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 클립아트코리아.

모범납세자, 세무조사 유예 '악용' 끊이지 않아
"탈세 적발 시 높은 가산세율 적용 등 처벌 수위 높여야"

매년 3월3일은 성실하게 세금을 납부한 사업자에게 특별한 '생일상'이 마련된다.

정부는 이날을 '납세자의 날'로 정해 성실한 납세의무 이행으로 국가경제에 기여한 이들에게 '모범납세자'라는 칭호와 함께  세정상 우대 혜택을 주고 있다. 특히 '세무조사'를 일정 기간 유예(국세청장 표창 이상 3년, 지방국세청장 표창 이하 2년)해주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런데 모범납세자들이 '두 얼굴'을 보이고 있다. 세무조사 유예의 특혜를 받는 동안 의도적이든 그렇지 않든 탈세 행위를 저지른 이들이 적지 않아서다. 수 년전 논란이 됐던 모 연예인의 사례도 세무조사 유예 혜택을 적용받고 있던 시기에 집중적으로 소득을 축소·신고한 사실이 적발된 바 있다.

제도의 허점을 악용하는 비도적 행위인 만큼, 추후 탈세 적발시 더 높은 가산세를 부과하는 등 처벌 강도를 높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모범적이지 못한 '모범납세자'

18일 국세청에 따르면 9월 현재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이들을 대상으로 세무조사를 실시한 결과, 24명이 탈세·체납 등 사실이 드러나 모범납세자 선정이 취소된 것으로 확인됐다.

3년이라는 유예기간이 있기에 2014년 선정된 이들까지 포함된 것으로 보이며, 아직 유예기간 중인 경우도 있어 적발 인원이 더 나올 여지가 높다.

국세청은 모범납세자 제도 악용 사례와 관련된 통계를 대외적으로 공개하고 있진 않으나, 매년 20~30명씩 모범납세자 자격이 박탈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모범납세자는 한 해 500여명씩 선정되고 있다.

사실 세무조사 유예를 받았다고 해도 '면죄부'까지 얻는 것은 아니다.

국세청은 모범납세자에 대해 연 1회 이상 사후검증을 할 수 있고, 결격사유를 발견했을 땐 선정을 즉각 취소하는 내부규정을 마련해 놓은 상태다. 그런데도 세무조사 유예라는 '방패막이'을 삼아 탈세를 일삼는 모범납세자들의 '민낯'이라는 지적이다.

모범납세자 제도를 악용하는 사례가 발생되고 있는데도 처벌의 수위가 낮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최근 발표한 '2016년도 국정감사 시정 및 처리결과 평가보고서'를 통해 "모범납세자로 선정된 만큼 유예기간에 탈세를 해서 적발될 경우 더 높은 가산세율을 매기는 등 처벌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며 밝혔다.

현재 모범납세자들이 세무조사 유예기간 동안 저지른 탈세에 적용되는 가산세율 등 처벌 수위는 일반 납세자들이 탈세를 저질렀을 때와 차이를 두지 않고 있다.

탈세를 억제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대목이다.

모범납세자에 대한 우대도 운영상에 문제점이 있다는 지적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세청장 표창 이상 대상자는 486명인데, 국세청장 표창 이상 대상자에게 지급되는 지자체 공영주차장·국립공원 주차장 무료 이용(1년간) 스티커는 510명에게 발급됐다.

국세청은 이에 대해 "고액납세자이면서 사회공헌 활동을 한 '아름다운 납세자'도 포함한 수치"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쯤되면 '납세의 모범'이라는 기준이 어떻게 결정될까라는 물음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체납액이 없거나 일정금액 이상의 결정세액을 납부하는 등의 모범납세자 선발 기준은 마련되어 있지만, 잠재적 탈세자를 걸러낼 마땅한 장치는 사실상 없다. 모범납세자 후보자 명단을 사전에 공개하는 검증대도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국세청 관계자는 "모범납세자를 선정하는 검증을 거치고 나서 상을 받은 이후에 (탈세하는)그럴 마음을 갖는다면 우리로서는 어쩔 도리가 없다"고 밝혔다.