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바뀌어도…법인세 논란은 '여전' = 여야 공수가 바뀐 뒤 처음 열리는 국정감사에서도 과거와 마찬가지로 '법인세 인상' 문제가 이슈였다. 여당과 정부는 세법개정안에 포함시킨 '법인세 인상'에 대해 당위성을 설명하기 위해 애쓴 반면 야당은 '경제성장 저하'를 이유로 극렬하게 반대했다.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법인세 인상과 세입예산을 초과하는 세수가 발생하는 소위 '세수풍년'에 대한 야당 의원들의 질타가 쏟아졌다. 국감 시작 전에는 야당 의원들이 노트북에 붙여놓은 '문재인 정부 무능 심판' 푯말을 두고 여야 의원들의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김광림 자유한국당 의원은 2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기재부 조세정책에 대한 국감에서 "법인세 인상은 한국경제에 구멍을 내는 일"이라면서 "법인세 인상에 대한 이름을 명예과세, 존경과세, 사랑과제, 한정과세 등으로 네이밍 했는데 이는 영국과 프랑스의 창문세를 다시 보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지구상에서 법인세 인상을 논하는 곳은 대한민국 뿐이다. OECD 국가 외에 홍콩, 대만, 싱가폴, 태국, 베트남 보다 우리나라 법인세가 월등히 높다"며 "세계는 법인세 인하 경쟁 중이다. 국내를 봐도 노태우 전 대통령, 김영삼 전 대통령, 김대중 전 대통령, 노무현 전 대통령 등 모두가 법인세를 내렸다. 한번도 올린 적이 없었다"고 강조했다.

같은 당 추경호 의원 역시 "법인세는 기업 오너가 부담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부담한다. 결국 주주, 직원, 소비자에게 모두 (세부담이)전가가 된다"며 "최근 대기업의 실질적 세부담이 증가했다. 세율을 올리지 않았으나 비과세·감면제도 정비로 4조8000억원의 세수증가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조세연구원 자료를 보면 법인세 최고세율을 1% 올렸을 때 실질 GDP는 단기적으로 0.21%, 장기적으로 1.13% 하락한 것으로 나왔다"며 "이런 논리를 볼 때 과연 법인세를 인상하는 맞느냐. (오히려)중소기업에 대한 법인세를 낮춰야 한다"고 밝혔다.

김 부총리는  중소·중견기업을 대상으로 한 법인세율 인하에 대해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초대기업 증세에 대해선 "저출산, 저성장과 양극화 문제를 해결하고 국가재정을 뒷받침하기 위해 여력 있는 일부 대기업에 한정해 법인세를 올리려는 것"이라고 답했다.

반면 김정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이번 세법개정안에 포함된 법인세법 개정안(법인세율 25% 인상·과표구간 2000억원 초과 신설)에 대해 긍정적인 입장을 내놨다.

김 의원은 "일부에서는 법인세가 인상된다고 하지만 법인세는 노무현 정부 시절로 원상회복되는 것이다. 노무현 정부 때 법인세의 최고 과표구간은 2억원 초과였으며 세율도 25%였다"며 "오히려 이번에는 세율은 회복됐지만 최고 과표구간은 2000억원 초과로 축소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대기업들의 실효세율이 계속 하락하고 있다. 기업들의 부담이 높다고 하지만 그것은 기업이 많이 벌기 때문"이라며 "법인들의 영업이익은 다른 나라에 비해 우리나라 기업들이 높은 편이다. 어느 나라에 투자할 것인지 결정하는데 있어 조세정책이 직접적인 원인이 아니라는 연구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이 정도면 무난하죠?" =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김 부총리는 의원들의 질의에 크게 휘말리지 않으면서 소신대로 답변을 하는 등 큰 논란거리를 만들지 않는 등 무난한 국감데뷔전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세수풍년'이 걱정되는 여야 의원들

세입예산보다 세수가 더 걷히는 이른바 '세수풍년'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흘러나왔다.

이종구 바른정당 의원은 "기재부가 세수 증가 원인에 대해 확실하게 대답을 못하고 있다"며 "올해도 (세입예산 대비) 7조원 이상의 세수실적이 전망되는데 세수증가 요인을 세제실장과 기재부 장관이 확실하게 알아야하는 것 아니냐"라고 따졌다.

이 의원은 "원인을 모르니 세수전망도 되지가 않는다. 그런데 무슨 세법개정을 하겠다고 하느냐"라고 지적하자 김 부총리는 "지난해 지나치게 세입예산이 낮게 편성되고 경제전망 오차 등의 문제가 있지만 세수상황이 (전망했을 때보다) 좋아지고 있다. 여러가지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답했다.

같은 당 이혜훈 의원은 "기업과 가계가 전부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데 정부만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다. 국세탄성치를 계산해보니 2.42가 나왔다. 기가 막힌다"라며 "기업과 가정이 1을 벌었으면 세금은 2.4배를 더 낸 것이다. 이것이 정상적인 구조냐"라고 물었다.

이 의원은 "경기가 호조를 보일 때는 세금을 많이 거둬 과열을 줄이고 경기가 안 좋으면 세금을 덜 거둬서 지갑을 두둑하게 해야 하는데 거꾸로 가고 있다"며 "세무조사 실적을 보니, 세수결손이 생길 것 같은 해에 세무조사로 걷는 세액이 많다. 마른수건 쥐어짜기"라고 지적했다.

김 부총리는 "세무조사가 세무확보 수단으로 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밖에 종교인 과세 세입추계가 없다는 이 의원의 지적에 김 부총리가 "과세금액이 미미하다"고 답변하자 이 의원은 "미미한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파악을 안하고 있다는 것이 중요하다"고 호통쳤다.

◆…"여야 바뀐 것, 실감나네" = 9년 동안 여당 역할을 했던 현 야당 의원들이 '문재인 정부 심판'을 얘기하며 정부와 여당을 압박했다. 지난 9년 동안 'MB·박근혜 정부 심판'을 부르짖었던 여당이 불쾌감을 드러내는 웃지 못할 일도 벌어졌다.

아이코스 과세는 언제?…'문재인 정부 심판' 푯말, 설전

궐련형 전자담배인 아이코스 과세와 관련해 기재위에서는 의원들간에 감정이 상하는 발언이 오가는 모습이 보였다. 야당 의원들이 붙여놓은 '문재인 정부 무능심판'이라는 푯말을 둘러싸고 여야 의원들이 공방이 오가기도 했다.

그동안 기재위에서 수차례 논란이 됐던 아이코스와 글로 등 궐련형 전자담배에 대한 개별소비세 인상안이 이날 기재위에서 처리될 예정이었지만 안건이 상정되지 않고, 증인으로 채택된 아이코스 판매사인 한국필립모리스 대표가 참석하지 않으면서 분위기가 격화됐다.

이종구 의원은 "조세소위에서 만장일치로 격론 끝에 합의안을 도출했는데, 조경태 기재위원장이 편중된 사회를 보면서 소위 의견을 묵살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여야가 소위안(100% 과세안)을 받아들이던지 아니면 표결로 가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경태 기재위원장은 "여야 간사가 협의한 것에 따라 진행하고 있다. 말을 삼가해달라"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기재위는 여야 간사 협의 끝에 이날 오후 안건을 상정해 개정안을 처리하기로 했다.

이에 더해 이날 국감 시작 전에는 야당 의원들이 노트북에 붙여놓은 '문재인 정부 무능심판'이라는 푯말을 둘러싸고 여당 의원들이 이를 제거해달라고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출범한 지 5개월인 정부의 무능력을 심판하는 것은 아직도 좀 더 시간이 있는 문제"라고 지적했고 같은 당 송영길 의원도 "이제 출발한 문재인 정부에 이런 무능심판 푯말을 붙인 자체가 국민적 여론하고 맞지 않다"고 말했다.

반면 바른정당 정병국 의원은 "본인들이 하는 일에 대해서는 전혀 되돌아보지 않고, 상대만 보고 정치를 한다는 생각이 든다"고 여당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