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의 건수나 사후검증 강도를 줄이겠다는 국세행정의 원칙이 세워졌는데도, 실상 현장에서는 징세권을 남용하는 '묻지마 과세'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26일 광주지방합동청사에서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광주지방국세청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자유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국세청에서)세무조사를 줄이겠다고 말했는데, 실제로는 조사를 늘리고 있다. 겉으로 표현한 것과 현장운영은 다르다"고 지적했다.

엄 의원에 따르면 광주국세청의 세무조사 건수는 2015년 1091건에서 지난해 1126건으로 늘었으며, 같은 기간 부과세액 역시 2247억원에서 2477억원으로 증가했다. 광주국세청이 지난 5년(2012~2016년)간 세무조사로 추가 부과한 세금은 1조10억원이었다. 

엄 의원은 "지역경제 사정이나 기업의 자금 사정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국세청이 재원확보를 목적으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기업들이 압박을 느끼는 세무조사는 가능한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도 "광주국세청의 상황을 보면 세무조사 추징액이 개인의 경우 최근 3년간 두 배가 늘었고, 법인세도 770억원에서 134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다"며 "그런데 불복환급액도 두 배 가깝게 늘어났다. 무리하게 세무조사를 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길어지는 세무조사로 인해 기업들이 한숨이 커지고 있다는데 있다.

정 의원에 따르면 광주청이 올해 들어 패소한 조세행정소송은 5건이었는데, 소송기간이 평균 3년9개월이 걸렸다. 정 의원은 "법원에 소송해서 싸우는 3년 동안 다른 일 못한다. 기업을 죽이는 행위"라며 "앞으로는 자의적인 세무조사를 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특히 중소기업을 겨냥한 세무조사가 이어지면서 무리하게 세수를 확보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국민의당 박준영 의원은 면 단위 농협의 세무조사 사례를 언급하며 "작년 기준 광주청의 비정기 세무조사는 444건으로 1510억원의 세금을 거두었는데, 다른 지역(지방청)은 이보다 훨씬 적게 했는데 추징금액은 많았다"면서 "중소기업들, 농협 같은 면 조합까지 해서 (세금을)거두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도 "매출액 일정 금액 이상의 기업은 세무조사를 유예한다든지, 간편 조사 대상을 더 확대를 하는 방안을 세정차원에서 검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이은항 광주지방국세청장은 이와 관련해 "세무조사는 성실신고 담보목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세수 확보 대책이 아님을 강조했다.

탈세제보 처리 '깜깜이'…내부 관리도 '엉망'

광주국세청 내부에서 탈세 의혹을 덮어버리는 사례가 빈번하다는 주장도 나왔다. 

바른정당 이혜훈 의원은 "탈세제보가 접수되면 종합 조사로 할 것인지 부분 조사로 할 건지를 어떤 기준으로 결정하는지 모르겠다"며 "조사과장이 혼자 '쓱'하고 덮어버리는 거 같다"고 말했다.

특정회사 탈세제보가 데이터베이스(DB)로 탈세방법까지 왔는데 향토기업이라는 이유로 덮었다는 것이 이 의원의 주장이다.

이 의원은 "검찰이 지금 수사 중에 있다. 이런 식으로 외부에서 적발되는 경우가 많은데, 자체에서 걸러내지 못하고 있느냐. 감사관실이 뭐하고 있느냐"고 꼬집었다. 

국민의당 박주현 의원은 "작년 광주청의 감사 지적을 보면 2015년 급격하게 늘어났는데, 무신 일이 있었느냐"라고 묻자, 이 광주국세청장은 "음주운전으로 인한 징역건수를 포함되어 있다”며 “부동한 업무처리를 한 직원에 대해 엄정하게 처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올해 재원 조달에 차질이 없게끔 세수 상황을 면밀히 검토해야 한다는 주문도 이어졌다.

더민주 박영선 의원은 "전국적으로 경제성장률이 높아지면서 세수가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유일하게 광주청만 세수실적이 감수했다"며 "세수실적이 왜 감소했는지, 여기에 대한 분석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이 광주청장은 이에 대해 "대부분 요인이 혁신도시 공공기관의 세수 감소"라며 "2016년 예정신고·납부한 세액을 올해 정기신고 때 공제받는 것이 있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