로 귀결된다.

정부는 현행 3단계인 법인세율 체계를 4단계로 나누되, 최고 과표구간인 2000억원 초과 세율을 22%에서 3%p 인상한 25%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최고 과표구간에 해당하는 기업이 불과 129개 뿐이며 다른 기업들에게는 증세의 충격이 가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현실적으로 이미 신뢰를 잃은 '낙수효과'에 대한 회귀 차원에서라도 법인세 최고세율을 이명박근혜 정부 이전 수준으로 회복시키는 움직이라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야권에서 가장 반발하고 있는 축은 어제의 여당, 자유한국당이다.

국민의당과 정의당 등 군소 야당의 경우 대선 과정에서 법인세 인상에 대해 찬성 입장을 피력했다는 측면에서 정기국회 논의 과정에서 적극적인 반대 입장을 내놓기 부담스러운 상황인 것이 사실이다.

결국 대기업에 대한 과도한 증세는 경제성장 회복세에 찬물을 끼얹는 것은 물론 정부여당이 경제활성화의 주요한 역할을 할 대기업을 적대시하고 있다며 법인세 인상 반대 당론으로 채택한 거대 야당 자유한국당이 정부와 여당이 무너뜨려야 할 '바리케이트'다.

정치적 쟁점화는 되지 않고 있지만 부가가치세 대리납부 제도 또한 말이 많은 사안 중 하나다.

그동안 사업자가 국세청에 직접 내던 부가세를 소비자가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신용카드사가 국세청에 10%의 부가세를 대신 납부하고 나머지를 사업자에게 주는 방식으로 개선해 누수되는 세금이 없도록 하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제도. 그러나 일각에서는 국세청이 가만히 앉아서 손쉽게 세금을 걷기 위해 '꼼수' 라는 비판이다. 

아울러 여행자가 해외에서 결제한 신용카드 사용내역을 관세청이 자동으로 볼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분기별 5000달러 이상에서 물품 구매 건당 600달러 이상으로 강화하는 방안도 정치권에서 불거진 사생활 침해 논란을 극복하지 못할 경우 좌초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정부가 예상외로 강력한 수준으로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한 것은 결국 '협의'를 통해 어느 정도 강도를 낮춘 수준에서 개정안의 통과 가능성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풀이가 나오고 있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도 첨예한 대립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현재 소득세 최고 과표구간은 5억원 초과·세율 40%인데, 정부의 세법개정안에는 이 구간을 2단계로 나눠 과표 3억~5억원 구간에는 세율 40%, 5억원 초과 구간에는 42%의 세율을 적용하는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

현행 20%인 대주주의 주식 양도세율 역시 과세표준 3억원 초과분에 대해선 25%를 부과하고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증여세를 강화하기 위해 대기업의 내부거래비율 20% 초과·특수관계법인과의 매출액이 1000억원 초과인 경우에 증여세를 물린다는 기준을 추가한다는 내용도 논란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가업상속공제한도 또한 과거보다 강화해 가업영위기간을 15년에서 20년 이상, 20년에서 30년 이상으로 5년씩 늘렸다.

이들 제도 개편의 명분은 소득재분배이지만 실상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에 대한 과세강화다. 정부와 여당은 고소득층과 대기업이 아무리 돈을 벌어도 돈이 밑으로 돌지 않는다는 논리로 고소득층과 대기업에게 세금을 더 걷어 이를 복지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야권의 반응은 싸늘하다.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이 시장주의 사회에서 정당하게 벌어들인 수입에 대해 징벌적으로 과세하는 것으로 부자들에 대한 국민들의 적대 감정을 더욱 높여줄 뿐만 아니라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표적증세'라고 지적하고 있다.

'투자·상생·일자리 창출' 세제지원, 효과 있을까?

박근혜 정부 시절 도입된 기업소득환류세제를 폐지하고 신설되는 투자·상생촉진세제도 논란의 대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가계소득증대세제 3대 패키지 중 하나인 기업소득환류세제는 기업 투자와 근로자들의 소득을 늘리겠다는 취지에서 도입된 일종의 '패널티' 세제로 사내유보금에 법인세를 물리는 것이다. 단 임금증가와 배당, 중소기업과의 상생 부문은 공제한 후 과세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폐지하고 투자·상생촉진세제를 도입, 배당 부문은 제외하고 임금증가분과 상생협력 부분에 대한 가중치를 높이는 방향으로 제도를 신설한다는 방침이다. 

사실 기업들이 기업소득환류세제의 칼날을 피하기 위해 배당잔치만 벌이고 있는 것을 감안, 배당부문을 제외해 임금상승과 중소기업과의 상생을 유도하겠다는 것이지만, 마땅한 투자처가 없는 기업들이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임금을 올리고 상생협력에 돈을 풀 것인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일자리 창출 세제지원책도 논란이 일 것으로 보인다.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제지원책은 올해 세법개정안에 처음 포함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얼핏보면 논란이 적을 것 같지만 그 이면을 보면 국회 문턱을 쉽게는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박근혜 정부 당시 기획재정부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라는 이름으로 시행됐던 세제지원책의 실적이 형편없는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는 투자와 고용이 동시에 증가시 투자금액의 3~8%를 공제해주며 같이 운영되던 청년고용증대세제는 청년을 정규직으로 고용할 시 세제지원 혜택을 주는 제도다.

한국조세재정연구원의 '2017년 조세특례 심층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의 경우 2014년부터 2016년까지 중소기업은 평균 2~4명을 추가 고용했으며 대기업은 평균 8~17명을 추가고용했으며 청년고용증대세제의 경우 지난해 대기업 1개당 0.57~0.71명을 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는 이를 통합해 '고용증대세제'를 신설해 투자가 없더라도 고용이 증가하면 상시근로자 1인당 중소기업은 700만원, 중견기업은 500만원을 공제해주고 청년과 장애인을 정규직으로 고용했을 경우 중소기업은 1000만원, 중견기업은 700만원, 대기업은 300만원을 공제해주기로 했다.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세금을 깎아준다는 정부의 고육지책이지만 형편없는 고용창출·투자세액공제 실적을 봤을 때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