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종합감사에서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한 과세와 관련, 여야 의원들이 기획재정부와 국세청의 명확한 입장을 밝혀달라는 요구가 쏟아졌다.

최종구 금융위원장이 이 회장의 차명계좌에 대해 과세가 가능하도록 내부 유권해석(금융실명법)을 바꾸겠다는 방침을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밝히면서 논란의 불씨가 옮겨붙은 것이다.

이 회장이 소유한 4조5000억원의 차명금융재산에 대해 실제 과세가 이루어질 경우 1000억원이 넘는 세금이 부과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획재정부, 국세청, 관세청 등에 대한 종합감사에서 "금융위에서 차명계좌 중 수사기관에 적발된 재산에 대해선 중과세하겠다고 했는데 국세청은 과세 준비를 잘하고 있느냐"라고 물었다.

한승희 국세청장은 "국민적인 관심사항이고 준비하고 있다"면서도 "기재부 유권해석 문제도 있어서 이를 감안해 앞으로 적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박 의원은 "금융위의 유권해석 사안이라고 알고 있는데 기재부는 금융위와 협력하고 있느냐"라고 사실관계 확인에 나섰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금융위의 유권해석 사안이고, 금융위와 국세청이 같이 협력할 사안"이라고 말했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 역시 한 국세청장을 압박하고 나섰다. 송 의원은 "차명계좌 보유 시 어느 법률 위반이냐"고 질의했고, 한 국세청장은 "법적인 유권해석 측면이 있어서 금융위와 협의를 해야하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이에 송 의원은 "실명거래법 위반은 금융위가 하겠지만 증여세나 소득세는 국세청에서 파악해야 한다"며 "재산을 은닉한다면 범죄행위가 아니냐"고 지적했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해외계좌 운영 의혹도 제기됐다. 송 의원은 "이 전 대통령이 차명인을 내세워 계좌주소지를 허위로 해놓고 계좌를 운영하고 있다"며 "BBK와 다스 등이 논란이 되고 있는데 이 때 이 전 대통령의 수상한 계좌가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MB의 계좌를 통해 18개국과 금융거래한 내용이 있다. 이런 이유가 의심스럽지 않느냐"라며 "특히 거래기업들이 멕시코와 스위스 등 우리나라 국내 굴지의 기업인 P기업과 H기업과 거래했다. 이 금융계좌를 통해서 여러가지 조세회피처 얘기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또 "많은 국민들이 허탈해하는 것이 대기업과 권력자들이 지위를 이용해 해외계좌를 운용하는 것"이라며 "이것은 단순한 계좌문제가 아니다. (MB가) 20조원이 넘는 자원외교를 했는데 리베이트를 안받으리라고 누가 생각하겠는가"라고 덧붙였다.

한 국세청장은 "누구든 역외탈세 탈루행위에 대해서는 엄단하겠다"고 원칙적인 답변을 내놨다.

◆…한승희 국세청장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약방의 감초, '국세행정개혁 TF' 논란

지난 13일 국세청 국감에서 뜨거운 감자였던 국세행정개혁 TF가 다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한 국세청장이 취임 후 만든 '국세행정개혁 TF'는 과거 정치적 논란을 야기했던 세무조사를 재점검하는 활동을 하겠다고 밝히며 논란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국세행정개혁 TF의 외부위원들이 선정한 (과거 문제가 됐던 세무조사의) 체크리스트를 제출하지 않느냐"라며 "이 체크리스트에 태광실업과 다음카카오가 들어가 있느냐"라고 물었다.

한 국세청장은 자료제출에 대해 "검토해 보겠다"며 즉답을 피한 뒤, "특정기업에 대해서는 말하기 그렇다. 적법한 절차를 준수해서 활동을 하겠다"고 답변했다.

이에 유 의원은 "국세청에 외부위원을 추천한 명단을 문서로 달라고 했더니, 지난 국감 때 분명히 청와대에 제출했다고 했는데 지금은 문건이 없다고 한다"며 "외부위원들이 과세정보를 볼 수 없는데 어떻게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는지 회의내용을 알고 싶다고 해도 가르쳐줄 수 없다고 한다"고 지적헀다. 

이어 "기재위원은 선거를 통해 선출된 의원들인데 TF 회의록이나 체크리스트를 왜 볼 수 없도록 하는지, 국세청에서 TF를 비밀스럽게 운영하고 있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 TF 외부위원들은 시민단체 사람들이고 그 분들은 선거에 의해 선출된 사람들이 아니다"라며 "국세청에서 평소 국회를 어떻게 생각하길래 '알 필요없다'는 식으로 나오는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질타했다.

엄용수 자유한국당 의언 역시 "이 정부가 적폐청산이란 미명 하에 하는 행위들이 전 정부와 무엇이 다른지 하나도 나아진 바가 없다"며 "하고 있는 짓이 똑같다고 느낀다"고 힘을 보탰다.

이밖에 엄 의원은 세무조사 건수를 줄여야 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엄 의원은 "과거 세무조사 실적을 보니 2012~2016년에 연간 국세청에서 1만7000건 정도의 세무조사를 하고 있는데, 과표가 현실화되고 국세행정시스템이 도입됐기 때문에 세무조사 건수는 줄여야 한다"며 "더불어 조사인원도 줄여야 하고 분석이나 세원관리에 투자해야 하는데 국세청이 제대로 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또 "정기세무조사에서 사전통지 비율을 살펴봤더니 사전통지 하는 경우가 60% 밖에 안 된다. 특히 개인은 절반 밖에 안 한다"면서 "납세자의 권리를 무시하고 범법을 하는 것"이라며 "과표현실화가 많이된 상황에서 증세를 논의하는 부분은 국민에게 부담을 줄 뿐 아니라 조세저항을 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 국세청장은 "공감한다. 조사건수는 지속적으로 줄이고 있다"며 "중소납세자는 컨설팅 위주로 진행하고 소규모 사업자는 아예 세무조사에서 제외하고 있다. 일부 개인 사업자에 대해 사전통지가 없는 것은 고소득 자영업자, 현금 수입 업종, 민생침해 업종 등이다"라고 밝혔다.

◆…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30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野, '文 혁신성장' 우려…김동연 "혁신성장, 대기업도 참여"

문재인 대통령의 이른바 '혁신성장'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은 "다른 정권에서 한 혁신성장을 토대로 해서 한국적인 혁신성장을 구축해야 한다. 역대정권 차별화하겠다고 하지 말라"며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경제구조가 고착화 되어 있다. 하루 아침에 대기업을 배제하고 벤처중소기업으로 하겠다고 하는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지금 투자할 여력이 있는 곳은 일단 대기업이라고 봐야 한다"며 "복지지출이 급증해서 재정건정성 문제가 생겼고, 개인은 저출산 고령화로 인해 지출 여력이 없다. 대기업 부동자금을 활성화해서 혁신산업 생테계에 자금도 대고 투자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언주 국민의당 의원은 "노동생산성이 OECD 국가 중에서 하위권인 상황에서 급격한 임금인상은 문제가 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지 않다. 근본적으로 취약층에 대한 사회안전망을 늘려야 한다"며 "임금에 무리하게 손을 대는 것은 시장체계에 손을 대는 것이고 자본을 왜곡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이전 정부 과거와 차별할 생각은 없다"며 "혁신성장을 얘기하면서도 혁신벤처나 창업만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대기업도 동참해야 한다. 기존 중소기업도 다 같이 참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이밖에 박주현 국민의당 의원은 오는 2019년부터 임대소득이 2000만원 이하인 임대사업자에 대한 과세를 1년 앞당기는 방안과 임대사업자 의무등록을 제안했다.

김 부총리는 "의무등록에 대해선 현재 여러가지를 검토 중에 있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으며 과세를 앞당기자는 제안에 대해선 "법에는 2019년부터 과세하도록 돼 있다. 법적안정성 측면에서 2019년에 과세하겠다는 원칙을 유지하는 것이 맞다"며 부정적인 입장을 밝혔다.

한편 기재위는 방송통신위원회의 방송문화진흥회 보궐이사 선임문제와 관련해 야당에서 국감 보이콧을 선언했다가 다시 국감에 복귀하면서 '민주주의 유린, 방송장악 저지'라는 피켓을 기재위 회의장 노트북에 붙여놓자 여당 의원들이 집단 반발했다.

여야 모두 "서로 과거에 했던 일을 돌아보라"며 감정이 격해지는 등 예정시간보다 한 시간 늦게 감사가 시작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