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우리나라는 남성이나 여성의 성기 등을 노골적으로 묘사한 각종 성인용품의 자유로운 수출입을 제한하고 있습니다.

'미풍양속'을 해치는 음란 성인용품이라는 이유에서죠.

이 때문에 이를 들어오려는 업체와 막아야 하는 세관당국 사이에서 잦은 다툼이 발생하고 있습니다.
최근 여성용 자위기구를 수입하려다 세관에 발목이 잡힌 A사.

세관당국은 왜 자위기구 통관에 퇴짜를 놓았을까요. 해당 물품의 안전성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A사는 통관불허 결정을 받자 조세심판원의 억울함을 호소하게 되는데요.
A사의 주장에 따르면 세관은 해당 물품이 진공의료기기와 유사하다는 이유로 통관보류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 물품은 펌프를 이용해 원통 내부를 진공상태로 만드는 진공의료기기인 부항과 달리 펌프 자체가 없는 물품이므로 진공의료기기로서의 안전성에 대한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A사는 성인용품을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보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습니다.

A사는 '자위기구라는 이유만으로 통관을 보류하는 것은 그 물품의 잠재적 소비자인 국민 개개인의 성적 자기결정권에 대한 지나친 간섭일 뿐만 아니라 그 수입을 금지한 것은 더 이상 설득력이 없다'는 대법원의 판결을 인용하며 통관보류처분의 부당함을 강조했습니다.

세관은 위험성을 고려한 통관보류 조치라는 점으로 맞섰습니다.

해당 물품은 남성의 성기를 딱딱한 PVC 재질의 본체가 감싸 진통형태로 압력을 가하는 물품인데, 그 입구 부분이 라텍스 재질로 감싸여져 있어 내경의 크기를 육안으로 확인할 수 없기에 사용과정에서 상해를 입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것이죠.

자위기구 통관을 둘러싼 다툼에서 관세청이 쓴 웃음을 짓게 됐는데요. 국민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다는 관세청의 논리가 약하다는 이유로 사실상 A사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입니다.

조세심판원은 결정문을 통해 “해당 물품의 본체 내부에 남성의 성기를 강하게 압박하기 위한 펌프가 장착되어 있는지가 불분명한 것으로 보이는 점 등을 비추어볼 때 국민보건 등을 해칠 우려가 있는 물품에 해당하는지 여부를 재조사해 통관허용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풍속을 저해하는 물품의 기준도 '고무줄 잣대'라는 비판도 있는 만큼, 명확한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습니다.

심판원은 “향후 성인용품과 관련한 음란성 판정에 있어서 통일성과 예측가능성 있는 합리적인 기준을 설정해 그 기준에 따라 통관허용 여부를 판단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습니다.

[참고 심판례 : 조심20170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