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법소득의 몰수·추징판결로 인한 추징금 납부에 따른 후발적 경정청구기간의 기산점은 추징금 납부 사실을 안 날이며, 추징금 납부 후 대법원 판례가 변경되어 비로소 몰수·추징된 위법소득에 대하여 후발적 경정청구가 가능하게 되었더라도 경정청구기간의 기산점이 판례 변경의 시점으로 늦춰지지 않는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납세자는 2014년 1월경 배임수재 등의 범죄사실로 추징판결을 받고 2014년 8월경 추징금을 납부하였다. 과세관청은 원고가 배임수재 등으로 수령한 금품을 기타소득으로 보아 2015년 3월경 종합소득세 부과처분을 하였다.

종전에는 대법원이 범죄행위로 인한 위법소득에 대하여 형사사건에서 추징판결이 확정되어 집행된 경우에도 소득세법상 과세대상이 되는 것으로 판결하고 있었다. 그런데 대법원은 2015년 7월경 전원합의체 판결로써 종전의 판결을 뒤집었다. 이에 따라 형법상 뇌물, 알선수재, 배임수재 등의 범죄사실로 추징·몰수 판결이 집행된 경우 납세자는 소득이 없는데도 세금을 낸 결과가 되어 버렸다. 과거에 낸 세금을 돌려달라는 청구를 하여 돌려받을 수 있게 되었다.

그런데 세법은 세금을 낸 후 발생한 어떠한 사건이 있으면 '사유가 발생한 것을 안 날부터 2개월 이내'로 돌려달라는 청구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하고 있다. 이러한 청구를 후발적 경정청구라 한다. 그렇다면 추징금 납부 후 대법원 판례가 변경된 경우에는 경정청구기간의 기산점을 언제로 보아야 할까. 위 경정청구기간이 지난 후에 제기된 경정청구는 부적법하므로 과세관청이 경정을 거절하더라도 이를 소송에서 다툴 수 없다.

대법원은 후발적 경정청구기간의 기산점은 납세자가 당초 추징금을 납부한 사실을 안 날이라고 보았다. 후발적 경정청구는 당초의 신고나 과세처분 당시에는 존재하지 아니하였던 후발적 사유를 이유로 하는 것이므로 해당 국세의 법정신고기한이 지난 후에 과세표준 및 세액의 산정기초가 되는 거래 또는 행위의 존재 여부나 그 법률효과가 달라지는 경우 등의 사유는 세법이 정한 후발적 사유에 포함될 수 있다. 하지만 법령에 대한 해석이 최초의 신고·결정 또는 경정 당시와 달라졌다는 사유는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단하였다.

결과적으로 대법원 판례 변경이 있기 전에 부과처분이 있었던 이 사건의 납세자는 권리 구제를 받을 수 없게 되었다. 대법원은 최근까지 세법에서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열거되지 않았더라도, 구체적인 사안에 비추어 사후적인 사정변경 등을 이유로 기존의 납세의무를 면하게 해줄 필요가 크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후발적 경정청구사유를 넓게 인정함으로써 구체적 타당성을 도모해 왔다.

이번 판결은 위와 같은 입장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그러나 대법원 판례의 변경을 후발적 경정청구의 사유로 인정하는 경우 판례 변경이 과세관청과 납세의무자에게 미칠 경제적 효과를 가늠하기 어렵다. 판례 변경을 후발적 경정청구 사유로 인정하게 되면 종전에는 납세의무가 인정되었던 많은 사례에 대하여 과세관청은 이를 일일이 경정하고 납부세액을 환급하여야 하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경정청구사유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기존의 태도를 유지하되, 납세자의 법적 안정성을 기하고 과세행정에 지나친 혼란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절충적인 대안을 제시한 것으로 이해된다. 대법원2017. 8. 23.선고 2017두38812 판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